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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미아 파밀리아> 김도빈·박영수·조풍래, 우정의 이름으로 [No.200]

글 |배경희 사진 |배임석 2020-05-18 7,365

<미아 파밀리아> 김도빈·박영수·조풍래
우정의 이름으로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전력질주할 것 같은 세 남자, 김도빈과 박영수, 조풍래. 서울예술단에서 만나 ‘슈또풍’이란 애칭을 얻었을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자랑 중인 세 사람은 그들의 바람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들이 말하는 ‘슈또풍’의 가장 큰 장점은 10년을 함께 보낸 생활에서 나오는 서로를 향한 탄탄한 믿음.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3인극 <미아 파밀리아>에서 이 팀이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장점을 살린 선택   

지난해 재공연된 <미아 파밀리아>는 세 분이 서울예술단을 나와 처음으로 뭉친 작품이에요. 이 공연에는 어떻게 같이 참여하게 됐나요.
조풍래_
작년 초에 저하고 도빈이한테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저보다는 도빈이가 이 작품에 대한 의지가 강했는데, 저희 셋이 같이하면 좋겠다고 영수를 끌어들였죠. 소극장에서 서로 섬세하게 대사를 주고받는 연기를 함께해 보고 싶다면서요. 도빈이가 저희 슈또풍 행동 대장이에요. (웃음) 
김도빈_ 마침 저희가 같이할 작품을 찾고 있을 때 홍승희 대표님께서 <미아 파밀리아>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계시다며 연락을 주셨어요.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그 시기에 저희한테 작품이 물밀듯이 들어왔거든요. (조풍래 난 안 그랬는데?) 그냥 그렇다고 해. (일동 웃음) 저도 딱 그때만 그랬어요. 평소에도 늘 그러면 참 좋을 텐데. 하하. 
박영수_ 잠깐, 그러고 보니 도빈이가 꿈을 이뤘네요. 10년 전에 도빈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얘가 만날 그랬거든요. 자기는 나중에 대본을 이만큼 한가득 쌓아놓고 그중에서 하나 고르는 게 로망이라고. 
김도빈_ 아니, 그건 영화 대본을 말한 거였잖아! (일동 웃음) 이십 대 중반에 연극을 하다 서울예술단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뮤지컬을 이렇게 많이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예술단에서 뮤지컬을 한 편, 두 편 경험하면서 꿈이 바뀐 셈이죠.

당시 제안받았던 여러 작품 가운데 <미아 파밀리아>를 선택한 이유는 뭐였나요. 
김도빈_
우선 셋이 같이할 수 있는 작품 위주로 대본을 검토하다 저희끼리 모여서 <미아 파밀리아> 대본 리딩을 해보기로 했어요. 첫 번째 리딩에서는 극중극 형식 때문에 어떤 공연인지 감이 잘 안 왔는데, 영수가 이거 무대에서 하면 재미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작품은 배우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면서. 영수 말을 믿고 한두 번 더 리딩을 해본 다음에 이 작품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죠.
박영수_ 무슨 일을 하든지 선택을 잘 해야 하잖아요. 그때 저희는 서울예술단 작업 말고는 같이 작품을 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함께할 첫 작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미아 파밀리아>는 한 줄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셋이 재미있게 공연하면서 시너지를 내기에 가장 좋을 것 같았어요.




풍래 씨는 강한 인상 때문인지 무게 있는 작품에 주로 참여했잖아요. 다른 두 분도 병맛 코미디에 출연한 적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풍래 씨의 출연이 가장 의외였어요.  
박영수_
풍래는 귀가 얇아요. 
조풍래_ 네, 실제로도 귓불이 얇아요. (일동 웃음) 저는 제 이미지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주로 무겁고 강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긴 해요. 언젠가 한 번은 어떤 제작사 대표님께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왜 자꾸 어두운 역할이 들어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제가 무대에 서 있으면 그렇게 어두워 보인대요. (웃음) 그런데 <미아 파밀리아>를 하면서 저를 다른 이미지로 봐주시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 출연하고 있는 <또! 오해영>의 제작사 관계자분도 <미아 파밀리아>를 보시고선 제가 허당기 있는 바람둥이 이진상 역할에 어울릴 거라 생각하셨대요.
김도빈_ 풍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얌전할 거라 생각해요. 지금 공연 중인 <지구를 지켜라>의 분장 담당 스태프도 풍래가 차분한 사람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제 분장실에서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잖아요. “뭐? 니가 풍래를 알아?” (일동 웃음) 처음엔 말을 잘 안 해서 얌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센스 있고 재미있는 친구예요. 

그런데 도빈 씨하고 풍래 씨 두 분은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았다면서요? 
김도빈_
네. (일동 웃음) 이 이야기는 다른 데서도 많이 하긴 했지만, 저희 둘은 서울예술단에서 처음 만난 게 아니에요. 스물다섯 살 때였나, 아버지가 저희 집 가게에 봉산탈춤 팀 사람들을 데리고 오신 적이 있는데, 그 회식 자리에 당시 탈춤을 배우던 풍래가 껴 있었거든요. 저는 팀에 저랑 동갑내기가 있다기에 ‘어휴, 쟤는 젊은 애가 웬 탈춤’ 그랬고, 풍래도 부모님 가게에서 서빙하는 저를 보면서 ‘쟤는 취직도 못 했구나’ 딱했겠죠. (웃음) 
조풍래_ 식당에서 잠깐 인사만 한 거였으니까 몇 년 후에 서울예술단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서로 곧바로 기억을 못 했어요. 그런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탈춤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너희 아버지 탈춤 추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 설마, 니가 그 고깃집 걔?” 그때 둘 다 기억이 확 떠오른 거죠. (일동 웃음)

세 분 다 개성이 뚜렷한 성격 같은데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박영수_
저는 이 둘이 서울예술단에 입단하기 전에는 거의 연습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심하게 말하면 연습실에 쳐박혀 살았다고 해야 하나. 배우가 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무언가 결실을 맺기 전까지는 친구들하고도 어울리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거든요. 부모님께 첫 학기 학비만 내주시면 나머지는 다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득음하기 전까지는 절대 산에서 내려가지 않겠다’ 같은 마음이었죠. (웃음) 그렇게 사람들하고 교류 없이 지내던 저를 도빈이가 무리에 잘 버무려줬어요. 도빈이는 젓가락 같은 사람이에요. 비빔면을 잘 비벼주는 젓가락.
김도빈_ 그걸 멋있는 표현이라고 하는 거야? 영수가 이렇다니까요. (웃음)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소위 말하는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비주류 연극을 했어요. 당연히 공연으론 돈을 벌 수 없었죠. 그런데 뮤지컬을 하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공연해서 버는 돈으로 여기저기 같이 잘 어울려 다니는 거예요. 솔직히 치기 어린 마음에 그게 부러워서 서울예술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저도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여행도 다니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예술단 단원이 되자마자 일부러라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조풍래_ 서울예술단은 공연을 하지 않는 기간에도 매일 출퇴근하듯 연습실에 나가야 해요. 오전부터 오후까지 정해진 연습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연습이 끝나갈 즈음 늘 배가 고팠죠. 안무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래 연습도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거든요. 연습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같이 저녁을 먹고 헤어지다 보니 점차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게 됐어요. 겨울에 눈이 내리는 걸 보면 금세 녹을 것 같은 작은 눈송이들이 어느샌가 땅에 수북이 쌓여 있을 때가 있잖아요. 저희 우정이 그랬다고 할 수 있죠. 




다시 한 번 같은 무대에 서서   

아까 세 분이 모여 <미아 파밀리아> 첫 대본 리딩을 했을 때 어떤 작품인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보드빌 배우와 마피아의 이야기를 오가는 이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박영수_
일단 연습 시작 전 음악을 먼저 들어봤을 때 좋았어요.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에 확 마음이 열렸던 건, 공연하기 2주전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어제 서울예술단이 온라인으로 공개해준 <푸른눈 박연> 공연 실황을 봤는데, 7년 전 공연인데도 ‘이 장면은 누구누구 아이디어였는데’ 하면서 어떻게 연습했는지 전부 다 기억이 나는 거예요. 연습 시간 외에도 틈만 나면 서울예술단 옥상에 올라가 저희끼리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서로 거침없이 “그건 아니지” 멘트를 날리면서요. (웃음) <미아 파밀리아>도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공연 일이 다가올수록 애착이 커지더라고요.
조풍래_ 저희 세 사람은 초연이 아닌 재연부터 참여했잖아요. 보통 초연 때 어느 정도 틀이 완성되면 재연부터는 거기에 맞춰 연습이 진행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미아 파밀리아>는 초연 멤버로 참여한 형들이 연습실에서 저희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저희가 연습 중에 조금 어긋난 방향으로 가더라도 알아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봐주셨죠. 그래서 연습 과정이 더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각각 성격이 다른 사람들 여럿 모이면 서로서로 잘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미아 파밀리아> 팀은 아홉 명이 똘똘 뭉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누구 한 사람 싫은 소리 한 번 안 했던 것 같아요. 이 팀이 다시 뭉쳤다는 게 제가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같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합이 좋아야 공연이 더욱 살아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관객하고 소통해야 하는 <미아 파밀리아> 같은 공연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죠.

다른 두 분도 <미아 파밀리아>가 다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고민없이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김도빈_
그럼요, 저희의 영혼을 담아서 만든 작품인 걸요. 그리고 지난 공연을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예전에 <트레이스 유>나 <헤드윅> 같은 록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커튼콜 장면에서 콘서트장에 온 듯한 객석 분위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뮤지컬 가운데 관객들이 즉흥적으로 뜨겁고 열광적인 호응을 보낼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잖아요. <미아 파밀리아>는 록 뮤지컬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관객참여형 공연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배우 입장에서 무척 즐거웠죠.
박영수_ 저는 작년에 공연할 때 무대에 등장하는 그 어떤 등장인물도 죽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마피아가 나온다는 점에서 극 중 분위기가 심각해 보일 수는 있지만, 공연 자체가 지니고 있는 분위기는 밝고 즐겁거든요. 뭔가 좀 아기자기한 느낌이랄까. 이전에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공연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니까 좋더라고요. 그리고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많은 공연들이 중단되거나 취소됐잖아요. 제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작품도 세 편이 취소됐는데, 요즘처럼 공연이 귀하게 느껴졌던 때가 또 있었나 싶어요. 한 회, 한 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죠.




올해 슈또풍 결성 10주년을 맞이하죠. 앞으로 10년 후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뭘까요.
조풍래_
어차피 셋 다 무대에 서는 이 일은 평생할 거니까, 이왕이면 같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 사람 다 즐겁게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걸로요. 왜냐면 도빈이랑 영수가 술을 못 마셔서 셋이 만나면 커피숍 가서 수다 떠는 거 말고는 할 게 없거든요. 물론 수다만으로 서너 시간을 거뜬히 보낼 수 있지만요. 저희는 커피숍에서 만났다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4시간쯤 떠들다가 “어우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다음에 만나서 마저 이야기하자” 이러면서 헤어져요. (웃음) 이제부터는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나이니까,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함께해서 좀 더 자주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김도빈_ 영수랑 저는 술을 안 마시지만, 풍래는 술을 좋아해서 걱정이에요. 우리는 평생 함께할 사이니까 앞으로 오십 년은 더 봐야 하는데 젊은 할아버지가 됐을 때 ‘아이고, 슈또만 남았구나’ 이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일동 웃음) 건강한 모습으로 쭉 함께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박영수_ 저도 마찬가지예요. 거기에 하나 더 말하자면, 제 취미에 얘네 둘이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풍래가 같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저는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발성 연구하는 것도 좋아하고, 이미 취미가 많거든요. (조풍래 아니, 그런 건 같이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일단 도빈이랑 나는 아이패드 프로도 없고….) 내가 돈을 더 열심히 벌어볼게.
조풍래_ 이거 기사 꼭 써주세요. (일동 웃음) 
김도빈_ 저 지금 단 기간에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게 생각났어요. 셋이서 창작 연극을 같이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기사에 이 내용이 나가면 어디선가 연락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신작을 준비 중이신 제작사 관계자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하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0호 2020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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