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 지원
새로운 기술, 무대와 만나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나 홀로 그대>는 인공지능 홀로그램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틱 드라마다. 인공지능이나 홀로그램 같은 과학 기술은 더 이상 드라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상을 넘어 실제로 구현된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 여기 기술을 무대로 확장한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지원사업과 선정 작품을 소개한다.
새로운 공연으로의 진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실험적인 시도를 펼치는 작품을 다양하게 개발한다는 목적으로 융복합 공연 예술의 발전에 높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시행된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지원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지원사업은 공연에 최신 과학 기술을 접목하는 예술가와 예술 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융합 예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4차 산업 시대에 동시대 기술을 활용한 공연 예술 작품을 개발하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모델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다섯 작품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공연됐다.
지난 2월 6일 플랫폼엘 컨템퍼러리 아트센터에서는 2019년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지원사업의 성과 발표회 ‘4IR 퍼포밍 아츠 컨퍼런스&스테이지’가 개최됐다. 성과 발표회에 앞서 ‘무대 제작을 위한 실시간 3D 렌더링의 가능성’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컨퍼런스에서는 공연 제작 과정에서 가상 프로덕션 시스템과 사전 시각화 작업, 가상 스튜디오, AR(증강현실) 중계방송 모델 등 3D 렌더링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실제 사전 시각화 작업을 통해 작품의 일부를 구현하는 리허설 과정이 시연됐다. 이어 발표자가 직접 3D 렌더링 기술을 사용해 무대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3D 렌더링은 현재 건축, 자동차, 영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미래의 모습을 음영 처리, 텍스처 매핑, 반사 및 모션 블러 등의 효과를 통해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무대 기술에 사용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극장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동일하게 입체적으로 극장과 무대를 구현하고, 실제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로 만들어진 AR 마네킹과 무대 소품 등을 가상 스튜디오로 배치해 무대 디자인을 설계, 수정한다. 이 기술을 무대 디자인에 사용할 경우 작업 과정에 오류를 줄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컨퍼런스 후에는 2019년 융복합 무대 기술 매칭지원사업에 선정된 다섯 작품의 성과 발표와 활용된 융복합 기술이 소개됐다. 마지막으로는 <굿, 트랜스 그리고 신명>이 공연되며 실제 작품에 적용된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드림워커 <커넥팅>
<커넥팅>은 SNS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행복하게만 보이는 사진 뒤에 숨겨진 아픔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프로젝트다. 카메라로 촬영한 배우의 연기를 무선 영상 송수신 시스템을 이용해 프로젝션 매핑으로 송출했다. 또 <커넥팅>을 위해 따로 커뮤니케이션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는데, 이 애플리케이션을 배우들과 관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했다. 배우들은 스마트폰의 채팅을 사용해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데, 관객들이 채팅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배우들의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했다. 이러한 모바일 인터랙션 과정이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요소가 됐다.
이스트허그 <굿, 트랜스 그리고 신명>
신내림을 트랜스(집중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형된 의식 상태 혹은 음악의 한 장르)라고 바라보고 인간의 뇌파 데이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무당의 행위와 연주를 통해 공동체에 위로를 건네는 한국 굿의 살풀이와 현대의 전자음악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바라봤다. 만신 김혜경의 황해도 굿을 참관하고, 서해안배연신굿 중요무형문화재 장구재비 조성연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내림을 위한 황해도 철물이굿을 음악적으로 융합한 것이 특징이다. 황해도 굿의 만세받이 장단, 일반 춤 장단, 빠른 춤 장단, 굿거리를 샘플링한 다섯 곡을 완성했다. 트랜스 상태에 있는 연주자의 뇌파 데이터를 측정하고 반응형 영상을 제작해, 연주와 함께 영상을 구현했다.
시적극장 <시적극장 2020>
<시적극장 2020>은 무대와 음악, 소리 중심의 극적 언어를 탐색한 작품이다. 획일화된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시적인 순간을 설치 극장으로 구현했다. 이 설치 극장은 하루 24시간을 한 시간으로 함축하여 빛과 소리로 표현한 공간이다. 배우는 등장하지 않고, 한 시간 분량의 영상, 음악, 소리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시간 제약 없이 작품을 체험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배우로서 의미를 가진다. 또 아레나 형식의 무대를 사용해 무대 안과 밖의 관객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루를 한 시간으로 압축한 음악과 소리를 구성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 사운드스케이프 매핑, 아날로그 홀로그램 등의 기술을 적용했다.
마방진 <데미안 라이브>
<데미안 라이브>는 연극 <데미안>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화려한 기술을 소개하기보다 <데미안>이 지닌 본질적인 주제를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작품은 라이브캠, 크로마키(두 개의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 인터랙티브(컴퓨터의 상호 작용을 이용한 기술)를 사용했다. 기존 연극 <데미안>에서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 방식을 수정했는데, 라이브캠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중계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무대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흰 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하고, 해당 벽에 반대편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또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해 싱클레어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몽규 프로덕션 <룩 세컨드 사이트>
<룩 세컨드 사이트>는 내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몸’을 낯설게 바라본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몸을 사용하는 무용, 몸을 바라보는 영상, 몸을 듣는다는 컨셉을 내세운 음악 세 장르가 융합된 작품이다. 5개의 일상 움직임과 11개의 텍스트 움직임을 무용으로 구성했다. 일상 움직임은 몸을 문지르거나 숨을 쉬는 등의 일상 속 움직임을 말하며, 텍스트 움직임은 대화의 일부를 몸의 움직임으로 새롭게 만들어 표현한 것이다. 카메라 퍼포머가 무용수를 촬영하면 여러 각도로 설치된 무대 위 패널에서 실시간 생중계 프로젝션 매핑 화면이 무대에 펼쳐졌다. 해당 기술을 통해 관객들의 시각을 확장했다는 평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8호 202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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