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김아영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기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그대로 어제가 반복되는 오늘이라면? 원하지 않는 타임 루프를 반복하게 된 인디밴드 보컬 유탄과 그가 찾아야 하는 여자친구 다인의 이야기, <원 모어>가 초연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뮤지컬배우 김아영은 운명을 이야기하는 타로 술사로 합류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예정이다. 김아영이 전할 이번 무대의 운세는 어떨까.
동글동글한 얼굴에 포근한 웃음이 매력적인 뮤지컬배우 김아영은 벌써 18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다. 세월이 흘렀어도 처음 무대에 올랐던 당시와 지금의 열정은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뜨겁다. 뮤지컬배우로서 오랜 시간 버텨온 만큼 지금의 그녀를 만든 에피소드는 셀 수 없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뮤지컬이란 생소한 장르가 국내에 막 소개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하루에도 몇 작품씩 오디션 소식이 들려오던 부흥기였다. 새내기 공연인 김아영은 뮤지컬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달려갔는데 심지어는 공연 단기 아르바이트 스태프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5년 <아이다>의 초연 당시엔 공연장 MD 부스에서 판매 스태프로 참여했다고.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에 MD를 팔았어요. 당시 아르바이트생들은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 뒤에서 마음껏 공연을 볼 수 있었거든요. 얼마나 ‘꿀알바’예요. 돈도 벌고 좋아하는 공연도 보고! 주변에서는 친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마음이 심란하지 않냐고 걱정했지만, 전혀요. 이후엔 다른 작품의 음향 스태프로도 일했어요. 덕분에 지금도 스태프들과 친한데, 과거 경험을 통해 공연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고생하고 있는 걸 보면 남일 같지 않아요.”
지금도 공연과 무대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김아영에게는 오디션도 또 다른 무대란다. “데뷔 초반에는 누구도 김아영이라는 배우를 몰랐어요. 그러니 제 노래와 연기를 선보일 기회가 쉽게 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오디션장에 가면 유명한 연출님이나 감독님이 계시고, 이분들이 제 노래와 연기를 보시는 거죠. 얼마나 신나든지. 그래서 오디션장에 갈 때마다 공연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붙든 안 붙든 이 사람에게 노래 한번 기깔나게 들려주고 가야지!’ 그러니 오디션이 재미있을 수밖에요. 지금도 그래요! 정말로!” 김아영은 작품과 맺어지는 인연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그녀에겐 작품과 만나는 일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과 비슷하단다. 아무리 사랑해도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이 있는가하면, 만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만나 사랑이 싹트는 인연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 개막하는 뮤지컬 <원 모어>와 김아영은 어떤 인연으로 만났을까. “제가 김혜성 작곡가를 정말 사랑해요. 얼마 전 김혜성 작곡가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석했는데 갑자기 뭉클하더라고요. 자주 보던 그녀의 작품, 오디션에서 부르던 그녀의 노래, 그리고 함께 작업했던 작품이 생각났어요. 그리고 작곡가님이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에 참여하고 심지어는 연출까지 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고민할 필요도 없었어요. 김혜성이 한다면 한다! 그렇게 <원 모어>에 참여하게 됐어요.” <원 모어>에는 김아영뿐 아니라 일명 ‘김혜성 군단’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그래서 함께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눈빛만 주고받아도 서로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릴 정도다. 김아영은 이런 팀워크가 주는 훈훈함을 설명하며 짜릿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자랑을 이어 나갔다.
김아영은 <원 모어>에서 타로 술사를 맡아, 7년의 긴 연애를 함께한 여자친구 다인과 헤어진 이후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유탄에게 운명적인 단서를 툭툭 던져준다. 그녀가 인터뷰를 통해 살짝 보여준 타로 술사는 진지함과 유머러스 사이에서 적당한 무게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심지어 김아영의 타로 술사는 ‘신기’가 흘러넘치는데, 유튜브로 타로 점술을 배워 등장한다는 설정이라고 귀띔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캐릭터다 보니, 적재적소에서 재미와 감동을 발산할 신스틸러로 그 활약이 기대되는 건 물론이다. 또 <원 모어>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 외에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청춘의 고민과 타협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무대라는 유일한 꿈을 향해 달려온 김아영에게도 현실에 좌절하고 무너졌던 경험이 있을까. 그녀는 “당연하다”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행복을 붙잡는 방법을 알아차렸다고 덧붙인다.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면 좋죠. 그런데 마음의 기복이 커지는 순간부터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어느 상황이나 위치에 있든 같은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너무 기뻐도 무섭고 너무 슬퍼도 무서워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평소에도 ‘연뮤덕’으로 무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아낌없이 보여준 김아영은 그 마음을 계속해서 지켜 나가고 싶단 생각을 내비쳤다. “앞으로도 제가 무대를 사랑하는 건 당연해요. 개인적인 바람은 성실함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에게는 혹독하지만, 남에게는 너그러웠으면 좋겠고요. (웃음) 무엇보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공연을 보러 다니고, 무대와 관련된 모든 것에 애정을 쏟았으면 좋겠어요. 하하. 저는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2호 2019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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