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작산실
각양각색의 이야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선정작은 매해 연말 뮤지컬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식이다. 올해도 역시 지난해 4월 약 30분 분량의 쇼케이스 공연을 통해 선정된 네 편의 신작이 줄줄이 관객과 만난다.
평범해서 특별한 신화
<안테모사>
극작_오혜인, 작곡_강혜영, 연출_심설인
2019 창작산실 선정작 뮤지컬 부문의 첫 번째 작품.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님프 ‘세이렌’이 살았던 섬 안테모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눈여겨볼 점은 그리스 신화 속 배경과 인물들의 이름을 빌려 와 캐릭터와 공간 설정부터 모든 부분을 새롭게 창작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평범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울창한 자작나무 숲. 깊은 숲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신비로운 소녀 몰페, 츤데레 할머니 페이시노에, 순수한 할머니 텔레스가 주인공이며, 넝쿨과 고물로 뒤덮인 세 사람의 작은 오두막집 ‘안테모사’에 우체부 소년 제논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인 심설인의 설명에 따르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처럼 표현하는 게 이 작품의 의도다. 신예 강혜영이 작곡을 맡은 뮤지컬 넘버는 총 24곡으로, 클래식 사운드부터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킹키부츠>의 ‘엔젤’로 사랑받았던 한선천이 안무가로 참여해 관심을 모은다.
2019년 12월 21일~2020년 1월 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잊을 수 없는 뜨거운 봄
<봄을 그대에게>
극작_이은혜, 작곡_류찬, 연출_박소영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다룬 작품. 대학교 신입생 명하와 그가 좋아하는 선배 수인을 중심으로, 민주화 열망이 뜨거웠던 시대를 살아간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87년, 봄>이란 학내 공연으로 출발했으며, 이듬해 충무아트센터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에 선정돼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이야기는 1987년 봄,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명하가 격렬한 시위 현장에서 그동안 찾고 싶었던 수인을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된다. 민주화를 위해 군부 독재에 맞서려는 학생들의 뜨거운 이야기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전해 쇼케이스 공연 당시 정식 공연화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창작자들은 과거에 멈춘 역사가 아닌 현대에도 통하는 시의성 있는 이야기로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지난해 우란문화재단에 올라간 음악극 <섬:1933~2019>으로 좋은 평을 받은 박소영이 연출을 맡는다.
2월 22일~3월 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버티는 삶을 위한 위로
<비아 에어 메일>
극작_한지안, 작곡_채한울, 연출_김동연
1931년에 발표된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 연예 매니지먼트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가 처음 제작하는 뮤지컬이다. 원작 소설은 상업 항공이 탄생하던 초기 시대에 위험한 야간 비행을 감수해야 하는 항공 우편국 사람들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실제 작가 겸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아르헨티나 야간 항로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뮤지컬은 원작 소설과 동일하게 192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하는데, 작곡가 로즈와 그녀의 남편인 우편 비행사 파비앙이 주인공이다. 아픈 동료를 대신해 비행에 나선 파비앙이 예상치 못한 폭풍에 휘말려 돌아오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생의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라는 원작 소설의 대사처럼,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책무를 다하는 사람들을 통해 각자의 인생에서 험난한 ‘야간 비행’을 펼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게 창작 의도다.
3월 7~1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삶이라는 예술
<아티스>
극작_박예슬, 작곡_남궁유진,연출_장우성
천재적인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한 편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 그런데 재능이란 뜻의 라틴어 제목을 쓴 <아티스(Artis)>가 주목하는 것은 자신의 삶이란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재능에 대한 이야기다. 극 중 배경은 19세기 말, 예술가들의 도시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 궁핍하지만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작곡가 에릭, 가진 건 많지만 사고로 가족을 잃어 혼자가 된 파트릭, 남몰래 화가를 꿈꾸는 무명의 서커스걸 엘로이즈,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작곡가 지망생 마티스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자기중심적인 천재 에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네 인물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면서, 진실하고 건강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가령,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행위가 상대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 극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 엘로이즈는 여성이 예술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시대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남긴 프랑스의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3월 21~2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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