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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ERS TALK] <미아 파밀리아>, 새로운 장르의 탄생 [No.202]

글 |안세영 사진제공 |홍컴퍼니 2020-07-26 5,183

<미아 파밀리아>
새로운 장르의 탄생 

 

<미아 파밀리아>는 1930년대 뉴욕의 폐업을 앞둔 바 아폴로니아를 배경으로 한 3인극이다. 마지막 공연을 준비 중인 보드빌 배우 리차드와 오스카 앞에 마피아 스티비가 나타나 보스의 자서전을 공연하라고 협박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본지의 뮤지컬 평론가 양성 프로그램 ‘더뮤지컬 리뷰어’ 출신 세 명이 공연을 관람한 뒤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참여자 이름은 뮤지컬 캐릭터로 기재했으며, 리뷰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B급 감성의 쇼쇼쇼! 

스위니_ <미아 파밀리아>는 두 개의 극중극이 번갈아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야. 공연을 보는 내내 두 극중극이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후기를 읽어보니 연관성이 있더라. 극중극 ‘미아 파밀리아’에서 써니보이가 마피아 패밀리의 후계자 자리를 양보하고 레스토랑을 여는데, 그가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에 나오는 피자 만드는 이탈리아 남자와 동일인이라는 거야. 그래서 두 공연을 다 본 마피아 보스 써니보이가 ‘브루클린 브릿지의 전설’을 더 좋아했다는 거지. 

마틸다_ 그런데 그 설정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극중극의 연관성을 알아차린다고 해서 메시지가 뚜렷해지거나 반전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극중극과 그 공연을 하고 있는 리차드, 오스카, 스티비의 이야기가 하나의 메시지로 묶이지 않아서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의아했어. 

스위니_ <미아 파밀리아>라는 제목이 이탈리아어로 ‘나의 가족’이라는 의미래. 몰락해 가는 보드빌리언과 버림받기 직전인 마피아 똘마니가 만나 공연을 올리기 위해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세 인물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그런 의도가 잘 살진 않았지만. 

롤라_ 이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진지한 드라마가 아니라 소위 ‘병맛’ 코드에 열광하는 것 같아.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발휘되는 코믹한 쇼를 즐기는 거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뮤지컬이라기보다 스토리가 있는 콘서트에 가깝다고 봐. 

스위니_ 동감이야. <마마, 돈 크라이>, <최후진술>, <해적> 등 이희준 작가의 작품은 장면 단위의 즐거움을 준다는 특징이 있는데, <미아 파밀리아>의 여러 극중극이 교차하는 구성은 바로 이 장면 단위의 즐거움에 최적화된 형식이야. 음악도 뮤지컬적인 구성을 따르기보다 각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작곡한 느낌이야. 그렇게 완성된 음악을 모아놓고 보면 종합선물세트가 따로 없어. 오페레타풍 노래도 있고, 재즈풍 노래도 있고, 온갖 색깔의 노래가 다 있잖아. 관객에게 마치 풍성한 콘서트를 즐긴 것 같은 만족감을 주는 거지.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 

롤라_ 문제는 이 작품을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쇼로 받아들이기에는 중간중간 뜬금없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괜히 내가 뭘 놓친 게 아닐까,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극중극의 의미는 뭘까 고민하게 되는 거지. 차라리 시종일관 경쾌한 소동극이었다면 더 즐겁게 봤을 것 같아. 

마틸다_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쇠퇴해 가는 보드빌을 붙잡고 있는 자칭 마지막 보드빌리언들을 주인공으로 삼았잖아. 이들을 팍팍한 현실 속에서 꿈과 낭만을 좇는 예술가의 초상으로 그리려 하면서 자꾸 극이 진지해지는데, 그러려면 관객 또한 이들이 선보이는 보드빌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어야 해. 그런데 이 극만 봐서는 보드빌만의 특성이 뭔지 잘 모르겠어. 심지어 배우들이 립싱크하듯 효과음을 따로 깔아 놓고 탭댄스를 추잖아? 웃음이 나오질 않았어. 

롤라_ 이 작품에서는 배우 개인의 실력보다 그들 사이의 케미가 중요한 것 같아. 배우들끼리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애드리브가 공연의 재미를 좌우하거든. 서울예술단 출신으로 오랜 우정을 쌓아온 배우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일명 슈또풍)가 이 작품에서 ‘실친 케미’로 인기를 끌고 있잖아. 다른 출연진도 모두 사이가 좋고 함께 즐기면서 공연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 지난 시즌 출연진이 이번 시즌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시 돌아온 것만 봐도 그래. 

스위니_ 배우들이 서로 친밀하기 때문에 대본에 리차드, 오스카, 스티비의 연대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없어도 관객은 무대에서 그들의 끈끈함을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돼. 그래서 이들이 대안 가족을 이루는 결말이 별로 갑작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거야. 

마틸다_ 좋아하는 배우들끼리 웃으며 사이좋게 공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운 관객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유쾌하지만은 않았어. 그들의 춤과 노래가 어설퍼도, 실수를 해도, 모두 용납되는 분위기 속에서 나만 혼자가 된 느낌이더라. 남성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여성혐오를 이용하는 것도 불쾌해. 오스카가 현실 대신 이상을 선택하는 걸 약혼녀를 버리고 동성 친구에게 돌아오는 모습으로 표현했잖아. 이상을 좇는 남자와 발목 잡는 여자의 전형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어. 

스위니_ 남자 배우가 여자 역할을 과장되고 코믹하게 연기하면서 웃음을 주는 장면도 낡은 느낌이야. 최근 공연된 이희준 작가의 다른 작품 <해적>과 <알렉산더>는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해 각광을 받았잖아. 그런데 같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미아 파밀리아>에서는 성별 고정 관념을 반영한 연기가 여전히 웃음 코드로 쓰이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해. 

대학로 컬트 뮤지컬? 

마틸다_ 이희준 작가의 작품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만화적인 낭만이 있어. 게다가 참신한 소재를 가져와 전에 없던 방식으로 버무려 내는 능력이 그만큼 돋보이는 작가도 없지. <마마, 돈 크라이>처럼 뱀파이어와 시간 여행을 엮을 생각을 또 누가 하겠어. <최후진술>은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를 한 무대에서 만나게 했고, <알렉산더>는 말과 염소를 주인공으로 뮤지컬을 만들었잖아. 다만 그 재료들이 섞여서 하나의 요리로 완성되지 않고 제각각 존재하는 느낌이라 아쉬워.

스위니_ 이희준 작가 특유의 감성에 공명하고, 흩어진 설정 속에 잠재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며 재미를 느끼는 마니아층은 확실히 존재해. 이희준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의 취향이 보이거든. <미아 파밀리아>만 봐도 그래. 보드빌이 좋아서 극중극 구조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유명한 뮤지컬 작가·작곡가인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이름을 따와 주인공 이름을 지었잖아. 하나하나 상징성을 찾으려 하면 혼란스럽지만 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놓았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돼. 그런 작가와 비슷한 취향을 지닌 관객이 모여서 취향의 공동체를 이룬 느낌이야. 

롤라_ <최후진술>도 <미아 파밀리아>도 재연을 거듭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된 것 같아. 객석에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분위기였어. 

스위니_ 어떻게 보면 컬트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단순히 그렇게 정의하고 넘어가기 찜찜한 이유가, 현재 뮤지컬계에서 이희준 작가는 비주류가 아니라 완전히 주류이기 때문이야. 최근 그만큼 대극장과 중소극장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없잖아. 또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 역시 뮤지컬을 즐겨 보는 회전문 관객층과 완전히 분리된 비주류 집단 같지 않아. 이미 이희준표 뮤지컬은 이 시장 안에서 예외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된 것 같아.

롤라_ 이희준 작가가 활동을 시작한 건 오래전이지만, 각색이 아닌 순수 창작물을 이렇게 대학로에서 줄줄이 올리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사이 일이야. 어쩌면 그 사이에 뮤지컬 관객의 성향 자체가 달라졌는지도 모르겠어. 이희준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그의 작품이 새로운 관객층과 만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것 같아. 앞으로 이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2호 202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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