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마카오국제청년 연극제 탐방기
문화 예술의 도시 마카오
지난여름, 중국 대륙의 남쪽 끝 작은 도시에서는 문화 예술을 위해 모인 젊은이들의 열기로 도시가 들썩이고 있었다. ‘제1회 마카오국제청년연극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6월부터 시작된 ‘아트 마카오’의 일환으로, 이는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간 음악과 미술, 무용과 연극으로 도시를 가득 채우는 대규모 문화 예술 프로젝트이다. 호텔과 리조트에서 미술 전시가 진행되고, 연꽃 밭이 거대한 무대 배경이 되어 공연이 진행되는 등 마카오 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각종 공연과 전시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간 아트 마카오에서 국제청년미술제와 음악제, 무용제가 진행되어 왔지만 연극제가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현재 동아시아권에서는 베세토연극제 등 여러 국제 연극제가 있지만, 먼 이국 땅 마카오에서 처음 열리는 연극제라는 점이 흥미로워 참관하게 되었다. 중국의 각 성과 도시들, 마카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 문화의 국가들이 주축이 되고 거기에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단체뿐만 아니라 멀리 우크라이나, 포르투갈, 아프리카 카보베르데까지 약 30개 공연 예술 단체 5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공연 예술 축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극장H(대표 한혜민)이 참가하여 참여놀이극 <ㄴㅜㄴ/눈> 을 선보이기도 했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답게 ‘다양성 존중’을 핵심 가치로 삼고, 다양한 예술 형태와 스타일을 포용하고 있었다. 연극제에 참여한 여러 작품들 역시 동시대적 이슈를 보여주었는데, 동성애, 난민, 저항 정신, 사회 참여, 관객 소통, 페미니즘 등 시대성을 반영한 균형 있는 작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일본 팀의 <맥베스>에서 맥베스의 성으로 민중들이 들어오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필자는 한국의 모습을, 누군가는 일본의 모습을, 다른 누군가는 홍콩의 모습을 떠올리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공연을 올리는 극장은 옛날 법원을 개조해 만든 블랙박스형 소극장과 마카오 문화센터의 중극장, 연꽃 밭에 둘러싸인 야외극장 등이었는데, 극장마다 독특한 특징과 역사가 담겨 있어 이것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극장 주변에는 현대미술관, 마카오박물관, 세나도광장, 성바울성당 등이 위치해 있어 한 공연이 끝나고 다음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볼거리가 다양했다. 초청된 작품들은 음악극, 전통극, 인형극, 무언극, 아동극 등 장르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시어터 스포츠’라는 우리에게는 낯선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었다. 언뜻 ‘이머시브 시어터’와 비슷하지만, 이 공연은 확실히 ‘시어터 스포츠’라 불릴 만큼 훨씬 역동적인 공연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 축제에 참가한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공연 팀이 한 무대에 올라 연기 경합을 벌이는 것인데, 이들이 진행해 나가는 장면을 구성하고, 즐기고 평가하는 것은 모두 관객들이었다. 짧은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관객의 평가를 받기도 하고, 관객들이 지시한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연기를 이어 나가기도 하고, 관객들이 도구를 정해 주면 이것을 이용해 즉흥 마임을 펼치기도 했다. 단체별 득점을 합산해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데, 각국의 공연 예술 단체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통해 경합을 벌이는 모습이 너무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이 있는 만큼 중국어, 광동어, 영어, 포르투갈어 등 여러 언어가 객석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그들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관객들까지 땀을 흘려가며 공연에 참여하는 모습 속에서 청년연극제의 백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축제는 공연 외에도 신체 훈련 워크숍, 전통 인형극 워크숍 등 각국의 예술 단체가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와 특징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직접 몸을 부대끼고, 언어를 뛰어넘어 몸과 오감을 통해 서로를 감각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 값진 시간이었다. 내년 여름에는 한국의 공연 예술 애정자들도 마카오를 방문해 이 축제를 꼭 즐겨보시길 적극 권하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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