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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아보카토> 이호정·이진욱, 로맨틱 감성 뮤지컬에 도전 [No.98]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1-11-29 5,563


 

‘아보카토’는 이탈리아 와인의 당도를 나타내는 말로 ‘세미 드라이’한 맛을 뜻한다. 제목처럼 작품은 오래된 연인들이 차츰 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랑의 모습도 변하는 양상을 그려간다. 기차 사고라는 극적인 사건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고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 구조지만 대부분의 정서는 일상적이고 편안하다. 잔잔한 일본 영화와 같은 감성 뮤지컬을 시도하는 <아보카토>의 제작 과정을 들어보았다.

 

*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 <아보카토>의 리딩 장면은 더뮤지컬 홈페이지(
www.themusical.co.kr) 멀티미디어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보카토> 작품 설명
재민과 다정은 학창 시절 만나 사랑을 키워간 오랜 연인들이다. 학교 졸업 후 작가 준비를 하는 다정은 번번이 기회를 얻지 못하지만, 다정을 위해 라디오 방송에 노래를 보낸 재민은 음반사 사장의 눈에 들어 출세 가도를 달린다. 일에 매진하는 재민. 다정은 자신을 향한 재민의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낀다. 재민의 무관심이 반복되고 다정은 이별을 결심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방송에서 재민의 사과 멘트가 흘러나온다. 전화로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재민, 그 순간 지하철 화재 사고로 재민이 죽게 된다. 그로부터 7년 후 재민이 다정을 위해 책을 번역해서 외국에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다정은 국내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재민을 잊지 못한 다정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다. 재민의 영혼이 그런 다정을 지키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전해진다.

 

 

<아보카토>는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둘의 경험을 하나의 드라마로 엮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호정  
처음 작곡가에게 내 작품을 보여줬는데 너무 어둡고 무겁다고 해서 새롭게 연애 얘기를 쓰기로 했다. 서로 연애 경험을 털어놓았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비슷한 점이 많았다. 연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리서치를 하는데 공통점이 발견됐다. 여자들은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남자들은 들을 말만 듣고 이야기를 딱딱 끊는다거나, 여자들은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 쓰는데 남자들은 그렇지 못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보여주면 공감할 여지가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사귄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랜 연인들의 어떤 점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
이호정 
특별한 에피소들를 담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내 남자 친구, 내 여자 친구 이야기를 담으려는 것이 의도였다. 그런 사소함들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오래 사귄 연인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이 달라지면서 소원해지는 연인의 특별한 경우처럼 보였다.
이진욱 
20대는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대학 시절까지는 연애에 집중할 수 있지만 졸업하고 나서는 취업도 걸려 있고, 그런 점들이 남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에 매진해야 할 때 여자 친구가 다른 일들처럼 이해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이호정  연인 관계는 수평 관계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수직 관계로 이루어진 것 같다. 사회적인 영향에 따라 시소처럼 내려가는 사람이 있고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재민이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바쁜 생활 때문에 다정이를 챙기지 못하지만, 다정이의 꿈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지만 뮤지컬의 주요 소재는 로맨스다. 기존의 로맨스물과 어떤 차이를 두려고 했나?

이호정  애초 기획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로맨틱 코미디를 잘 쓰지 못해서 로맨스가 되어 버렸는데, 로맨틱 코미디에는 어떤 공식이 있는 것 같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인이 되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식의. 우리 작품은 커플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커플이 된 이후 변화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로맨틱 코미디의 음악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독특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드러내는 캐릭터 송이나, 치밀하게 전개되는 구성을 뒷받침하는 음악이라면, <아보카토>의 음악은 서정적이었다.
이진욱 
극 중 인물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 상황에서 어떤 감성을 느끼게 될지 고민하면서 작곡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남녀가 다를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많이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캐릭터 송의 경우 재민이는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심이 강한 인물인데, 나름대로 그런 것들을 음악적으로 보여주려 했고, 다정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담담하고 소박하게 풀어내는 넘버들로 그녀의 성격을 표현하려 했다.


드라마 역시 인과관계가 긴밀하지 않고, 음악도 캐릭터의 감정에 의존해서 흘러가니까 뮤직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리딩 형태에서는 지금의 형식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것을 실제 공연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의문이었다.
이호정  
많은 리뷰를 받았는데 에피소드에 연결고리가 약해서 나열이 되어 버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컨셉 뮤지컬이 될 거 같다고. 앞의 판타지 장면과 일상의 장면을 연결시킬 고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재민이 캐릭터가 잘 드러나도록 수정할 것이다. 공연에서는 컨셉 뮤지컬보다 북 뮤지컬로 가고 싶은데 기존의 뮤지컬과 다른 형식도 고민하고 있다.

<아보카토>의 장점이자 단점이 편안함인데, 이것이 자칫하면 밋밋하고 평범해질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리딩한 작품 중 가장 평범한 소재다.
이진욱 
드라마 <연애시대>도 특별한 사건이 있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나에게는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음악이 잔잔하다는 말을 듣는데 꼭 기존의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서 감정을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 
이호정  판타지적이고 클라이맥스가 강한 작품들이 많다. 어찌 보면 우리 작품이 틈새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고 좋아할 관객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심리를 잘 따라가서 표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맞다. 모든 뮤지컬이 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장르적인 특성이 있다. 영상은 클로즈업만으로도 디테일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노래가 주된 표현이다 보니 노래 한 곡 안엔 하나의 감정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그만큼 감정의 디테일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지점을 해결하는 것이 숙제일 것 같다.
이진욱  보완 작업에 들어가면 두 사람의 심리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이번 리딩은 나름 뮤지컬 어법을 따르면서 작업한 것인데, 이 작품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순간 드는 생각은 노래와 대사 구분 없이 진행되는 장면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고, 속마음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표출하면 감정 표현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긴 시간 에피소드가 진행되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재민이 군대 갈 때 다정에게 등록금을 주는 장면에서 이들이 가난한 연인이었구나 하는 것을 처음 느꼈다. 마치 이 부분만 다른 커플 이야기 같았다.
이진욱 
각 인물들의 배경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 이번 리딩의 한계일 수 있다. 연습하면서 대본 수정이 많았다. 그러면서 빠진 것도 있고 더 설명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남자 배우의 모델은 유희열이었다.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 자신을 희화화하는 면이 있지만 음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여자 친구와 있을 때 언제 바람이 불고 어느 각도로 빛이 떨어지는지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작곡가이지만 그것이 쑥스러워 오버하는 인물인데 잘 살려지지 않았다.


지하철 사고로 재민이 죽는다. 명확하게 규정하진 않았지만 대구 지하철 화재가 떠오르면서 현실감이 강하게 다가왔다.
이호정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를 소재로 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왜 사고가 났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고로 상처를 입은 딸과 엄마의 감정에 포커스를 두더라. 우리는 연인의 입장으로 모티프를 가져왔다.


뮤지컬은 협업이 중요하다. 혼자 작업을 많이 해서 파트너와 생각을 맞추고 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진욱 
너무 좋았다. 간섭받고 싶었는데 그동안 아무도 간섭해 주지 않았다. 어항 속에 늘 혼자 있다가 물고기 두 마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특별히 맘에 드는 곡이나 장면이 있나?
이진욱 
개인적으로 ‘안부’, ‘내 마음을 담아’, ‘와인 이야기’가 맘에 든다. 노래와 장면이 잘 어울리고 공감할 수 있었다. ‘안부’는 대본을 받자마자 쓴 곡이다. 노래 하나로 작품 전체를 이야기할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말했을 때 누나가 좋아해줘서 같이 무언가를 그려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호정  나도 ‘안부’가 좋다. 노래도 좋지만 장면 자체가 맘에 든다.


왜 뮤지컬 작업을 하는가?
이호정  협업 과정을 좋아한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데 나와 딱 맞는 사람이 음악으로 표현해줄 때 행복하다. 너무 힘들어서 안 해야지 하다가도 좋은 분 만나서 작업하다보면 그런 매력을 느껴 계속 하게 된다.
이진욱  음악이나 연극이나 모두 감정의 표현이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뮤지컬은 배우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 매력적이다. 대본에서 이 인물의 감정은 어떨까 한번씩 떠올려보는데 무대에서 대사나 노래로 표현될 때 느낌이 또 달라진다. 이번 리딩에서 반주를 하면서 행복했다. 연주를 할 때는 음의 깊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연주하는데, 이번에는 배우가 곡의 느낌을 살려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장으로 연주했는데 좋았던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8호 2011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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