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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2020년 웨스트엔드 라인업 [No.196]

글 |조연경 공연 칼럼니스트 2020-01-05 5,822

2020년 웨스트엔드 라인업 

 

새해가 되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작품들. 2010년대를 지나 2020년대를 여는 올해, 웨스트엔드에서는 어떤 공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까. 새롭게 돌아오는 고전 뮤지컬 <레 미제라블>과 <카루셀>. 뮤지컬로 거듭난 인기 영화 <백 투 더 퓨처>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여기에 우피 골드버그, 베벌리 나이트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함께하는 무대까지, 2020년 관객을 설레게 할 공연을 미리 모아봤다. 

 

해가 바뀌어도 든든한 작품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에서 사실 줄리엣이 죽지 않았다면? <& 줄리엣>은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에 작곡가 맥스 마틴의 역대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9년 여름 맨체스터를 거쳐 11월 런던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2020년 7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을 보면 백스트리트 보이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셀린 디온,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대형 팝가수의 히트곡이 한 작곡가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빚어낸 뮤지컬 창작진의 솜씨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2019년 10월 브로드웨이에서 웨스트엔드로 넘어온 <디어 에반 한센>도 5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청소년의 불안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현대적인 음악이 돋보인다. 오랫동안 웨스트엔드 중심가에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던 퀸스 시어터의 개축 문제로 잠시 공연이 중단되었던 <레 미제라블>은 지난 12월 손드하임 시어터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한 극장에서 새 프로덕션으로 문을 열었다. <레 미제라블>의 상징이었던 회전무대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새 옷이 잘 어울리는지 궁금한 관객들로 인해 한동안 극장이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대서양을 건너온 작품들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공연한 작품이 이내 웨스트엔드로 넘어오는 건 이제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은바, 올해는 <프리티 우먼>이 런던 공략에 나선다. 2018년 시카고 초연을 거쳐 브로드웨이 공연까지 마무리한 이 작품은 1990년 개봉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오는 2월 피카딜리 시어터에서 개막하는데, 이미 야심차게 1년 치 티켓을 오픈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원작의 구시대적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웨스트엔드 공연은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제이크 질렌할과 애널리 애쉬포드의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던 손드하임의 뮤지컬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는 뉴욕 프로덕션 그대로 6월부터 세 달간 런던 사보이 시어터에서 공연한다. 투어 공연으로 한국에 먼저 들렀던 <시스터 액트>도 여름에 런던을 찾는다. 보기 드물게 큰 극장에서 짧은 기간 공연한다 싶더니 원작 영화의 주연이었던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다고!



 

친숙한 인기 영화의 뮤지컬화

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 제작 트렌드는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된다. 먼저 드림웍스의 1998년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가 뮤지컬로 찾아온다. 2015년부터 뮤지컬화를 추진해 온 작품으로, 긴 노력 끝에 2020년 도미니언 시어터에서 이전 공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버전을 초연할 예정이다. 1985년 영화가 원작인 <백 투 더 퓨처>는 2월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을 올린다. 본래 2015년 공개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제작이 늦어지면서 맨체스터를 거쳐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게 되었다.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을 이용한 시간 여행이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와 더불어 1993년도 로맨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무대로 옮긴 <슬립리스>도 런던에서 초연을 올린다.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신작으로 1950년대 인기를 누린 미국의 R&B 그룹 드리프터스의 음악을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 <더 드리프터스 걸>이 있다. 믿고 듣는 가수 베벌리 나이트가 주연을 맡아 그룹을 성공으로 이끈 전설적인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9월 뉴캐슬 시어터 로열을 거쳐 10월 웨스트엔드 개릭 시어터에 당도한다.

 

믿음직한 극장의 특별한 신작

여름밤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야외극장 리젠트 파크 오픈 에어 시어터의 2020년 라인업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은 신작 뮤지컬 <101마리 달마시안>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유명한 그 작품이 맞다. 뮤지컬은 1956년 출간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새롭게 탄생하는데, 무엇보다 101마리 달마시안을 퍼펫으로 구현하는 도전에 이목이 집중된다. 라인업에 오른 또 다른 작품으로는 해머스타인의 고전 뮤지컬 <카루셀>이 있다. 2016년 리젠트 파크 오픈 에어 시어터에서 파격적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선보인 연출가 팀 쉬더와 안무가 드루 맥코니가 다시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은다. 주로 연극을 공연하지만 꾸준히 뮤지컬도 올리고 있는 올드 빅 시어터는 1983년 스코틀랜드 영화 <로컬 히어로>를 뮤지컬로 옮긴다. 로열 라이시움 시어터 에든버러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2019년 에든버러 공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스코틀랜드 해변의 작은 마을을 매입하려고 온 텍사스 정유 회사 임원이 그 마을에 매료되어 특별한 일을 꾸미는 내용이다. 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마크 노플러가 영화 음악에 이어 뮤지컬 음악을 책임지고, 뮤지컬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닥터 수스의 로렉스>에 참여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가 각색을 맡는다. 

 

기대되는 연극 5편                        


                                                                                              

극작가 톰 스토파드가 5년 만에 신작을 공개한다. ‘레오폴트슈타트’는 비엔나의 유대인 거주구역을 뜻하는 지명으로, 작품은 20세기 전반에 그곳으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던 부유한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극 <클로저>를 쓰고 연출한 패트릭 마버가 연출을 맡았다. 유명 극작가와 연출가가 손잡은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웨스트엔드 윈덤 시어터에서 1월 25일에 개막해 6월 13일까지 공연한다.

 

<4000 Miles>

올드 빅 시어터의 예술감독 매튜 워처스가 티모시 샬라메를 무대로 데려온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국의 극작가 에이미 헤어조그의 연극 <4,000 마일>이 그의 데뷔 무대가 될 예정. <4,000마일>은 자전거로 국토를 횡단하던 손자가 할머니 혼자 사는 뉴욕 집에 갑자기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티모시 샬라메의 상대역은 영국을 대표하는 ‘데임’ 중 하나인 아일린 앗킨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메리 여왕 역을 맡아 우아한 위엄을 보여줬던 대배우가 한창 떠오르는 젊은 배우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제시카 차스테인도 <인형의 집>의 노라로 웨스트엔드 무대에 처음 선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성공으로 이끈 제이미 로이드 연출의 <인형의 집>은 6월부터 플레이하우스시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제이미 로이드는 스타 배우를 데리고 세련된 연출의 고전극을 올리는 작업을 자주 해왔다. 과연 그의 방식이 이번에도 성공을 거둘지 궁금하다. 물론 제시카 차스테인이 연기하는데 안 좋을 수가 있으랴 싶지만.

 

영 빅 시어터의 새해 첫 작품 역시 <노라: 인형의 집>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극작가 스테프 스미스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지난 100년간 여성 인권이 변화해 온 과정을 그려낼 예정이다. 여성 참정권을 위해 투쟁하던 시기부터 1960년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노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출은 엘리자베스 프리스톤이 맡았고, 2월 6일부터 프리뷰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극작가 로라 웨이드의 연극 <더 왓슨스>가 웨스트엔드에 입성한다. 2018년 치체스터 페스티벌 시어터, 이듬해 오프웨스트엔드 메니에 초콜릿 팩토리에서 매진을 기록한 데 힘입어 2020년 해롤드 핀터 시어터 공연이 확정됐다. 제인 오스틴의 미완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인다. 남편 후보를 꼽아가며 결혼 성사에 힘쓰는 모습이 지극히 ‘제인 오스틴’스럽지만, 로라 웨이드의 상상력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소설 속 인물이 작가에게서 버려진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5월부터 시작되는 공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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