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퀴리> 나의 별에게
마지막으로 너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네 어깨에 놓인 커다란 짐을 보았어. 난 알고 있었어. 나도 라듐에 노출된 다른 동료들처럼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걸. 넌 그런 날 붙들고 끝까지 살려내려고 애썼겠지. 하지만 마리, 난 널 흔드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너에겐 다른 할 일이 있으니까. 마리는 나만의 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모두의 별이잖아. 그리고 나도,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어. 결심했거든. 나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힘없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조금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행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걱정했던 것만큼 짧진 않았지만, 이제 조금씩 끝이 다가오는 게 느껴져. 마리, 그동안 신문을 통해 너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멀리서나마 널 응원해 왔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너를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을 대신해 편지가 나의 마음을 전해 주겠지? 함께하지 못한 지난 세월이 안타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이렇게 믿을래. 너는 너의 자리에서, 나는 나의 자리에서, 늘 함께 빛나고 있었다고.
<마리 퀴리>는 새로운 원소 라듐을 발견한 과학자 마리 퀴리, 그리고 라듐 공장에서 일하며 동료들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쫓는 직공 안느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안느 역 김히어라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9호 202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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