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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쇼노트 송한샘 프로듀서, 한 단계 더 도약을 위해 [No.196]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20-01-12 8,064

쇼노트 송한샘 프로듀서
한 단계 더 도약을 위해

 

2020년 가장 흥미로운 공연 라인업을 발표한 제작사는 쇼노트다. 지난 2005년, 낯선 뮤지컬 <헤드윅>을 국내 대표 스테디셀러 자리에 올려놓으면서 화려하게 비상한 쇼노트가 올해 선보이는 대형 신작은 무려 3편. 여기에 지금 한국 여성 관객들에게 가장 뜨겁게 환영받을 소극장 뮤지컬까지 포함된 탄탄한 라인업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와 2017년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해 최신 히트작으로 떠오른 <제이미>, 뉴욕에 이머시브 시어터 열풍을 더한 <더 그레이트 코멧>까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작품 스타일로 관객 공략에 나설 쇼노트의 흥미로운 도전이 향할 곳은 어디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더욱 성장하기 위한 변화

 

2018년 연극 <알앤제이>를 선보이면서 쇼노트만의 연극 시리즈를 정기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연말에 올라간 신작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도 그러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린 건가. 제작사로서 당연히 보유 콘텐츠를 늘려야겠지만, 뮤지컬과는 또 다른 성격의 연극 제작에 나선 이유는 뭔가.  공연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 않나. 관객들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만족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시리즈 연극을 하기로 한 이유도 거창하게 말하면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작품들 가운데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시작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결과가 예상을 빗나간 경우가 있었을 뿐이지. (웃음) 뮤지컬과 콘서트가 주력 장르이다 보니 연극을 자주 할 순 없겠지만, 우리 목표는 적어도 2년에 한두 편의 신작을 올리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시간에 맞춰 작품을 올리진 않을 거다. 
 

2020년 라인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올해만큼 쇼노트가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꾸렸던 적이 있었나 싶다.  라인업에 대극장 작품수가 늘어났다는 게 올해의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중소극장 규모의 작품을 제작하지 않았나. 회사 설립 초기에 우리가 대극장 작품에 욕심내지 않았던 이유는 쇼노트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는 소극장 뮤지컬 <헤드윅>이 크게 성공하면서 굳이 대극장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지난 2005년 <헤드윅> 국내 초연이 올라간 극장은 300석 규모였다. 이후 2008년부터 규모를 키워 400석 극장에 올랐고, 2016년 시즌부터는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 아래 700석 규모의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잘 키운 소극장 작품 하나 열 대극장 작품 안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창기 5~6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현재는 직원이 스무 명이 넘다 보니 아무래도 중소극장 작품만으로는 회사 운영에 한계가 있더라. 또 과거에 비해 제작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게 변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솔직히 200석 규모의 작품을 하든, 2,000석 규모의 작품을 하든, 작품을 준비할 때 들어가는 수고와 노력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대극장 라인업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한 것이다.
 

2017년에 선보였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이듬해 초연한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을 통해 대극장 뮤지컬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봤던 걸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큰 흥행 수익을 내진 않았다. 하지만 그 작품의 대본과 음악만 가지고 와서 국내 스태프들과 제대로 공연을 만들어낸 게 지금 현재의 쇼노트 라인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왜냐면 브로드웨이에서 2014년에 초연된 나름의 신작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한국에서 그 작품을 어떻게 만들지 관심이 높았다. 우리도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는데, 다행히 오리지널 작가가 우리 프로덕션을 보고 극찬해 주더라. <젠틀맨스 가이드> 같은 경우에도 대본을 쓴 로버트 L. 프리드먼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보고 브로드웨이를 제외하고 우리 프로덕션이 제일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해외 작품을 국내에 올렸을 때 원제작사 창작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으면 아무래도 해외 시장에서 우리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한 과거와 달라진 제작 환경이라면 제작비 상승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단지 배우 개런티뿐만 아니라 전체 인건비 상승률이 티켓 가격 상승률의 4~5배 정도 된다. 때문에 공연 한 편을 제작해서 수익을 내기가 정말 어렵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품을 올리는 것은 결국 제작사에게 위험 부담이 따르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작비 상승 문제와는 별개로 창작뮤지컬이 많아졌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인 것 같다. 특히 대학로에서는 창작뮤지컬이 대세라 라이선스 뮤지컬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2000년대만 해도 창작뮤지컬을 누가 보냐고 이야기했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가 담긴 공연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쇼노트는 지금까지 해외 작품들을 국내 시장에 소개해 왔지만, 시장 흐름에 따라 향후에 직접 창작뮤지컬을 제작할 계획도 가지고 있나.  안 그래도 1~2년 전부터 회사 내부에서 창작뮤지컬 제작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창작뮤지컬 시장이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을 역전할 시대가 올 텐데,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창작뮤지컬을 개발해 하루라도 빨리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게 회사 내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사실 이전에도 창작뮤지컬 제작에 대한 고민이나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지나치게 신중하게 검토하다 보니 가능성 하나만 보고 선뜻 작품을 제작할 용기를 못 내겠더라. 그리고 예전엔 우리가 아예 작품 구상 단계부터 참여해야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좀 더 비즈니스 마인드로 생각해 보니 누군가 쓴 대본과 음악을 가지고 작품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창작 모델 중의 하나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 독회 공연이나 쇼케이스 공연 같은 워크숍을 열심히 보러 다니고 있다.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작품 색깔이라는 게 있을 텐데, 작품 선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나.  작품을 제작할 때는 오늘날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인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단지 작품이 지닌 메시지가 유의미한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통하는 이야기여야 웃음이든 감동이든 뭔가를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일하면서 즐거울 수 있고 상업적으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하는데, 결과가 항상 예상처럼 흘러가진 않더라. 그래서 이왕이면 우리가 했을 때 더 잘 만들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아마 다른 제작사들도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의미 있는 행보

 

올해의 라인업 가운데서 뮤지컬 팬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은 <제이미>와 <리지>가 아닐까 싶다. <제이미>는 2017년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한 신작인데,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한국 공연을 성사시킬 수 있었나.  일단, <제이미>는 공연이 너무 좋았다.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이라 쉽게 한국 공연을 결정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관객 정서상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드래그퀸 이야기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드래그퀸이 되길 꿈꾸는 고교생 제이미를 통해 ‘네가 드레스를 입어야 드래그퀸이 되는 게 아니라 네 모습 자체가 드래그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드래그퀸을 소재로 자기 자신의 페르소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울림을 줄 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중국 제작사인 AC 오렌지와 함께 공연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먼저 선보인 이후에 중국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제이미>는 드래그퀸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이미 오래전에 같은 소재의 <헤드윅>을 성공시킨 쇼노트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소재만 같을 뿐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  맞다, <제이미>는 무엇보다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님이 이혼해 엄마와 함께 살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제이미를 통해 가족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 제이미의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극 중 상황은 우리나라 관객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다. 보는 사람에 따라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다양해서 더욱 좋은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음악이 70퍼센트 이상의 몫을 하는 작품이라 더욱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 싶었다. 현대 감각에 맞게 세련되게 디자인된 음악이 굉장히 좋다.
 

4인조 여성 록 뮤지컬 <리지>는 공연 소식이 알려졌을 때, 여성들의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는 뮤지컬 팬들에게 굉장히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인데, 어떤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나.  국내 공연계에 여성 배우들만 등장하는 작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선구자 위치를 점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작품 자체의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리지 보든의 살인 사건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지 않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참신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고, <리지> 역시 <제이미>처럼 음악이 너무 매력적이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여성 보컬리스트를 한자리에 모은다면 그 파워풀함으로 승부가 날 것 같더라. 아직 캐스팅 공개 전이지만,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을 섭외했기 때문에 아마 공연을 보는 내내 귀가 뻥 뚫리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뉴욕에 이머시브 시어터 바람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더 그레이트 코맷>은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쇼노트가 투자에 참여했던 작품이다. 국내 초연은 해외 프로덕션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대본과 음악을 가지고 새롭게 만들 거라 들었는데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뭔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웃음) 사실 현실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브로드웨이처럼 극장 전체 공간을 다 개조하긴 힘들기 때문에 오리지널 프로덕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브로드웨이 공연하고 똑같이 할 수 없을 거라면 작품 컨셉을 유지한 채 우리 현실에 맞게 재창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게 우리의 판단이었다. 한국 초연이 올라갈 유니버설아트센터를 만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는데, 극장 내부 디자인 자체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보니 톨스토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랑 잘 어울릴 것 같다. <더 그레이트 코맷>은 이머시브 시어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슬립 노 모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 참여형의 공연은 아니고, 무대 구성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라 우리가 그 적정선을 잘 찾으면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쇼노트의 내년 뮤지컬 라인업 가운데서 흥행 성과와는 상관없이 프로듀서로서 가장 의미 있을 것 같은 작품은 뭔가.  어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미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게 아니라 밥상을 직접 차려야 하지 않나. 이번 <더 그레이트 코멧>을 통해 이러 스타일의 공연도 있다고 새로운 밥상을 한 번 차려보고 싶다. 우리가 잡은 <더 그레이트 코멧>의 공연 키워드는 ‘크레이지’인데, 관객에게 광란의 경험을 선사하려면 배우도 미쳐야 하고, 무대의 모든 요소가 미쳐야 한다. 그래서 굉장히 과감한 모험을 할 예정이다. 만약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그 자체로 대극장 뮤지컬 역사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05년, 쇼노트가 처음 출발했을 때는 젊은 집단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 어느덧 설립 15주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공연계에서 어떤 책임감을 느끼나.  

다른 업계 사람들에게 쇼노트의 강점으로 인정받는 것 중 하나가 회계 투명성이다. 외부에서 쇼노트는 기업 마인드로 회사를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이렇게 칭찬받는 부분을 키워서 공연계에서 좀 더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대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강력한 브랜드가 돼서 훗날 쇼노트에 입사할 직원들이 부모님께 “쇼노트에 붙었다”고 하면, “잘됐다,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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