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계속되는 확산 추세에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는 각각 3월 13일과 17일에 이례적으로 모든 공연을 중단하고 극장 시설을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 또한 국내의 위기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다중 시설 이용에 휴업을 권고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 활동 지침을 내리며 이에 따른 협조를 요청했다.
현재 대학로를 비롯한 여러 공연장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방문객들이 운집하는 공연장 특성상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대부분의 공연을 취소하거나 조기 폐막을 결정했다. 내한 공연은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줄줄이 취소 소식을 알렸는데,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3월 전체 공연의 약 92%가 취소됐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은 각각 3월 22일과 29일 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2월 29일을 끝으로 조기 폐막했다. 지난 2월 개막해 공연을 이어가고 있던 정동극작의 <적벽>은 2월 24일에 3월 8일까지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지속되면서 4월 5일까지 공연 중단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3월 8일 개막 예정이었던 <맘마미아!>는 4월 7일로 개막을 연기했지만, 최종적으로 공연이 취소됐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과 신시컴퍼니의 협업으로 제작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 버전의 연극 <렛미인>은 영국 정부의 출국 자제 권고로 해외 스태프들이 내한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연을 취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예매처별로 1인당 8천 원의 상당의 ‘공연관람료 할인권’을 총 300만 명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려움에 처한 공연업계의 회복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한 대책”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된 직후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관람료 지원에 240억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공연 단체와 소극장에 대한 직접 지원책도 마련했다. 소극장 200곳에 한 곳당 최대 6천만 원까지 공연 기획·제작·홍보비를 지원한다. 또 공연예술단체 160곳을 선정해 규모에 따라 2천만~2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공연예술인에게 긴급생활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다.
잇따른 공연 취소 소식이 전해지며, 사회적 접촉 없이 집에서 문화생활을 향유할 방안도 생겨났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전면 취소한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자체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했다. 예술의전당은 ‘SAC ON SCREEN’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연극 <보물섬>과 <인형의 집>, 발레 <심청>,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등 실황 영상을 상영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유튜브 채널에서 대표 레퍼토리 공연 <베토벤의 비밀노트>, <극장 앞 독립군>, <열혈건반> 등을 무료 공개했고,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단체를 지원하는 온라인 생중계 공연 <힘내라 콘서트>를 ‘네이버TV 공연LIVE’에서 방송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도 취소된 기획 공연을 생중계하는 <운당여관 음악회> 시리즈를 준비했다. 다채로운 국악 공연은 물론 젊은 국악인들의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국경을 넘어서도 다양한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이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은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 자선공연을 펼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유진 오네긴> 등의 유명 오페라 작품을 스트리밍 서비스했다.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던 온라인 아카이브를 한 달간 무료로 제공했다. HD화질과 고음질의 공연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9호 202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