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페라의 유령>
월드 투어의 첫 기록
7년 만에 다시 역사가 시작되는 <오페라의 유령> 월드 투어. 오는 12월 부산 개막에 앞서 주요 스태프와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다. 행사 첫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갈라 콘서트 현장까지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한 1박 2일을 지면에 옮긴다.
<오페라의 유령> 투어 공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록스머스_ 다른 뮤지컬을 보고 나서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를 순 있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나면 다른 작품 생각은 하나도 안 날 거다. 이 작품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강렬한 힘을 지닌 작품은 어쩌다 한 편씩 등장하지 않나 싶다. 내가 팬텀을 처음 연기한 게 2011년이었는데, 개인적으론 <오페라의 유령>처럼 내 삶에 영향을 많이 준 작품은 또 없었다. 어렸을 때 오리지널 캐스트인 마이클 크로퍼드가 부르는 ‘Music Of The Night’를 듣고 나서 팬텀은 줄곧 내게 꿈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 어떤 작품의 그 어떤 배역도 나에게 이런 영감을 주지 못할 것 같다.
라이언_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어렸을 때 처음 본 뮤지컬이다. 가족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나서 집에서 온 가족이 <오페라의 유령> 노래를 듣곤 했는데, 나는 심지어 방에 사라 브라이트만 사진도 붙여놨었다. 그때 나중에 꼭 이 뮤지컬을 하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한 번도 다른 장래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내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이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기쁘고, 이렇게 다시 한국에서 크리스틴으로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영광이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과 대구뿐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에 새로 생긴 극장에서도 공연하게 돼서 굉장히 기대된다.
레이시_ 처음 <오페라의 유령>을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 작품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 작품을 하기에 나는 키도 작은 것 같고 멋도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오페라의 유령>에서 이렇게 좋은 역할을 맡게 됐다는 사실이 배우로서 특권처럼 느껴진다. 이전에는 나이가 어린 로맨틱한 역할을 주로 많이 했는데, 한층 깊이 있는 라울을 맡게 되면서 내 실제 삶에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매일매일 감사하다. 라울로 무대에 설 때, 단 한 번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걸 무대에서 되풀이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페라의 유령>은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앤드루스_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은 엄청나게 복잡한 동시에 놀랄 만큼 심플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그의 공연을 보고 나면 적어도 한 개, 많게는 열 개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객석을 떠나게 된다. <오페라의 유령>만 놓고 보자면, 극 중 세 편의 오페라 <한니발>, <일 무토>, <돈 주앙>이 나오는데 오페라 곡이 뮤지컬 안에서 다른 뮤지컬 넘버들과 친숙하게 어우러진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위 세 곡은 이야기 흐름에 장애물이 되지 않고 매끄럽게 흘러갈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각각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는 마법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록스머스_ 모든 작곡가가 마음을 담아 곡을 쓰겠지만,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혼신을 다해 곡을 쓰는 작곡가가 아닐까 싶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은 잘 알려졌다시피 그가 자신의 뮤즈를 위해 쓴 작품이지 않나. 그러니 이 작품에 얼마나 진실된 사랑이 담겨 있는지 따로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헌데 내가 느끼기엔 <오페라의 유령>뿐 아니라 <캣츠>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 그의 작품을 공연할 때면 늘 이런 인상을 받는다. 또한 다루는 작품의 소재가 광범위하다는 것도 그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작품의 연출 방식에서 마법 같은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프리드_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면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나는 항상 ‘마법’이라는 한 단어로 대답한다.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작품을 만들어간 게 성공 비결 아닐까 싶다.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한 여러 전문가들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의견을 나눴는데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커피 마시면서 담소 나누듯 의견을 나눈 게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모두 이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합의점을 찾아갔기 때문에 마법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의 성공 비결로 불과 두 달 전에 작고한 오리지널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데 모아주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했다. 만약에 천재 연출가 겸 제작자 해롤드 프린스에 대해 잘 모른다면, 구글에서 그를 검색해 보길 바란다. <오페라의 유령> 외에도 <카바레>,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에비타> 등 다들 알 만한 작품을 제작했거나 연출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많은 히트곡 가운데 이 작품을 대표할 만한 곡을 하나 꼽는다면?
앤드루스_ <오페라의 유령>은 ‘Music Of The Night’, ‘Think Of Me’, ‘All I Ask Of You’ 등 작품 밖에서도 독자적인 사랑을 받는 히트곡이 많다. 이는 모든 작곡가들이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표곡은 1막에 나오는 ‘Notes/Prima Donna’이다. 팬텀이 크리스틴을 은신처로 데리고 간 상황에서 오페라하우스 공동 극장주 피르맹과 앙드레, 후원자 라울, 프리마돈나 칼롯타, 발레 감독 마담 지리, 마담 지리의 딸이자 크리스틴의 친구 맥 지리가 이 상황에 대해 각자 의견을 미친 듯이 쏟아내는 장면에서 부르는 곡이다. 프리마돈나 칼롯타가 공연을 계속하도록 그녀를 설득해야 하는 가운데 팬텀에게 편지가 도착해 정신없는 난리법석 상황이 복잡한 음악으로 표현되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관객들이 가사 하나하나를 다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지금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쉽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 곡은 <오페라의 유령>의 다른 히트곡들처럼 팝스타에 의해 레코딩된 적이 없지만,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천재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곡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소감과 각오를 들려준다면?
록스머스_ 팬텀은 보기보다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한 캐릭터다. 크리스틴과 라울이 무대 위에서 마라톤을 한다면 팬텀은 백 미터 달리기를 하는 인물이랄까. 만약 7년 전에, 앞으로 7년 후에 다시 <오페라의 유령>을 할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면 쉽게 한다고 할 자신이 없었을 거다. 아직 서른둘밖에 안 됐지만 나이가 들수록 팬텀을 하기 어려울 거라 이번 공연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임하겠다.
라이언_ 나는 7년 전 <오페라의 유령> 투어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잘 알고 있다. 당시 한국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해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무척 기쁘다.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는 양쪽 신사분들에게도 앞으로 한국을 좋아하게 될 거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부산에서 이번에 처음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된다는 점에서 부산 관객들이 기대 중이란 이야기들 들었는데, 나 또한 새롭게 만날 부산 관객과의 만남이 무척 기대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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