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브로드웨이 라인업
2020년 브로드웨이 시즌에서는 새로운 이야기와 음악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퓰리처상, 뉴욕평론가협회상, 드라마데스크상, 토니상을 휩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작가 토니 쿠쉬너와 뮤지컬 <펀 홈>의 작곡가 지닌 테소리의 뮤지컬 <캐롤린 혹은 변화>가 신작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2020년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리바이벌 작품들은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와 음악을 소재로 한 신작들이 개막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거장들의 리바이벌
2020년 브로드웨이는 그동안 세계 뮤지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새롭게 돌아올 전망이다.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첫 스타트를 끊을 작품은 오랫동안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성을 따르는 작품은 1957년 제롬 로빈스의 안무와 연출로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1961년 영화로도 제작됐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고전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이번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벨기에 출신 연출가 이보 반 호브가 참여한다는 것. 이보 반 호브는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린 연출가로, 얼마 전 그의 대표작인 연극 <로마 비극>이 한국에 소개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게다가 올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메이크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는 연극 <앤젤스 인 아메리카>의 작가 토니 쿠쉬너가 각색에 참여하고, 뮤지컬 <카루셀>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토니상을 받은 안무가 저스틴 펙과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팀을 이뤘다고 하니 2020년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오는 3월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개막하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는 뉴욕의 뮤지컬 팬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지난 2018년 주인공 바비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꾼 젠더스와프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웨스트엔드 버전이다. 젠더스와프 캐스팅 외에도 이번 <컴퍼니>가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연극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앤젤스 인 아메리카>의 마리안느 엘리엇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원작자 스티븐 손드하임과 직접 협업한 엘리엇은 현 시대의 인간관계와 결혼에 대해 개인이 겪는 고민과 불안을 반영하여 캐릭터, 대본, 가사를 대폭 수정했다.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 출연한 전설의 배우 패티 루폰이 그대로 출연하고, 주인공 바비 역에 뮤지컬 <더 밴드 비지트>로 토니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카트리나 렝크가 무대에 오른다.
또 <헬로 돌리!> 2017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연출가 제리 잭스가 <뮤직맨>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맡아 10월에 공연한다. 작품에 참여할 화려한 캐스팅이 공개됐는데,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의 스타 배우 휴 잭맨, 토니어워즈 수상자 서튼 포스터, 그리고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으로 드라마 데스크상을 받은 제퍼슨 메이스가 출연을 확정했다. 작품은 지난해 초에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에서 놈 루이스와 제시 뮬러 주연, 가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아담 파스칼 주연으로 각각 다른 프로덕션으로 제작되어 공연된 바 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되며 미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향한 기대감이 높다.
봄 시즌을 책임질 풍성한 라인업
영국 뮤지컬 <걸 프롬 더 노스 컨트리>가 3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다. 밥 딜런의 노래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로, 2017년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인 후 지난해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퍼블릭 시어터에 공연됐다. 대중 음악가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에 이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밥 딜런의 가사가 포크송 선율과 어우러져, 1930년대 암울한 미국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퍼블릭 시어터 공연 당시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이 과연 브로드웨이에서는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또 다른 3월 개막작인 <다이애나>는 안타까운 사고로 떠난 영국 왕비 다이애나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컴 프롬 어웨이>로 토니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애슐리가 연출을 맡았다. 록 밴드 본조비의 멤버이자 뮤지컬 <멤피스>의 작곡가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작곡을 맡고, LA의 라호야 시어터에서 개막했다. 공연 당시 호평은 받지 못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국 왕실이자 미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다이애나의 이야기인지라 작품을 향한 관객들의 궁금증이 높다.
웨스트엔드의 화제작 <식스> 또한 영국 내 투어 이후 호주와 미국 내 투어를 마치고 마침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다. 헨리 8세의 여섯 아내들의 이야기를 팝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헨리 8세로 인해 누가 더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차례로 노래하면서 그룹의 리드싱어를 정한다는 이야기다. 팝을 기반으로 한 중독성 있는 음악과 모든 캐스트가 다양한 인종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이미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보유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토니상 각본상을 거머쥔 뮤지컬 <투씨>는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리지만, 여장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또 다른 코미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킹키부츠>의 작가이자 배우인 하비 피어스타인이 조연으로 출연한 1990년대 코미디 영화 중 하나로 유명한데, 로버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프로덕션은 지난해 한국에서 소개된 바 있는 <썸씽로튼>의 크리에이티브 팀과 연출가 제리 잭스가 만들고, <썸씽로튼>, <비틀주스>의 롭 맥클루어가 출연한다. 시애틀에서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치고, 4월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을 예고했다.
기대되는 연극 5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에드워드 올비가 대본을, 뮤지컬 <위키드>의 조 만텔로가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첫 공연 이후 약 60년이 지났지만 꾸준히 공연되어 왔다. 특히 <인형의 집 두 번째 이야기>로 토니상을 받은 로리 멧칼프가 다섯 번 연속으로 브로드웨이 연극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다. 국내에서는 최근 국립극장 NT Live를 통해 이멜다 스턴튼 주연의 영국 내셔널 시어터 프로덕션 버전이 상영된 바 있다.
웨스트엔드, 뉴욕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호평을 받은 연극 <리먼 트릴로지>가 브로드웨이에서 오는 3월 정식 개막한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다룬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연극 <페리맨>으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샘 멘데스가 참여한다. 지난 파크애비뉴 아모리 공연 당시 매진 성황을 이룬 만큼 이번 브로드웨이 개막에 큰 관심이 쏠린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매튜 브로데릭과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브로드웨이에 오랜만에 돌아온다. 실제 부부인 이들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는 연극 <플라자 스위트>는 브로드웨이에서 4월 정식 개막할 예정이다. 닐 사이먼의 희곡으로, 다른 시간 속에 플라자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세 쌍의 부부 이야기를 보여준다.
연극 <필로우맨>의 작가이자, 최근 영화 <쓰리 빌보드>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받은 마틴 맥도나의 연극 <행멘>이 브로드웨이에서의 첫 무대를 갖는다. 작품은 오프브로드웨이의 아틀랜틱시어터컴퍼니 프로덕션과 웨스트엔드의 로열코트시어터 프로덕션을 거쳤다. 지난 2016년 올리비에 어워즈 연극 부문에서 작품상과 무대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브로드웨이 공연 또한 연출가 매튜 던스터와 무대 디자이너 안나 플레슐러가 참여한다.
퓰리처상 파이널리스트이자 배우 트레이시 레츠가 쓴 연극 <더 미닛츠>가 브로드웨이에 정식 개막한다. 연극 <스트레이트 화이트맨>으로 배우 아미 해머와 호흡을 맞춘 연출가 안나 샤피로가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브로드웨이에서 재회할 예정이라고. 작가 겸 배우 트레이시 레츠가 직접 출연하며, <뷰티풀: 더 캐롤 킹 뮤지컬>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제시 뮬러도 출연을 확정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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