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실황 영상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각국 유수의 극장들이 잠정 폐쇄에 들어갔다. 브로드웨이도 웨스트엔드도 이를 피해가지 못 했고, 이들보다 더 먼저 감염병이 퍼진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공연 대표 슬로건에 맞게 국내외 유명 단체들이 앞장서서 온라인에 공연 영상을 무료 공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집에서 영상으로 보는 공연은 이 시대의 새로운 관람법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온라인 공연은 계속될 수 있을까
코로나19 여파로 극장들이 문을 내리자 온라인 스트리밍이 공연 감상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내셔널 시어터, 독일 베를린 필을 비롯해 세계 유수 공연 단체가 그동안 촬영한 공연 실황 영상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상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국공립 단체가 온라인으로 과거 공연 영상을 상영하거나 무관중 공연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방구석 1열’에 앉아 무료로 좋은 공연을 감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무엇에 쓰던 영상인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개된 공연 실황 영상들은 본래 무슨 용도로 촬영된 걸까? 짐작하다시피 대부분은 공연 단체 내부에서만 공유해 온 기록용 영상이지만 몇몇 영상은 처음부터 외부 공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기도 했다.
남산예술센터 ‘NFLIX’ 상영회에서 공개한 공연 실황 영상 가운데 일부(<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처의 감각>)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의 공연 영상화 사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은 국내 공연 실황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DVD로 제작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분기별로 작품을 선정하고, HD 카메라 3대와 별도의 음향 장비를 이용한 영상 촬영과 편집을 지원한다. 이렇게 제작된 공연 영상 자료는 공연 예술사 연구 목적으로 보관된다.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대학로 예술가의 집 내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기록원을 찾아가면 누구나 이 소장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국내 공연 실황 영상 가운데 완성도 면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예술의전당이 제공한 영상이다. 이 영상들은 예술의전당이 2013년 시작한 영상화 사업 ‘싹온스크린(SAC on Screen)’을 통해 제작되었다. 한 작품을 촬영하는 데 10대 이상의 고화질 카메라가 투입되었고, 완성까지 4~7개월이 소요됐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은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 문예회관, 군부대, 학교 또는 해외 상영회에서 무료로 상영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송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싹온스크린 영상 제작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더뮤지컬> 2019년 5월 호 ‘예술의전당 SAC on Screen’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온라인 상영회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은 뮤지컬 <웃는 남자> 60분 하이라이트다. 두 번째 상영 당시 1만 2천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2천석 규모 대극장을 다섯 차례 매진시킬 정도의 인원이다. 일곱 편의 상영작 모두 온라인 상영이 진행되는 동안 싹온스크린 영상 제작감독이 실시간 채팅에 참여하여 작품이나 영상에 관련된 시청자의 궁금증에 답해주었다. 해당 공연의 기획자, 연주자, 배우 들도 실시간 채팅을 통해 시청자와 직접 소통해 재미를 더했다.
생중계 카메라 뒤에선 무슨 일이?
실시간 생중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공연계에 온라인 생중계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네이버 생중계다. 네이버는 2015년 <데스노트>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공연 실황 중계에 나섰다. 초반에는 하이라이트 장면 중계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2016년 <팬레터>가 전막 실황을 중계한 뒤 티켓 판매 효과를 거두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네이버는 현재까지 320여 편의 공연을 중계했는데, 이 중 전막을 상영한 작품이 220여 편에 이른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달라진 점은 관객 없이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기획 공연 <적벽>을 4월 8일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선보였다. 지미집 포함 6대의 카메라와 생방송 송출 전문 인력이 동원되어 다양한 앵글에서 공연을 담아냈다. 정동극장 기획 팀 문효원 과장은 “공연이 취소되고 급하게 생중계를 준비하다 보니 카메라 리허설 과정을 거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촬영 팀은 이전에 찍어둔 <적벽> 공연 영상을 보고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숙지해 왔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앵글로 촬영한 숏을 내보낼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고 전했다.
촬영 후 편집을 거치는 영상에 비하면 생중계 영상은 카메라 움직임과 음질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실시간으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생중계의 매력이다. 예술의전당은 4월 4일 무관중 클래식 콘서트를 생중계했는데, 예산 부족 탓에 싹온스크린처럼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하지 못하고 음악당 콘서트홀 천장에 달린 무대 카메라 6대를 이용했다. 대신 음질만큼은 최고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 음향 스태프만 6명이 참여했고 실시간 믹싱이 진행되었다. 공연 종료 후에는 채팅으로 올라온 시청자의 질문에 아티스트가 직접 답변하는 시간을 마련해 실시간 소통의 강점을 살렸다.
온라인 생중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공연 예술계를 지원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서울시 지원을 통해 진행되는 세종문화회관의 ‘힘내라 콘서트’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어 타격을 입은 공연 단체 12팀을 선정, 공연장 대관과 최대 3,00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하여 무관중 공연을 올리고 이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수 있게 도왔다.
스트리밍 플랫폼, 선택의 기준은?
국내에서 공연 실황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유튜브와 네이버TV다. 예술의전당의 선택은 유튜브였다. PC뿐 아니라 모바일이나 스마트 TV에서도 원활한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해 대중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세종문화회관은 ‘힘내라 콘서트’ 생중계 플랫폼으로 네이버TV를 선택했다. 네이버TV가 그동안 공연 온라인 중계 플랫폼의 역할을 잘해왔다는 점, 그리고 네이버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통해 공연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정동극장 기획 공연 <적벽>은 다른 공연에 비해 한 발 늦게 온라인 생중계에 뛰어들었는데, 네이버TV 채널은 이미 중계 일정이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유튜브를 이용하게 되었다. 문제는 유튜브에서 PC뿐 아니라 모바일로도 생중계 영상을 시청 가능하게 하려면 채널 구독자 수가 천 명이 넘어야 하는데, 당시 정동극장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6백 명대였다는 것. 하지만 구독자 수가 늘어야 모바일로 생중계 시청이 가능하다는 공지가 나가자 하루 만에 구독자 수가 3천 명을 돌파했다. 생중계가 진행되자 8천 명의 시청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공연을 감상했고, 4월 말인 현재 정동극장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4천 6백여 명에 이른다. 온라인 생중계가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는 효과까지 거둔 것이다.
불법 유포는 어떻게 막을까?
여러 공연 단체가 온라인에서 공연 실황 영상을 공개하며 가장 염려했던 건 바로 불법 다운로드와 무단 배포다. 예술의전당이 싹온스크린 영상을 유튜브 최초 공개 방식으로 상영한 것도 불법 다운로드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립극장, 국립극단, 남산예술센터, 세종문화회관 등의 단체는 공연 실황 영상을 제한된 기간(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2주)에 올려 두고 그 안에는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업로드한 영상 파일은 불특정 다수가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의전당은 실시간 중계 형식으로 온라인 상영회를 진행했다. 시청자는 상영 시작 시간에 맞춰 유튜브 채널에 접속해야 했고 상영 시간이 지나면 영상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또한 5분마다 화면에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지한다는 경고 문구를 롤스크린으로 노출시켰다. 물론 이렇게 해도 마음만 먹으면 불법 녹화가 가능하지만, 공연 단체들은 이러한 위험 부담을 안고도 온라인 공연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 실황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시행될 경우, 공연과 영상물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무단 배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처벌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리라 예상된다.
창작진과 출연진은 동의했을까?
극장들은 공연 실황 영상을 온라인에서 공개하기에 앞서 창작진 및 출연진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외부 공개를 목적으로 촬영되지 않은 영상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싹온스크린 영상은 본래 상영용으로 제작되긴 했으나 온라인 스트리밍은 계획에 없던 일이라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했다. 남산예술센터도 공동 제작 단체들과 협의를 거쳤다.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제작한 공연 실황 영상의 경우, 공연 저작권과 별개로 영상 배포 권한이 아르코예술기록원 측에 있어서 양쪽 모두와 협의가 필요했다.
극장 측에 따르면 창작진과 출연진은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국민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영상 공개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자혜 연출가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페이스북 계정에 “공공성의 취지를 갖고 시민들을 향해 닫힌 극장을 열기 전에 충분한 숙고와 협의가 필요하다. 스트리밍을 고려해 촬영된 영상이 아니기에 그 공연이 스트리밍을 통해 감각되는 방식에 대해 창작자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라는 글을 올려 극장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그는 과거 촬영된 공연 실황 영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하는 극장들에게 창작자와의 소통 매뉴얼을 제안했다. 이 매뉴얼에는 크레딧에 올라간 모든 창작자에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동의를 구할 것, 단체 응답의 경우 거절 의사를 밝히기 어려울 수 있으니 창작자에게 일대일 연락을 취할 것, 불법 유포 문제와 관련하여 저작물에 어떤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제안할 것, 개런티 유무나 계약서 작성 등에 대한 언급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라도 있을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실제로 온라인 공개 여부는 창작진 및 출연진 개개인과의 협의 없이 제작사 및 극단 차원에서 결정되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이 협업해야 하는 뮤지컬의 경우, 극장 측에서 백여 명의 창작진 및 출연진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그래서 영상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기획 공연의 경우 제작 단계부터 창작진, 출연진과 싹온스크린 영상 제작 및 상영에 대한 협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한다. 창작진과 출연진에게 어떤 권리와 보상이 주어지는지 명확히 하고, 영상 제작진과 공연 창작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황 영상이 공연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공연 영상화가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온라인 배리어프리 공연이 가능할까?
공연 실황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장애인의 문화 예술 향유를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남산예술센터가 이번에 온라인으로 상영한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7번국도>는 2019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공연된 바 있다. 당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대본을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예산과 준비 시간 부족 문제로 이번 온라인 상영에 적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남산예술센터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새로운 시즌부터 배리어프리 공연 실황 영상 제작에 나서기 때문이다. 배리어프리 영화처럼 먼저 촬영한 공연 실황 영상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과 화면 해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을 더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이 영상은 공연 종료 후 1~2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과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공개된다. 예술의전당 싹온스크린은 이미 청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이 추가된 영상을 제작해 오프라인 상영회를 진행한 바 있다.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향후 온라인 상영회가 다시 진행된다면 배리어프리 버전 영상을 공개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유료 스트리밍의 시대가 올까?
공연 실황 영상이 공개되자 극장 측에는 DVD 발매 요청이 쏟아졌다.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미 해외에는 브로드웨이 공연 영상을 유료로 감상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HD’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존재한다. 메트 오페라도 현재는 ‘Nightly Met Opera Streams’라는 타이틀을 걸고 Live in HD 영상을 무료로 선보이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유료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영국 내셔널시어터는 유튜브에서 ‘National Theatre At Home’이라는 타이틀로 NT Live 영상을 무료로 상영하는 대신 자발적 후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 28일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리톤 마티아스 고르네가 ‘Stay at Home’이라는 타이틀로 유료 온라인 공연을 열었다. 관객들은 입장료 7.9유로(한화 1만 원)를 지불하고 이들의 온라인 공연을 감상했다. 국내에도 유료 온라인 공연 성공 사례가 있다. 지난 2019년 6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네이버 V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유료로 생중계되었다. 3만 3천 원을 결제해야 시청할 수 있었는데, 전 세계에서 14만 명이 시청해 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료화를 위해서는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저작권료로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누가 소유할 것인지,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예술의전당 문화영상사업부 신태연 PD는 “저작권료는 공연 단체와 협의하기 나름이다. 저작권료로 1억을 받는 대신 영상에 대한 저작권은 모두 넘겨주겠다는 단체도 있고, 저작권료를 최소한으로 받는 대신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공동으로 소유하겠다는 단체도 있다. 그동안 싹온스크린 영상은 국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작되어 왔다. 유료 판매 계약을 체결할 경우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청자가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큼 높은 영상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가도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화의 관건이다. NT Live나 싹온스크린처럼 완성도 높은 공연 실황 영상을 선보이려면 수억의 예산과 수개월의 제작 기간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연 단체는 많지 않다. 게다가 온라인에 불법 영상 파일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유료 서비스는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처럼 디지털 콘텐츠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보안 기술(DRM)을 갖춘 플랫폼이 필요하다. 신태연 PD는 “다양한 영상이 뒤섞여 있는 유튜브, 네이버TV 대신 문화예술 분야 전문 플랫폼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플랫폼에 많은 양의 고품질 콘텐츠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 LG유플러스 IPTV에 싹온스크린 영상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기도 했다. 수익금은 공연 기획사와 예술의전당이 5:5로 나눠 가졌다. LG유플러스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명성황후>, <지젤> 공연 실황 영상을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연극협회,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협업해 4월 말부터 매달 4편씩 대학로 대표 소극장 연극과 뮤지컬 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영상 제작비는 LG유플러스가 전액 부담해, 향후 공연 실황 영상 제작과 활용에서 LG유플러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은다.
실황 영상과 공연, 공생할 수 있을까?
공연은 현장감이 중요한 예술인데 실황 영상을 통해 공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물론 실황 영상이 공연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상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정동극장 기획 팀 문효원 과장은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발레리나의 군무, 클로즈업으로 잡은 배우의 표정과 피아니스트의 손 등 객석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면이 새로운 감흥을 자아낸다. 공연 실황 영상은 공연과는 또 다른 장르”라고 말한다. 예술의전당 신태연 PD 또한 싹온스크린을 공연과 영화 사이 ‘시어터 필름’이란 새로운 장르의 문화 예술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공연 실황 영상을 공개하면 누가 돈 내고 극장을 찾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실황 영상과 공연의 서로 다른 특성을 이해하면, 극장에서 공연을 본 관객이 실황 영상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얻듯, 실황 영상을 접한 뒤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 팀은 “그동안 쉽게 공연을 접하지 못하고 공연장 오기를 망설였던 분들로부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향후 기업 협찬이나 기부금, 스폰서십 등 펀드레이징을 통한 재원 조성으로 장기적으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면, 영상을 보고 더 많은 이들이 공연장을 찾아주기를. 온라인으로 공연 실황 영상을 상영한 극장들이 바라는 점은 이처럼 한결같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0호 202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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