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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이토록 보통의> 이예은,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No.192]

글 |박보라 사진 |김승완 2019-09-28 4,183

<이토록 보통의> 이예은
너의 별에 닿을 때까지 

 

사랑과 이별은 어쩌면 한 세트가 아닐까. 사랑과 이별을 현실적이게 그려낸 웹툰 『이토록 보통의』가 뮤지컬로 탄생한다. 우주 여행을 꿈꾸는 제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은기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다. 올해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과 <록키호러쇼>로 바쁘게 활동한 이예은은 <이토록 보통의>에서 사랑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는 우주항공국 직원 제이로 무대에 선다. 그녀가 그려 나갈 보통의 사랑과 이별은 어떤 빛을 낼까.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

 

<이토록 보통의>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남녀 2인극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어요. 2인극은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여러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2인극에 참여한다고 하면 배우들끼리 부러워해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이토록 보통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소재를 다뤄요. 무엇보다 따뜻한 작품이라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토록 보통의>가 지닌 매력 포인트를 설명해 주세요. 저희 작품은 복제 인간 로봇이 등장하는 미래의 어느 날, 머나먼 우주에서 또 다른 지구를 찾는다는 이야기에요. 설정이 정말 독특하죠. 대본을 읽자마자 이런 부분이 신선하고 매력적이라 느꼈어요. 그리고 무대에서 펼쳐질 영상을 상상할수록 ‘정말 환상적이다. 독특한 시도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겨요. 그래서 이 작품을 잘 표현해 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요. 
 

혹시 원작 웹툰을 보았나요? 웹툰도 정말 좋았어요. 그림으로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글을 읽어도 종이에 프린트를 해서 읽는 걸 좋아해서 웹툰을 잘 안 읽는 편이예요. 이상하게 책이나 만화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로는 잘 못 읽겠더라고요. 제가 좀 옛날 사람 같아요. 하하. 뮤지컬 대본을 먼저 읽은 후 단행본으로 웹툰은 읽었는데, 대본의 첫 느낌과 비슷했어요. 영상과 무대 장치를 잘 활용해서 작품의 설정이나 장면을 보여주면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스포이긴 하지만, <이토록 보통의>에서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나와요.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죽는 순간, 남겨진 사람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심지어 그 사람과의 끝은 제대로 된 이별이 아니라 다툼이었거든요. 결국은 남겨진 사람은 우주로 떠나요. 소중한 사람을 다시 보고 싶어서 떠난 그 여정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엄청 울면서 봤어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큰 공감을 느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죠.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현실적이에요. 누군가와 오래도록 연애하면 어떤 습관적인 행동이 생기잖아요. 예를 들어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연인에게 전화한다든지, 그런 아주 사소한 일상의 습관들이요.  <이토록 보통의>에는 이런 익숙함이 사라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오래 연애해 본 분들은 더 깊이 공감하리라 생각해요. 내 몸에 체득된 무언가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이런 감정을 상상하니 뭉클하기도 했죠. 
 

특별히 뭉클하게 느껴진 이야기가 있어요?  아, 작품 속 제이는 우주에 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우주항공국에서 일하는 여자거든요. 제이는 정말 그 꿈을 이루게 돼요. 그러자 남자친구인 은기가 누구보다도 기뻐해요. 그러면서 ‘너는 정말 빛이 나는 존재야. 너는 나한테 정말 과분한 여자야’라고 말해 주죠. 그런데 제이는 나중에야 깨달아요. 나를 빛나게 해준 것은 우주항공국 배지도 아니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도 아니고 오직 은기였다는 사실을요. 제이의 깨달음에 마음이 울컥했어요.
 

<이토록 보통의>는 최근 보기 드문 서정적인 작품이에요.   제가 창작뮤지컬에 많이 참여한 편은 아니지만, 올해 <호프: 읽히지 않은 인생과 읽히지 않은 책>(이하 <호프>)을 했잖아요. <호프>를 공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이게 정말 잘될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대요. 그런데 막상 개막하니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저는 그걸 정말 깊이 체감했어요. 아,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사랑하고 주목하고 있구나. 그래, 사람들도 이런 작품을 원했던 거야! 치유받고 싶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호프>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이토록 보통의>를 선택하는 힘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 작품도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공감을 끌어낸다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죠. 또 작품 속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살짝 말씀드리자면, ‘별’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너와 내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찾는 꿈이 될 수도 있고, 정말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될 수도 있고. 이런 해석을 마주하는 것도 흥미로울 거예요. 
 

<이토록 보통의>의 감성을 살리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음악이요! 저는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첫 리딩 때 음악을 듣자마자 ‘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기대 이상인데!’라고 감탄했죠. 제이는 이런 멜로디를 부르는 은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 구현될 시각적 효과도 빼놓을 수 없고요. 또 원작 웹툰에서 등장하는 주옥같은 대사를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제이와 은기의 속마음이 시처럼 표현되었거든요. 이런 요소가 작품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이는 어떤 인물인가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이는 사랑하는 연인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보통의 친구요. 그러다가 원작 웹툰의 캐롯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지금 이 순간조차도 과거가 되는 것이 과하게 슬프다고 하더라고요. 인상 깊었던 말이었죠. 이런 작가의 생각이 제이에게 투영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이가 우주를 꿈꾸고 갈망하게 되는 이유기도 하고요. 제이가 어떤 인물인지는 그녀의 대사를 통해 설명해 드리고 싶어요. 세상이 너무 무섭고 외롭고 불안할 때, 우주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서 지구보다 훨씬 큰 행성이 있고, 그것과 상대도 안 되는 크기의 태양이 있고, 은하수가 있대요. 그중의 나는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이 느껴지기 때문에 내가 가진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게 된다고. 이런 생각이 꽤 큰 위로가 되어 우주를 갈망하고 별을 바라보게 된다고 해요. 또 우리가 보는 별은 계속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고요. 이 이야기를 생각해 보니 이게 삶이잖아요. 제이는 이런 이치를 이미 깨달은 친구라는 생각도 했어요. 또 삶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사랑과 이별이란 추억

 

<이토록 보통의>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이야기잖아요. 이예은이 상상했던 무언가가 있나요?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될까. 정말 TV 전원이 꺼지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꺼지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영화에서도 나왔듯 죽음과 동시에 내가 어떤 다른 정자와 난자가 되어서 새로운 생명체로 나오나. 그럴 때 나의 마음은 어떨까.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삶이 소중해지기도 해요.
 

작품에서는 사랑과 이별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하잖아요. 사람 이예은의 사랑과 이별은 어땠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연애를 하면,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란 상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연애를 하다 보면 서로 트러블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전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니까 이 문제가 결혼 생활에 치명적이라 생각되면 바로 헤어졌어요. 그래서 항상 연애가 짧았죠. 또 생각해 보면 나쁜 남자를 좋아했던 것도 같아요. 하하. 저랑 맞지 않았죠. 이후에 재미있는 연애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런 사람을 만났어요. 
 

연습실 분위기는 어때요? 우리의 상상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깊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으니 이 부분을 최대한 이질감 없이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끔! 무엇보다 상황 자체가 납득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여기 오기 전에도 정말 중요한 장면을 연습하느라 머리를 맞대고 이 대사는 너무 갑작스럽다, 이 장면의 배치는 어디가 좋을 거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이렇게 적은 인원만 등장하는 소극장 작품은 처음 아닌가요?  맞아요. 처음에는 적응이 어렵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이토록 보통의>가 제가 참여한 작품 가운데 극장도, 배우도 최소 규모에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다 모여도 다 모인 것 같은 실감이 안 나고. (웃음) 그런데 소규모다 보니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몰입도가 굉장히 높아지더라고요. 
 

특히 2인극에서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하죠.  연습 초반에 세 명의 은기들에게 2인극이 처음이라 부담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니만 모두 ‘맞아. 무대에 올라가면 너랑 나밖에 없어. 서로 믿고 가야 해’라고 하더라고요. 아, 내가 진짜 잘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부담감이 확 쌓이기도 했어요. (웃음) 그런데 은기 역의 성두섭, 정욱진, 정휘, 세 배우 모두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순수하고 선한 배우에게 나오는 아우라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배우들에게는 그런 아우라가 있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어요. 언제나 열심히 했지만, 더 치열하게 참여해서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은 걱정하기보다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다양한 무대와 방송에 참여하고 있잖아요. 어때요? 제가 받은 큰 복이에요. 뮤지컬 무대를 하면서 조금 더 일상적이고 디테일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내게 매체 연기가 맞을까?’라는 고민도 했어요. 우연치 않게 방송에서 연기할 기회를 잡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동안의 갈증이 해소되면서 연기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어요. 예전에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제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게 됐죠.
 

무대와 방송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고민했던 지점이 풀렸어요. 앞서도 말했듯 디테일한 연기나 농축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데 방송 경험을 통해 이것이 채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또 방송을 하다보면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기고, 생각한 것과 다른 현장 상황이 벌어지죠. 뮤지컬이 두 달 정도 파트너와 연습하면서 호흡을 맞춘다면, 방송은 현장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가 끝이에요. 그러면 제 생각과 어긋날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대처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었어요.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죠. 스스로 빈틈을 최대한 메울 수 있게 성장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2010년 데뷔하고 나서 거의 10년째 활동 중이에요. 어떤가요?  제가 중학교 때, 제 담임 선생님이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일하면 베테랑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동영상처럼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있어요. 데뷔하고 나서 스스로에게 ‘10년 후면 베테랑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봤거든요. 물론 그때의 이예은과 지금의 이예은은 많이 다르지만, 여전히 내 자신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는 계속해서 자신을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사람과 캐릭터를 만나면서 혼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중심을 잘 잡고 겸손해야겠다고 다짐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2호 2019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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