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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드라큘라> 의상, 지독하고 쓸쓸한 사랑 [No.201]

글 |박보라 사진 |최창민 2020-06-09 9,444

<드라큘라> 의상
지독하고 쓸쓸한 사랑

 

트란실바니아의 오래된 고성에서 영원한 삶을 영유하는 드라큘라 백작. 조문수 의상디자이너는 그의 고풍스러운 삶을 세 가지 색으로 표현해 냈다. 외롭고 쓸쓸한 드라큘라 백작의 마음을 표현하는 검은색, 미나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흰색, 피를 쏟아내는 그의 아픔을 표현하는 붉은색이다. 가죽이나 실크 원단을 많이 사용해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나타내려고 했고 각기 다른 원단이 지닌 색감이 생생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작품 속 모든 의상에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 조문수 의상디자이너가 드라큘라 백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막 6장 ‘Fresh Blood’ 

드라큘라 백작이 조나단의 피를 마시고 젊음을 찾는 장면으로, 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때의 의상은 두께감이 있는 붉은 벨벳 소재의 후드를 사용해 백작의 긴 백발과 주름진 피부를 감쌀 수 있도록 했다. 이 후드 모자는 드라큘라 백작의 중후함을 보여주기 위해 세 겹으로 층을 내어 접어 올렸다. 외투는 바닥까지 길게 끌리는 길이인데, 허리와 다리의 옆 라인에 맞게 주름이 잡힌 다른 원단을 첨가해 날렵함을 강조했다. 드라큘라 백작이 후드 코트를 벗어버리는 순간 드러나는 젊은 모습이 큰 임팩트를 주는 만큼 이 순간의 섹시함을 제대로 표현하려 했다고. 때문에 백작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보디라인에 딱 맞춰 의상을 제작했고, 붉은 재킷에는 실크 원단으로 주름을 잡아 뒷날개를 달았다. 무대에서 포효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몸부림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1막 9장 Lucy & Dracula 

박쥐가 몰아치는 영상을 배경으로 드라큘라 백작이 퇴장하는 장면이다. 이때 백작에게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상을 롱 코트로 디자인했다. 코트의 밑부분을 여러 개로 조각냈는데, 붉은색 안감이 언뜻 보이게 만들어 그의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피가 흐르는 효과를 주기 위해 코트의 깃과 소매, 커프스, 주머니에 붉은색 실크 원단으로 라인을 첨가했다. 


 

1막 10장 Station / ‘She’ 

드라큘라 백작이 미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진솔한 장면으로, 슬프게 떠나보낸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마음이 잘 전해지도록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의상은 귀족 출신다운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심플한 디자인의 검은 롱 코트를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컬러를 선택했지만, 붉은색 안감을 더해 오랜 시간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을 표현했다.


 

1막 10장 ‘Loving You Keeps Me Alive’ 

드라큘라 백작은 400년 전 연인인 엘리자벳사의 시신 위에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 롱 코트를 덮어준다. 자신의 과거를 세월 속으로 보내주고, 앞으로는 엘리자벳사의 환생인 미나를 사랑하며 새로운 삶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후 백작은 흰색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은 채로 미나에게 마음을 고백하는데, 그가 지닌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의상을 입는다.  



 

 

1막 12장 ‘Life After Life

1막 끝을 장식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으로, 드라큘라 백작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백작은 뱀파이어 본연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다. 스커트를 연상시키는 롱 재킷은 그가 지닌 차가움과 냉정함을 강조하기 위해 가죽 소재를 선택했다. 재킷의 양쪽 어깨를 휘감은 긴 뱀피 장식은 드라큘라 백작이 처음 등장할 때와 비슷하게 모자로 얼굴을 가린 듯한 느낌을 연상시켜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붉은색 러플 장식이 더해진 실크 블라우스는 피를 상징한다.  


 

2막 6장 ‘The Longer I Live’ 

드라큘라 백작이 긴 세월의 여정을 마치는 장면이다. 의상은 붉은색 롱 코트의 뒷자락을 길게 만들었는데, 바닥에 끌리는 코트 자락은 그의 슬픔을 상징한다.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의 마음을 품고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가 입은 흰 셔츠는 미나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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