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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브라이언 힐 & 닐 바트람, 작은 책방에서 찾아낸 이야기[No.198]

글 |박보라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2020-03-10 4,961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브라이언 힐 & 닐 바트람
작은 책방에서 찾아낸 이야기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따뜻한 이야기로 10년 동안 사랑을 받았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생각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 브라이언 힐과 작곡가 닐 바트람이 한국을 찾았다.

 

 

한 편의 동화를 만드는 일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한국 공연이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생각나나.

힐_ 사실 모든 과정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한국 공연 제작을 맡은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의 뛰어난 능력을 믿었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마치자마자 한국에서 개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트람_ 우리는 한국 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신춘수 프로듀서가 이 작품이 한국 관객의 정서와 잘 맞을 거라면서 믿음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 작품이 알맞은 집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기쁘다.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한국 프로덕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바트람_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무대가 크게 느껴졌다. 한국 프로덕션은 두 주인공이 같은 방 안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잘 담은 무대가 인상적이다. 덕분에 작품에 딱 들어맞는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힐_ 한국에 오기 전부터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세심하게 무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인터뷰가 끝난 후에 영상 촬영을 위해 무대 위에 직접 올라갈 예정인데, 그때 무대 세트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볼 거다. 어제 처음으로 한국 공연을 봤는데 ‘계속 살아가’ 장면에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을 보고 뭉클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창작하게 되었나. 

바트람_ 브라이언과는 캐나다에서 배우로 처음 만났다. 난 언젠간 작곡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브라이언은 연출과 극작에 도전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운이 좋게 우리 두 사람에게 뮤지컬 작품을 만들어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바로 ‘하겠다’고 외쳤다. 그게 바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창작하기 몇 년 전부터 우정을 소재로 한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다. 창작 초반에는 남자와 여자의 우정으로 시작했다. 토마스는 원래 로즈마리라는 이름의 여자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남녀의 우정을 잘 그려내는 게 어려웠다. 고민 끝에 2명의 남자 주인공으로 틀어보았더니 문제가 조금 더 쉽게 풀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게 됐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힐_ 이 작품의 핵심은 일상생활 속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지만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며 산다. 이것은 닐과 함께 쓴 또 다른 작품 <상대성 이론>의 테마이기도 하다. <상대성 이론>도 서로 인지하지 못한 채 형성되는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에 녹여낸 본인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줄 수 있나. 

힐_ 누구나 평소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그래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경험이 있을 거다. 작품을 쓸 때 이런 크고 작은 경험을 많이 녹여냈다. 

바트람_ 지금 생각났는데 ‘래밍턴 선생님’이라는 곡을 쓰면서 나의 선생님이었던 래널드 선생님을 많이 떠올렸다. 물론 래널드 선생님은 수염도 없고 예뻤지만! 브라이언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녹아 있다. 그래서 종종 유년기 시절의 친구들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보면 굉장히 신기해한다.
 

창작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힐_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인 ‘나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처음에 연출가가 우리를 불러놓고 진지하게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며 이 노래를 빼자고 말했다. 닐과 함께 안 된다고, 이 노래가 꼭 이 작품에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나비’는 그렇게 살려낸 곡이다. 

바트람_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우리가 배우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훨씬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게 특징 아닐까 싶다. 배우가 어떻게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어떻게 장면을 연결해 나가야 하는지 상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피아노, 클라리넷 그리고 첼로 3중주로 음악을 구성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바트람_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는 처음에 9인조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그러다 두 명이 등장하는 공연에 이 정도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크다고 생각해 나중에 편곡 작업을 진행했다.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를 선택한 이유는 최소한의 연주자로 음악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구성이기 때문이다. 첼로는 감정적인 연주가 가능하고, 클라리넷은 생기발랄한 연주에 필요하다. 또 피아노는 주 멜로디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바트람_ 모든 사람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거나, 우정이라는 관계를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과 관객들의 경험이 맞닿는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친구들에게 ‘어렸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연락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힐_ 신춘수 프로듀서에 따르면 한국 관객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내면적으로 깊게 파고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공연을 보면서 객석은 정말 조용했고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배우의 대사를 바로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감정적으로 무언가가 다가와서 눈물이 났다. 관객들은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알았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 영화 <멋진 인생>이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등 구체적인 작품이 등장한다. 이런 소재를 차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힐_ 영화 <멋진 인생>이 주는 메시지는 ‘만약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다. 이것은 우리 작품의 내용과도 연결되어 있다.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서 사람들은 톰과 허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장례식을 치르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장례식장에 참석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것도 우리 작품과 맞닿았다. 또 <멋진 인생>에서는 천사 클라렌스가 항상 『톰 소여의 모험』을 들고 다닌다. 이렇게 두 작품,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까지 세 작품이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작품 속에서 앨빈의 죽음은 애매모호하게 표현된다.

바트람_ 맞다. 앨빈의 죽음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에서는 단 한 번도 앨빈이 자살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토마스마저도 앨빈이 죽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역시도 앨빈의 죽음을 확실하게 알기 어렵다. 앨빈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다. 우리는 관객에게 질문을 남겨놓은 것이다. 앨빈이 내린 선택의 이유를 고민하도록 말이다.


 

완벽한 파트너로 함께한다는 것

 

스스로 생각하기에 앨빈과 톰 중 누구와 더 가깝다고 느끼나?

바트람_ 날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쉬운 질문인데, 난 앨빈이다.

힐_ 닐이 앨빈이면 난 토마스겠지. 그래서 언젠가 닐과 ‘우리가 이 작품을 직접 공연하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노래도 많고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라 큰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토마스와 앨빈이 겪는 것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나.

힐_ 매일 일어난다. 물론 닐은 앨빈처럼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런 인터뷰를 하는 일도 없을 거다.

바트람_ 오늘 아침에도 우리는 토마스와 앨빈 같았다. 내가 인터뷰 전에 봉은사에 가고 싶다면서 계속 졸랐다. 사실 브라이언은 한국에서 첫 인터뷰라 조금 긴장된다며 거절했지만, 내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은 잠깐 봉은사에 들렀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하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공연이 되며 사랑받았는데, 소감이 어떤가. 

힐_ 한국에서 한 작품이 10년 동안 사랑받기는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공연을 직접 본 이후로는 ‘우리가 좋은 작품을 만들었구나’ 싶어서 행복했다. 오랫동안 공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번역한 정한솔 작가를 비롯해 모든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랜 시간 한국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꿈같다. 

바트람_ 한국 프로덕션은 어느 순간 성사됐다. 덕분에 한국에 처음 방문해 공연을 직접 보고 인터뷰를 했다. 이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 그동안은 유튜브를 통해서 짧게 클립 영상으로 한국 공연의 일부분을 봤고, 그동안 발매됐던 OST 앨범을 들었다. 실제로 무대를 보는 건 다른 기분이었는데 정말 행복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외에도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 

바트람_ 우리가 창작한 작품 전부 다 소개하고 싶다. (일동 웃음)

힐_ 신춘수 프로듀서와 한국 영화 <과속스캔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핀>을 작업하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가능하다면 이 작품을 선보이고 싶지만 아직은 확답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상대성 이론>이라는 작품도 내 생각엔 한국에서 굉장히 흥미롭다고 평가받을 것 같다. 

바트람_ <상대성 이론>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대학생들을 위해 쓴 작품이다. 직접 젊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창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집과 가족을 떠나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또 지금 브라이언과 함께 런던에서 1971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Bedknobs and Broomsticks'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작업 중이다.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메리 포핀스>와 비슷한 분위기인데, 상당히 따뜻하다. 빨리 완성해서 한국에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일이 있었다면?

힐_ 우리가 배우로 한 작품에 캐스팅되어서 만난 것. 이 일로 모든 것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바트람_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캐나다로 이주했고, 브라이언은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가끔 부모님이 ‘우리가 영국에서 계속 살고 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묻는데, 그때마다 ‘안 돼요. 그러면 저는 브라이언을 만나지 못했을 거 아니에요!’라고 한다. 정말 그랬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이것이 바로 내 인생 나비효과의 시작이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하지 않나. 두 사람이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바트람_ 오랜 시간 알아왔지만 상대방에게 종종 새로운 모습을 본다. 그때마다 ‘너 이런 면이 있었어?’ 하고 놀라게 된다. 이런 점이 우리의 우정이 계속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힐_ 종종 사람들이 상대에게 서운할 때는 없냐고 묻는데 그런 걸 느껴본 적은 없다. 만약 둘 중 하나가 예상외의 행동을 하면 ‘그거 좀 아닌 것 같아!’라고 종종 직언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해를 풀기도 한다. 무엇보다 닐은 쿨하고 멋진 사람이다. 주위 사람들을 항상 웃게 해준다. 
 

자신의 송덕문에 쓰였으면 하는 말이 있다면?

힐_ 어려운 질문이지만 고민해 본다면, 우리는 작가 그리고 작곡가로서 작품을 탄생시켰다. 세상을 떠날 때 ‘저 사람은 흥미로운 작품을 세상에 남겨놨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바트람_ 맞다. 우리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계속 공연되고 있을 테니까. 이런 점에서 이 작품에 많은 사랑을 보내준 한국 관객에게 정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작품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셔서 참 감사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8호 202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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