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여행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로 한 달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배우들이 언젠가 여행지에서 담아온 풍경을 공개합니다. 자유롭게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그날이 다시 오길 바라며.
특별한 가치를 찾아낸 시간
전성민의 태국 여행기
#1
치앙마이의 한 사원. 내게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에서도 사원을 꼭 찾게 된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도 절을 찾아간 적이 있을 정도로 오랜 세월과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나 성당보다는 사원이라는 장소에 더 매력을 느낀다. 사원에서 초를 켜거나 향을 태우는 의식은 내게 마음속 찌꺼기를 비울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 같다. 당시에 무슨 고민이 있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조금은 개운해진 기분으로 사원을 나왔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2
치앙마이에는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 사업을 막기 위해 많은 코끼리 보호소가 있다. 야생 코끼리를 포획해 훈련을 시키고 사람을 태우는 행위는 명백히 동물 학대이기 때문에, 코끼리가 포획되기 전에 그들이 먼저 보호를 하러 나서는 것이다. 코끼리 보호소에서는 시간대를 정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코끼리와 교감할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코끼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또한 개인의 SNS에 코끼리 트래킹을 멈추어 달라는 포스팅을 꼭 해달라는 말도 전한다. 교감이라는 것은 고통이라는 감정이 배제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이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3
이곳은 내가 치앙마이에 위치한 치앙다오에서 묵었던 숙소이다. 사전 예약이 불가해서 무작정 찾아갔는데 사실 이곳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치앙다오에 도착해 숙소에 가기까지 8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한 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내가 묵을 수 있는 방이 없다면 주인에게 어떻게든 빌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방 하나를 잡을 수 있었고, 쉴 곳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숙소 주변 풍경에 매료되어 늦은 밤 모닥불까지 피워가며 잠 못 이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4
치앙마이는 쿠킹 클래스가 유명하다는 얘길 듣고 고민할 것도 없이 찾아간 곳이다. 특히나 태국 음식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신선한 식재료들을 시장에서 직접 골라 음식을 만들고 그걸 식사로 마무리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가 도미토리에 같이 묵었던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는데 그 계기로 그들과 친해져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여행하며 무언가를 배우고 그것을 나눈다는 것은 평범했던 일상에 특별한 가치를 더해 주고 삶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5
태국 하면 야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독특하고 저렴한 물건을 쇼핑하는 재미도 있지만 걷는 것만으로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북쪽에 위치해 여름이라고 해도 선선해서 야시장을 즐기기에 딱이었다, 곳곳에서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이 어우러졌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거리의 퍼포머들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의 악기 연주와 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0호 202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