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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어차피 혼자> 추민주 작가·민찬홍 작곡가 [NO.126]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장소제공 | 카페 메트로(070-8787-3670) 2014-02-24 6,071

어차피 혼자, 그래서 함께


고독사와 뮤지컬, 참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지만, 이 조합을 만들어낸 이가 추민주, 민찬홍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추민주 작가는 여러 소재 중 파트너인 민찬홍 작곡가가 ‘고독사’에 격한 반응을 보여, 작품을 만들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둘은 대표작인 <빨래> 이외에도 많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어차피 혼자>에서는 고독사라는 무거운 소재를 통해,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살아갈 힘을 발견한다.

※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소개_구청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독고정순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서산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정서를 느낀다. 독불장군 독고정순은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는 융통성이 없는 직원, 그래서 구청장이나 과장과 종종 마찰을 빚는다. 그러던 중 독고정순 팀에 낙하산 인사로 서산이 온다. 다소 고집스럽지만 무연고 사망자의 가족들을 찾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독고정순에게 서산은 관심을 갖게 된다. 독고정순이 매스컴에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녀의 감춰진 사연이 드러나고 서산과 구청장과의 관계가 밝혀진다.

 

 

 

 

두 사람은 많은 작품을 함께 만들어왔다. 그래서 편한 점이 있다면?
민찬홍
  호흡이 잘 맞는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음악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야 할지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귀를 기울이면’이 그랬다. 이런 느낌을 원하는구나,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추민주  이 곡은 찬홍이 잘 표현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썼다. 별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는데도 생각대로 나왔다.


고독사라는 소재에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복지과 직원이라는 구체적인 직업이 등장한다. 작곡가도 리서치를 하나?
민찬홍 
개인적으로 관련된 책들을 찾아봤다. 곡을 쓰느라 바빠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하려고는 한다. (작곡가는 사실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영역이라 어떤 리서치를 하나 궁금했다.) 구체적인 자료라도 많이 있으면 곡을 쓸 때 도움이 된다.

 

작가로서 리서치를 많이 했을 것이다. 리서치를 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을 것 같다.
추민주
  작년 정월에 유독 고독사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다. 고지서가 얼마나 쌓여 있고, 유서에는 어떤 글귀를 남겼는지 자극적인 내용이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닐 텐데 정초부터 불안감을 주려고 하나, 여러 생각을 들게 했다. 예전부터 ‘혼자’라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다양한 죽음의 절차들이 궁금했다. 어머니가 단칼에 해답을 주셨다. ‘돈이 있으면 다 해결된다고.’(웃음) 죽음의 종류에 따라 어떤 절차가 있는지 살피다가 무연고 사망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울시청 게시판의 공지를 보는데, 유독 디테일한 글이 있었다. 다른 공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밀한 글에서 행간이 읽혔다. 그 글을 쓴 직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 대신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담당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분들에게 독고정순의 영감을 얻게 되었다.

 

‘고독사’ 하면 노인들의 문제로 치부하기 싶지만, 현대 젊은이들도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추민주
  지금 널리 퍼져 있는 키워드가 ‘혼자 산다’이다. 혼자 식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다. 1인 가구가 엄청나게 늘었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커뮤니티가 단절된 채 죽으면 그게 고독사다. 사회가 감당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될수록 위험이 크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데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첫 곡 ‘어차피 혼자’는 노래 중간에 강노인의 통화 부분이 있다. 전반부가 쓸쓸함이 배어 있다면, 후반부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민찬홍
  가사의 흐름에 따라 썼다. 앞부분의 가사가 담담하고 심약한 어투였다면, 뒤는 그보다는 강하다. 인생이란 단어가 많이 반복되는데 앞부분과 선율은 같지만 리듬에 차이를 주었고, 음 길이도 길게 했다.

‘어차피 혼자’라는 제목은 아이러니하다. 자조적인 말이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을 품게 한다.
추민주  동료이자 멘토이기도 한 이정은 배우와 ‘사람은 어떤 존재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람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인 거 같다. 그것이 잘되면 기쁘고, 안 되었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내가 공연을 하는 이유나, 공연으로 구현하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빨래>도 그랬고. 내가 고독사를 다루려는 저변에는 그런 것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 알았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다. 그러니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에는 다양한 길이 있을 텐데, 그런 길들에서 우여곡절이 생기고 울고 웃고 하는 것 같다.

 

<빨래>도 그렇지만, <어차피 혼자>도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거나 나아지지 않는데도 희망을 발견한다.
추민주
  희망의 근거는 사람이니까. 희망의 기운을 얻었다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발견해서가 아닐까.

 

 

 

 

아파트 주민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한다. 아파트 값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그렇게 외로운 사람들도 자신의 이익 때문에 더 외로운 존재를 밀어내는 게 현실이다. 단편적인 요소지만 그런 점들이 작품을 더 풍부하게 해주었다.
추민주
  작년 ‘강남 고양이 학대 사건’ 기사가 많이 나던 때였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 땐데 생각해보니 아파트 주변에서 고양이를 보지 못한 거 같았다. 경비 아저씨가 죽이고 계신가. 정갈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학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드니 섬뜩하더라. 다행히 며칠 후 고양이를 발견해서 마음이 놓였지만, 암묵적으로 동참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어 심장이 뛰었다.


미디어 비판이나 선심성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추민주  미디어나 정치권도 시스템이 만들어낸 문제들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 미디어는 이야기를 생산해내고, 정치가들은 그걸 이용해 표를 얻고. 이를 통해 소외받은 자들의 환경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처음 구상보다 이런 요소들이 더 들어가긴 했다. 좀 더 치밀하게 녹여내고 싶다.

 

수수께끼도 중요한 요소로 사용된다. 수수께끼를 통해 심각한 상황에서 비약하는 느낌을 받았다.
추민주 
인생이 살면서 풀어가는 수수께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수수께끼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예전에 친구에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 악보집 뒤에 어린 시절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적어놓은 것을 보았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이렇게 재미있게 살았구나. 나이가 들면서 수수께끼가 없는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의 삶이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있는 삶이면 좋겠다.

 

‘수수께끼’라는 노래도 있다. 드라마틱한 곡이다. 이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었나?
민찬홍
  독고정순과 서산이 처음 만나 부르는 노래이다.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수수께끼의 의미가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 수수께끼는 독고정순을 상징한다고 봤다. 독고정순은 베일에 쌓인 인물이다. 독고정순과 서산이 알아가는 과정이 느리게 전개된다. 둘 사이의 미묘한 느낌, 둘의 관계를 암시하려고 했다. 그래서 노래 앞부분은 선율도 맞지 않고 불안하게 진행하다가, 후반부에는 듀엣으로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

 

독고정순과 서산의 관계가 묘하다. 로맨스 관계이긴 한데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달라 그 사이에서 긴장감을 주는 것이 매력이다.
추민주
  매력으로 봤다면 감사하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둘의 러브 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불만이더라. 결국은 러브 라인일 것이다. 둘이 이렇게 해서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했다. 수정 단계에서는 미묘하지만 조금 더 둘의 관계를 발전시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적으로는 둘의 관계를 어떻게 배치했나?
민찬홍  전반부와 후반부에 둘이 부르는 노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반에 둘 사이에 긴장감이 많았다면, 1막 마지막에 이르면 서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서로를 편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노래가 ‘그날 아침’이다.

 

‘마라톤’이라는 노래도 있지만 독고정순에게 달리기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달리기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자, 죽음으로 다가가려는 의지로 느껴진다.
추민주  최근 전국이 마라톤 열풍이었다. 왜 사람들이 미친듯이 뛰려고 할까. 마라톤은 혼자 달리지만 결국은 떼로 달리는 거다. 사람들은 달려서 죽음에 이르는 고통까지 가보려고 한다. 모두 부활하고 싶은 욕구라고 생각한다. 독고정순은 외롭고 힘들고 지친 인물이지만 그 내면엔 부활하고 싶은 욕구도 품었을 것이다. 마라톤은 죽음의 고통을 통과했을 때 부활하는 느낌을 주는 운동인 것 같다. 수정 단계에서는 독고정순의 재생하려는 욕구가 더 드러나게 하려고 한다.

 

‘마라톤’이라는 노래도 있다. 밝은 기운이 가득한 곡이다.
민찬홍
  가장 불만스러운 곡이다. 원래 의도는 힘들고 어려운 삶을 딛고 일어나는 느낌이 들길 원했는데, 쓰다 보니 희망찬 느낌이 강하게 표현됐다. 의도와는 다르게 힘들어하는 과정이 없어지고, 밝은 상태에서 노래하는 성격이 강해졌다. 밝음까지 가는 과정을 만들어주든, 어떤 식으로든 수정해야 할 과제이다.

 

리딩을 마친 소감이라면, 그리고 이후 <어차피 혼자>의 계획은?
민찬홍
  리딩을 하기 전에는 과연 어떤 것이 나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리딩에서 비록 거칠지만 작품의 색깔이 제시된 것 같다. 어려운 소재를 좋은 기회를 통해 선보일 수 있어 좋았지만, 소재의 난이도에 비해 고민할 시간이 적었다. 이제부터는 작가님에게 좀 더 고민할 시간과 여유를 드려야 한다.
추민주  이제 투자사도 만나야 하고, 그들과 작품을 올릴 기획을 짜야 한다. 작품의 색깔이 있어 일반적인 제작 방식이 아닌 색다른 방법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무얼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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