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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ULTURE SKETCH] <작은 아씨들>, 네 자매의 집에 오세요 [No.200]

글 |안세영 사진 |최창민 2020-05-18 4,415

<작은 아씨들>
네 자매의 집에 오세요 


방배동에 자리한 낯선 연습실. 엘레베이터 없는 작은 건물 4층으로 끙끙대며 걸어 올라가니 홍보 팀 직원이 아닌 배우들이 환한 얼굴로 반겨준다. “들어오세요! 계단 올라오느라 힘드셨죠?” 테이블 주위에, 양탄자 위에 편안하게 둘러앉은 배우들을 마주하자 내가 취재를 하러 온 건지 마치 가문 자매들과 차 한잔하며 수다를 떨러 온 건지 헷갈려진다. 카메라 앞에서 어떤 장면을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배우들은 대본을 쥐고 해적 연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어째 영 의견이 안 맞는지 서로 점점 목소리가 높아진다. 잠깐, 그런데 <작은 아씨들>에 해적이 나오던가? 그럴 리가. 배우들은 어느새 극중극을 준비하며 투닥거리는 네 자매의 모습을 연기하는 중이었다. 




이곳은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신촌 연희예술극장에 올라가는 연극 <작은 아씨들>의 연습실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남북전쟁기 미국에 사는 네 자매의 성장기를 그린 동명의 고전 소설이 원작이다. 의젓한 맏언니 메그 역은 소정화, 작가를 꿈꾸는 당찬 둘째 조 역은 최유하, 피아노를 잘 치는 병약한 셋째 베스 역은 홍지희,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응석받이 막내 에이미 역은 박란주가 맡았다. 캐스팅 발표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웃집 소년 로리 역으로 김대웅도 깜짝 출연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상업 공연 제작사 없이 뜻이 맞는 배우와 창작진이 모여 준비한 창작극이라는 점이다. 사실 소정화, 최유하, 박란주는 지난 2월에도 배우들끼리 힘을 합쳐 올린 연극 <안티고네>에 참여한 바 있다. 세 배우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함께 고전 스터디를 이어갔는데, 이들과 친분이 있던 홍지희도 이 모임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체호프의 『세 자매』를 공부하다가 기왕 넷이 모였으니 네 자매가 나오는 작품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때마침 영화 <작은 아씨들>이 개봉해서 다 같이 보러 갔죠. 그런데 영화는 어렸을 때 읽은 책과 달리 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고요. 네 자매의 이야기가 균형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게 아쉬워서 원작 소설을 다시 찾아 읽었어요. 나중에는 친한 창작진과 함께 각색 작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완성된 대본으로 공연을 올리게 됐죠.” 



『작은 아씨들』은 최근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인기를 끌고, 국내에서도 서울시뮤지컬단에 의해 뮤지컬화를 앞두고 있는 화제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연극 <작은 아씨들>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누구 한 명에 치우치지 않고 네 자매를 골고루 조명한다는 점이다. 자매들이 돌아가며 독백을 하는 등 연극적인 특성을 살려 관객이 카메라나 특정 인물의 시선을 거치지 않고 네 자매를 마주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고. 네 자매가 제각각 어떤 계기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객들이 ‘나는 네 자매 가운데 누구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지어 생각하기보다는, 장면에 따라 누구에게든 공감할 수 있길 바라요. 현실의 여성은 네 가지 유형으로 딱 잘라 구분되지 않잖아요.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메그 같다가도, 또 다른 상황에서는 조 같고, 베스나 에이미 같은 법이죠.” 자매들이 펼치는 극중극도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연극만의 재미 요소다. 조라면 어떤 극을 썼을지, 자매들은 그 대본을 읽으며 뭘 하고 놀았을지 상상해서 만든 장면이란다. 배우들은 극중극의 내용에 대해 ‘해적이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풍의 치기 어린 희곡’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 상상의 산물이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단, 공연 정보는 예매 사이트가 아닌 트위터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걸 유념하시라! 



● 배우들이 말하는 네 자매 
소정화(메그 역): 아름다운 메그 역을 맡아 다소 부끄럽지만 맏언니 역할이 낯설진 않아요. 제가 저희 집 장녀거든요. 그래서인지 메그가 첫째라는 이유로 너무 일찍 철이 든 게 서글프게 느껴져요. 이 작품을 통해 저도 관객도 지난 성장통을 돌아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최유하(조 역): 저와 조의 공통점은 자기주장이 확실하다는 거예요.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일단 마음먹은 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죠. 뒤늦게 ‘조금만 더 생각해 볼걸’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홍지희(베스 역): 베스는 몸이 약해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누구보다 가족들을 사랑하고, 또 가족들에게도 두루 사랑받는 아이예요. 앞에 나서서 상황을 주도하지 않아도 자매들 사이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발하는 베스를 잘 표현해 보고 싶어요. 
박란주(에이미 역): 에이미는 네 자매 가운데 성장에 따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역할이에요. 어릴 때는 두려울 게 없었지만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에이미의 모습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0호 202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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