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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ATIVE MINDS] <클라라> 김보라·이유진·신은경 [No.99]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2012-01-02 5,613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 공연이 끝나고 창작자와의 대화의 시간. 사회자가 등장해 늘 하는 말이 있다. 이번 리딩 공연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니 작품이 발전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클라라> 팀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이 팀은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지만 정작 리딩에서는 반밖에 내어놓지 못했다. 반쪽만을 보여준 리딩 공연이었지만 무대에 올려놓고 보니 고민이 명확해졌다. <클라라> 팀의 김보라ㆍ이유진 작가, 신은경 작곡가에게 굴곡 많았던 과정을 들어본다.

 

*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 <클라라>의 리딩 장면은 더뮤지컬 홈페이지(
www.themusical.co.kr) 멀티미디어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작품 설명
음악사에 길이 남을 러브 스토리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의 이야기는 그들이 남긴 음악만큼 감동을 준다. <클라라>는 이들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슈만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뒤셀도르프에 온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슈만은 브람스의 음악적 재능을 높이 사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고 <음악신보>에 소개한다. 그러나 정작 슈만은 <라인 교향곡>을 작곡하던 중 환청과 아편 중독 증상에 시달린다. 재능 있고 젊은 작곡가 브람스를 질투하고, 클라라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슈만은 결국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병원 치료를 받는다.

 

실재하는 인물들을 소재로 삼았다. 어느 정도 일화가 알려져서 팩트와 픽션을 구성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김보라 
영화도 보고 자료 조사도 많이 했다. 작품에 들어가다 보니까 그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더라. 그 사람들의 감정이 중요한데 팩트를 이어가려다 보니 감정을 전개하기가 어려웠다. 분홍 물고기 장면이나 정신병원 장면은 새롭게 구성해서 넣은 신이다. 팩트를 전개시키다 보니 원래 생각했던 신들이 많이 바뀌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창조하게 된 것인데 그것을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사실에 기인한 작품들은 결국 어떤 것을 축소하고, 부각할 것이며, 또 변형할 것인가에 따라 창작자의 해석, 작가적 시각이 드러난다.
이유진  처음부터 사랑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그들의 관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무척이나 사랑했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사랑했을까를 찾아가려고 했다. 예술가다 보니 감정에 더 솔직하고 예민했을 것이다. 사랑이란 큰 카테고리 아래 클라라는 열정, 슈만은 질투, 브람스는 낭만이라는 하위 카테고리를 두었다. 사랑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팽팽하게 맞섰어야 하는데 이번 리딩에서는 거기까지 보여주진 못했다.


클라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고 했는데 리딩 공연에서는 슈만이 주인공 같았다.
이유진
  클라라는 상징적인 존재로 현실에서 사랑의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이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것은 슈만과 브람스의 갈등이 팽팽히 맞서서 진행되게 하려고 했다. 슈만의 캐릭터는 도드라진 반면 브람스는 리딩 공연 때까지 캐릭터를 완성하지 못해서 애초 의도가 살지 못했다.
김보라  리딩이 끝나고 스토리를 당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슈만의 정신 질환으로 시작을 하다 보니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브람스와 클라라가 그저 끼어드는 방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클라라나 브람스의 캐릭터를 먼저 구축한 이후에 갈등하는 장면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 이유진


클라라의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나?
이유진
  클라라는 당시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작곡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사람이다. 슈만의 곡을 클라라가 작곡한 것은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 당시 사회적인 여건상 여성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예술적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했다. 그녀는 예술적인 열망이 가득하고 사랑에 진취적이고 솔직했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어디까지 욕망을 드러낼 수 있을까 싶었고, 사회적 제한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을 흥미롭게 보았다.
김보라  슈만은 클라라를 만나서 140여 곡을 작곡하고 브람스도 그녀를 사랑해서 평생을 혼자 살았다. 슈만과 브람스가 클라라를 어떻게 사랑했길래 이런 예술적 성취를 얻었을까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나도 저런 사랑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했다. 그러다 보니 슈만이나 브람스보다 클라라가 어떻게 사랑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했던 것 같다.
신은경  이번 리딩에서 조금 아쉬웠던 게 클라라가 순종적으로 보여졌는데 좀 더 격해지기를 바랐다. 틀에 박혀 있는 인물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하는 그런 매력이 드러났으면 했다.

 

브람스는 이번 리딩에서 캐릭터를 완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 어떤 인물로 만들고 싶었나?
이유진
  로맨틱하고 순수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사랑에 빠지면 앞뒤 안 가릴 것 같은 순수한 사람. 대학교 신입생같이 멋모르고 행동하는 거 있지 않는가. 굉장히 순수하기 때문에 클라라도 끌릴 수밖에 없는, 조정석이나 이율 같은 배우가 주는 느낌을 생각했다. 
                                                  

브람스와 클라라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클라라는 자신이 작곡한 ‘시간이 이대로’를 부른다. 작곡가로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곡일 텐데
신은경
  ‘시간이 이대로’는 공모 때 이미 완성된 곡이었다. 원래는 브람스와 클라라 듀엣으로 부르는 곡이었는데 리딩에서는 클라라 솔로로 바꿨다. 슈만만 이런 곡을 작곡할 줄 알았는데 클라라도 이런 곡을 만드는구나 하는 것을 브람스가 알게 되는 장면이다. 아예 클래식으로 풀기엔 무리수가 있어서, 피아노 위주로 편성하고 다른 악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약간의 낭만적인 색채가 드러날 수 있도록 화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화성에 테크닉적인 요소를 넣었다. 끝나고 나니까 보완할 점들이 보이더라.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신은경
  준비할 때는 연주도 해야했고, 배우랑 밴드의 호흡도 신경 쓰다 보니 큰 틀을 보지 못했다. 클래식 음악을 기대하고 왔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작품을 처음 본다는 입장으로 리딩 영상을 보니까 이해가 됐다. 슈만의 테마 중 유명한 곡이 아니더라도 기존 곡을 변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곡들이 점층적으로 주고받는 긴장감이 없이 그 한 곡으로 끝나고 마는 경향이 있는데 음악 구성을 좀 더 치밀하게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람스 곡들은 어쿠스틱 기타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나도 몰라’나 ‘포르테 포르테’ 등 비슷하게 전개되어서 아쉬웠다.                                                                            ⓒ 신은경

 

캐릭터마다 고유의 악기를 배정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악기를 선택했나?
신은경
  클라라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고 또 피아노가 음역의 폭도 넓고 다이내믹하다. 그런 악기의 특성을 캐릭터에 묻어나게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반영하질 못했다. 브람스는 20대의 열정과 로맨틱한 모습을 가진 캐릭터이다. 그래서 어쿠스틱 기타로 감미로운 느낌을 잘 표현하려 했다. 반면 슈만은 대조적으로 일렉트로닉 기타를 선택했다. 기타는 같지만 둘의 성격이 다른 면을 악기에서 보여주려고 했다.

 

작품 속에서 동화 ‘분홍 물고기’는 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비유의 힘이 약하게 느껴졌다.
김보라
  분홍 물고기에 클라라를 바라보는 슈만과, 슈만을 바라보는 클라라가 다 들어있게 하고 싶었다. 물속에 가라앉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은 슈만의 이야기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는 클라라이고, 또 클라라가 바라보는 슈만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의 초점이라기보다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분홍 물고기에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유진  인상이 강해서 분홍 물고기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장면 자체가 주는 인상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것이 유기적인가 하는 것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작가가 두 명인 경우는 흔치 않은데 어떻게 작업을 했나?
이유진
  트리트먼트를 쓸 때는 둘이 붙어서 썼다. 대본을 쓰는 과정도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각자 써와서 서로 의견을 나눴다. 트리트먼트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서로 쓴 것을 주고받고 상의를 하면서 진행했다. 언니(김보라)가 안 풀리는 지점이 있다고 하면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서 참고해보라고 제안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작가가 둘이어서 힘들지는 않았나?

김보라  원래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라 초반에 친하지 않았을 때는 서로 예의를 차리느라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막판으로 갈수록 서로 요구할 것들을 편하게 요구하고 오히려 내가 가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유진  언니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어서 나와 작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팀에서 내 포지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마음이 컸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역량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부담은 덜했던 것 같다.


이유진 작가는 기자 생활을 해서 작품 안에 있기보다는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할 것 같은데, 그것이 창작에 영향을 주나?
이유진
  아무래도 절제하게 된다. 이게 어떻게 보일 것이고, 평가될 것인지에 대해 판단이 앞설 때가 많다. 작품에 푹 빠져들지 못하니까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포지션이 작품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내 비평적인 시각이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작품이 충분히 창작자들의 시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이유진
  작품을 한번 만들어볼까 하고 트리트먼트를 작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주였다. 메시지에 대한 것들, 사건의 전사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작업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극을 완성해야 하니까 그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갈피를 잡지 못한 부분이 있다. 2부까지 다 썼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펼쳐놓으면 앞으로의 작업이 더 힘들 것 같아서 일단 줄여 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보여주진 못했지만 성공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리딩을 올렸을 때 드러난 문제들이 몰랐던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가 고민이다.
김보라  리뷰를 받아보았는데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후 <클라라>의 계획은?
이유진
  창작팩토리나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 지원해볼 생각이다. 주변에 창작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번에 해보면서 든 생각은 실제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술에 완성이 없지 않나. 정해진 기간 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리딩이 첫 번째 계기였다면 다음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은경  <클라라> 연습을 이 건물(카페 씬)에서 했는데 그때부터 여기가 <클라라>랑 어울리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이런 장소에서 발전된 공연을 워크숍 형태로 보여주고 싶다.

 

ⓒ 김보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9호 2011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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