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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데미안> 유승현, 자아를 돌아보는 시간 [No.199]

글 |안시은 사진제공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컨텐츠원, HJ컬쳐 2020-04-14 7,561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데미안> 유승현
자아를 돌아보는 시간

 

비슷한 시기에 고전 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데미안>에 출연 중인 유승현. 자아에서 출발해 작품으로 이어지는 그의 여정엔 곱씹어온 시간이 담겨 있었다. 막힘없이 생각을 쏟아낸 유승현의 이반과 데미안, 싱클레어를 만났다.


 

 

 

문학과 만나다                 

 

THE MUSICAL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데미안> 모두 공교롭게도 고전 문학이 원작이더라고요. 그래서 질문하는데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는지,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는지 궁금해요. (chzh2055)

유승현 이 작품들 공부하다가 뜬금없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를 다시 읽게 되었어요. 비슷한 지점들이 은근히 많은 것 같아서요. 

“내면과 자아를 심도 있게 공부해 보고 싶어서 이 두작품을 선택했어요. 두 작품의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할 수도 있는데, 제가 작년부터 인간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거든요. 저녁에 낙산공원에서 문득 바라보다 든 생각인데, 하나의 불빛으로 보이는 것을 확대해서 보면 어디에선 가족들이 즐겁게 있을 수도 있고, 어디선 누군가 죽어가거나 탄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자아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럴 때 이 두 작품을 만난 거죠.”

 

THE MUSICAL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나 <데미안> 모두 대사량이 많은데 외우는 방법이 있나요? (wldud2233)

유승현 일단 무조건 외워요. 밤새 외울 때까지 끈기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기보단 상황을 먼저 머리에 집어넣으면 좀 더 잘 외워지더라고요. 

“<데미안>은 두 역할을 다 해서 대본을 통째로 다 외워야 했기 때문에, 데미안도 녹음하고 싱클레어도 해놨어요. 그러고 들으면서 대사를 유추하면서 외우기도 해요. 기본적으로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리고 장면 연습을 하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는 것도 많아요.”

 

THE MUSICAL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데미안> 모두 상징적인 동작이 많은 편인데 신경 써서 표현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요? (hoibless)

유승현 작가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와 한 줄 요약(로그라인)을 많이 신경쓰는 편입니다. 

“크게 생각했을 때 대극장은 춤에 감정을 입힌다면, 소극장에선 연기에 춤을 입히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두 작품 모두 이현정 안무감독님이 하셨는데, 이번에 존경하게 됐어요. ‘너의 지금 감정은 어떠니? 이런 동작은 어때?’ 하면서 이 역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동작들이 만들어졌어요. 감동스러웠고 놀라웠어요. 평소에 좋아했지만, 제가 알았던 것보다 더 훌륭한 분이라는 걸 새롭게 느꼈어요.” 

 

THE MUSICAL 2018년에 <홀연했던 사나이>와 <더픽션>을 같이할 때 공연 전 혼자 런스루를 한 번 더 하면서 준비했는데, 이번엔 이반과 데미안, 싱클레어까지 총 세 캐릭터를 연기하잖아요. 공연 전 특별히 하는 연습이 있는지요? (jun10002kr)

유승현 이번에도 비슷해요. 그때부터 모든 작품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일이 많아지면서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니까 루틴을 중시하게 됐어요. 스태프들이 ‘처음엔 왜 이렇게 유난이지?’ 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분장하고 무대에 나가는 순간까지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요. 저 혼자 스스로 대사를 외우면서 몸을 푸는데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1시간 동안 해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 시간이 있어야 집중이 잘되거든요.”

 


 

이반의 마음                                              

 

THE MUSICAL 이반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5dwigplz)

유승현 초연 아닌 재연 작품을 하게 될 때는 전처럼 해야 하는지, 나만의 해석을 어느 정도 집어넣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게 돼요. 그런데 이번에는 용기내서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최근에 문학 작품을 한 적이 거의 없어서 끌렸어요. 초연 때도 할 뻔했다가 <홀연했던 사나이>를 하면서 못했거든요. 고전 문학은 지금까지 인정받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면 배우로서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처음엔 원작을 어떤 맥락으로 읽어야 할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대작을 단번에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고. 지금은 같은 부분을 읽어도 이해도가 깊어져서 다르게 읽히는 지점들이 많아요. ‘이래서 도스토옙스키가 유명했나?’ 하게 되더라고요.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에 잔상이 남고,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돼요.” 

 

THE MUSICAL 이반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noonnim49)

유승현 이율배반. 

 

THE MUSICAL 이반의 오만함은 어디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나요? (jenjeng)

유승현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동력을 만들려다 보니 선택한 행동들이 오만하게 나온 것 같아요. 

“‘오만함’이라는 한 단어로만 이반이 표현될 때 안타까워요. 오만함은 이반에게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하는 방어 기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반은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없애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해요. 몇 년씩 기도해도 세상은 변하지가 않아요. ‘왜 응답이 없을까?’ 하고 이반은 궁금해져요. 빵을 똑같이 나눠줘도 누구는 빵을 많이 갖고 누군 갖지 못해요. 신의 응답은 없고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니까 ‘악마의 세상이 맞구나’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를 갈면서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해 내겠다고 결심하죠. 사회주의 이론과 맞닿았을 수도 있는데, 누구나 똑같은 행복을 이반은 원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무신론’을 쓰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이 왜 그런 논문을 쓰려고 하냐고 했을 때 ‘네가 뭘 알아? 나만큼 공부 많이 해봤어?’라고 하는 것이 오만하게 보일 거란 거죠. 그렇게 확고한 신념으로 살던 이반은 아버지 살인 사건을 보면서 증거와 정황으로 당연하게 드미트리를 ‘너잖아. 헛소리하지마’ 하면서 지목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해요. 아버지는 골통이 박살 나서 죽잖아요. 드미트리는 다혈질이고 한 방에 해결하려는 성격인데, 왜 총 한 방으로 죽이지 않고 골통까지 박살 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요. 생각해 보니 드미트리의 방식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면서 증거론과 경험론에 입각했던 이반의 신념이 무너지기 시작해요. 자신만의 신념에 기반한 ‘대심문관’이 무너지면서 연쇄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하죠.”

 

THE MUSICAL 기도하는 손 모양을 하고 악마 목소리를 내는 디테일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건지 궁금해요 (skxkwkd)

유승현 지금 현재도 많은 종교들이 기도할 때 특유의 톤이나 제스처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악마 소리라기보다 구음에 가깝죠.

“넷플릭스 드라마 <바이킹스>나 징키스칸 영화에서 보면 구음이 나와요. 특이한 소리로 하늘의 언어로 노래하면서 기도하는 건데 저도 그런 거죠. 이반은 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무신론에 대한 걸 썼으면 알료샤보다 신학을 더 깊게 공부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알료샤를 무시했다고 생각하고요. 구음에 대한 호불호가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시도를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어요. (안)재영이와 ‘대심문관’에 대한 개념은 같은데, 구음은 저만 해요. 예를 들자면 ‘난 널 사랑해’에서 ‘난’, ‘널’, ‘사랑해’ 중 무엇이 중요한지가 각기 다른 거죠.”

 

THE MUSICAL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하다가 아찔했던 경험 있었나요? (chzh2055)

유승현 후반부에 몰아치는 에너지 때문에 정신이 가끔 번쩍할 때가 몇 번 있어서 놀란 적이 있어요. 

“‘헛소리’ 끝나고부터 알료샤 만나고 ‘장롱 안에서’를 했다가 드미트리한테 가서 ‘네가 죽였지’ 했는데 증거가 흔들리고, 스메르쟈코프 만나서 ‘네가 죽였지’ 하면서 서로 싸우다가 ‘대심문관’까지 이어지는 부분이에요. 30~40분 동안 엄청난 에너지로 순간 호흡을 많이 쓰니까 가끔 아찔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가끔씩 헛말이 튀어나와요. 얼마 전에 ‘대심문관’할 때 그랬는데, 그만큼 집중이 잘될 때 틀릴 때가 생겨요. 결과론적으론 누군가에겐 안 좋은 표현법이라서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무조건적인 집중이 좋지만은 않으니까요.”

 

THE MUSICAL 이반의 시선에서 보는 세 명의 스메르쟈코프는 각각 어떻게 다른가요? (jenjeng)

유승현 설명하긴 어렵지만 매운 맛, 톡 쏘는 맛, 상한 맛.

“저와 재영이처럼 세 명(이휘종, 안지환, 박준휘)이 엄청 달라요. 지환이는 스메르쟈코프로 처음 합류했는데 보면서 캐릭터가 정말 좋고 잘한다고 감히 칭찬을 했고, 원래 알던 휘종이는 처음 볼 때부터 잘했고, 준휘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정말 잘했어요. 매운 맛은 준휘예요. 순한 것 같지만 더워요. 착할 것 같은데 그게 정말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톡 쏘는 맛은 지환이에요. 마라 맛처럼 톡톡 튀는 맛이 있어요. 상한 맛은 휘종인데, 눈빛이 약간 돌아 있는 느낌이라 가끔 진짜 무서울 때가 있거든요. 셋은 정말 달라요.” 


 

싱클레어와 데미안, 그 사이에서                                              

 

THE MUSICAL <데미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있나요? (dicastia)

유승현 사실 데미안 역은 멀티라기보다 싱클레어가 궁금해하는 것들이 형상화되어서 보여진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컨셉에 맞춰서 만들었어요.

“이 역을 연기할 때 각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서 목소리 톤이나 말투 변화를 줬어요.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생각하는 흐름에 맞춰 굴레를 계속 찾으면서 각 인물을 만나는 형식으로 돼 있어요. 보통 멀티 배역과는 다른 부분이 있죠. 싱클레어의 궁금증이 퍼져 나가는 순간 상대 인물이 반대편에서 완성됩니다. 또 다른 자아가 되는 거죠. 작품을 제안받고 작년 11월부터 사전 조사에 들어갔어요. 오세혁 작가님과 세미나도 들었고요. 칼 융을 이해하지 않고는 <데미안>을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칼 융이 낸 『분석심리학』에 <데미안> 캐릭터가 다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공부하다 보니 재밌어요. 정확히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THE MUSICAL <데미안>에서 제일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나요? (gkstjgms)

유승현 싱클레어는 모두에게 비슷한 지점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의 저와 많이 닮아 있어요. 예전엔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내가 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란 질문을 해요. 누군가가 좋은 일이 생기면 피해자도 생기거든요. ‘내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 봤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됐는데 이런 점이 싱클레어와 닮은 것 같아요. 싱클레어로 곧 첫 공연(3월 21일)을 하는데, 오늘(3월 18일)도 연습하고 왔어요. 첫 공연 때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싱클레어 역으로 서는 건 조금 떨려요. 왜냐면 제가 아무리 준비를 했어도 데미안 역으로 먼저 공연을 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갈까 봐 그게 두려운 거죠. 그래서 조금 떨립니다.”

 

THE MUSICAL <데미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하는데 어느 캐릭터가 가장 재밌나요? (dlekgus0085)

유승현 데미안 역이 연기하는 캐릭터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어요. 

“사람이 무언가를 궁금해할 때, 진짜 궁금해서라기보다 알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거 맞잖아’란 얘기를 듣고 싶은 때가 있잖아요. 데미안이 하는 대사 중에 ‘너 이미 알고 있잖아’란 뉘앙스의 말이 많아요. 그래서 대사가 조금 재밌어요.”

 

THE MUSICAL <데미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가사 하나만 꼽는다면? (jun10002kr)

유승현 ‘이제 사람들이 너란 존재를 알아볼 거야’에서 ‘존재’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해요.

 

THE MUSICAL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번갈아 연습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나요? (kimsohee95)

유승현 제일 놀란 건 음악을 몸으로 익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악보를 보고 있는데 처음 배운 멜로디로 부르고 있더라고요. 떨려요.


 

고민의 흔적들                                              

 

THE MUSICAL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jenjeng)

유승현 현재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에 이 작품이 필요한지 보는 것 같아요. 

 

THE MUSICAL 어떤 배역이든 역할을 해석하면서 작품에 나오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해서 연기가 더 탄탄한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은 어떻게 떠올리나요? (julietwin)

유승현 처음에는 책과 여러 영화를 참고하는데 나중에는 끊임없이 생각해요. 가끔은 편지에서도 영감을 받을 때가 있어요. 

 

THE MUSICAL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treehs18)

유승현 여러 종류로 따지면 엄청 많은데 <리틀잭>, <전설의 리틀 농구단>, <더픽션> 정도.

“인생에 그라데이션이 있는 캐릭터라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초연 때부터 참여한 작품들이고요. 이런 작품들을 보통 좋아합니다. <리틀잭>은 방황하다 무대로 돌아왔을 때 메인 역할로 제의받은 작품이었어요. 기타를 치지 못했는데, 손에 관절염이 걸릴 정도로 연습했어요. 그만큼 많은 걸 투자하고 노력하다 보니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어요. <렌트> 할 때 욕을 많이 먹으면서 무대 공포가 커졌어요. 로저는 조승우 선배가 했던 역할이라 <연예가중계>를 포함해서 인터뷰만 백 곳 넘게 했을 정도로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대만큼 잘하지 못해서 욕들이 엄청나게 쏟아졌어요. 불과 스물넷이었거든요. 대극장 뮤지컬 출연 제의받았는데 우울증 비슷한 증상 때문에 고사하고 해외로 나가서 레슨도 받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후에 소극장 뮤지컬도 하고 연극도 했지만, 수입이 적어서 배우 생활을 많이 고민하다가 쇼핑몰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사기 비슷하게 당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서른 살 때 <홀연했던 사나이> 리딩으로 다미로 음악감독과 오세혁 작가님을 만나서 <리틀잭>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하게 됐고요. 다행히 두 작품이 사랑받으면서 작품을 많이 하게 됐죠.”

 

THE MUSICAL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gnlals718)

유승현 ‘대심문관’이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하고요. 『데미안』과도 조금 연결돼 있는 건데, 문화가 격상될수록 사람이 차려야 할 예의와 할 것들이 많아지죠. 지조 있어 보여야 하다 보니 써야 할 가면들이 많아집니다. 이런 순간들만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숨 막혀요. 저는 그 포인트가 ‘대심문관’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즐겁진 않지만 사람들이 생각할 때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줘요.”

 

THE MUSICAL 10년 후에 어떤 배우, 사람이 되어 있고 싶나요? (5dwigplz)

유승현 영화감독? 

“사실 2016년에 10분짜리 단편영화 하나를 찍었어요. 2백만 원 정도 들여서 어렵게 만들었는데, 출품은 하지 않았어요. ‘이래서 망하는구나’라는 것도 느끼고 성장했어요. 필요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때 이야기를 만들면서 느낀 게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현재 느끼는 감정을 해소할 때가 많다는 거였어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계속 보시는 이유라고도 생각하는데, 훗날 ‘한국에 그런 작품이 있었지’라고 떠올릴 작품에 참여하거나 만들 수만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의 소중함                                              

 

THE MUSICAL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hyysks)

유승현 사실 최근에는 긴 시간 집에 있지 못했어요. 집에 있을 땐 넷플릭스를 많이 봐요. 

“넷플릭스에서 다양한 걸 봐요. 요리 프로그램도 보고. 요리를 좋아해서 많이 해 먹습니다. 요즘은 레시피가 발달돼 있으니까 특출나게 잘하진 않아도 다 할 줄 압니다. 그런 것도 삶의 낙이죠.”

 

THE MUSICAL 보물 1호가 있다면? (5dwigplz)

유승현 여행 적금 통장이요. 

“2017년 2월에 재영이 추천으로 처음으로 혼자 한 달 동안 여행을 갔어요. 그때도 작품이 대여섯 개가 엎어지면서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모든 배우들의 고충이겠지만, 너무 계속 엎어졌거든요. 지금처럼 작품을 해도 불안감이 드는 거죠. 올해는 괜찮을까? 내년은 괜찮을까? 하면서요. 그때 아프리카 카보 베르데란 섬에 갔을 때 바에서 일하는 분과 대화하게 됐는데, 두 달 동안 일하면 3개월을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저는 제 자신에게 상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나도 1년에 한 번씩 나에게 상을 주자’ 하면서 뭘 제일 좋아하는지 생각해 봤더니 여행이었어요. 건축, 도시 이런 것보다 자연이 정말 좋아요. 숲을 달리고 걸으면서 멍때리고 생각하는 게 좋더라고요.”

 

THE MUSICAL 체력 비결이 있다면요? (jenjeng)

유승현 식습관과 마인드와 각종 비타민.

“공연과 잘 맞는 편인지 힘들진 않아요. 쉴 때 잘 쉬어주면 6~7개월 정도는 계속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THE MUSICAL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treehs18)

유승현 노력은 사실 매일 하는데요. 요즘엔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슬픈 날도 사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생각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이것도 달라진 점이에요. 예전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는데 사람인지라 힘들 땐 힘들어했거든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선택해 놓고 왜 이럴까. 그래서 요즘엔 하루하루를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THE MUSICAL 팬이에요. 오래오래 무대에 서주세요. 고맙습니다. (jun10002kr)

유승현 한 달 반 정도 남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도, <데미안> 싱클레어로 할 첫 공연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부족하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공연으로 보답해 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 말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저도 제가 생각한 흐름대로 정당성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9호 202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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