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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DATE] <파라다이스 티켓> 허규.이승현 [No.98]

글 |김유리 사진 |강현고 장소협찬 | 5CIJUNG 카페 서래마을점 (02-599-1124) 2011-11-22 5,557

 

우리들의 파라다이스는?

 

꽤 오랜 기간 <오디션>에서 병태 역으로 함께했던 동갑내기 친구 허규와 이승현이 <파라다이스 티켓>에서 같은 역으로 다시 만난다. 느낌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두 친구가 보여주게 될 하나의 캐릭터는 어떤 느낌일지, 각자의 파라다이스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연이은 맑은 날씨로 비를 예상하지 못했던 10월 중순의 금요일, 함께 오기로 한 두 배우가 갑작스런 비로 인한 교통 정체에 발이 묶였다고 연락이 왔다. 마치 <파라다이스 티켓>의 등장인물들이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듯, 그들은 어느 도로 한복판에 표류하고 있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십여 분 후 도착한 두 배우의 품엔 기타와 사진첩, 갈색 토이 푸들 ‘순이’가 있었다. 오늘의 촬영 테마인 ‘무인도에 가게 될 때 가져가고 싶은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난 추억, 한번 맺은 인연이라는 것을 잊지 못하고 되새김질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허규는 소중한 사람들의 사진이 담긴 앨범과 뮤지션의 영원한 친구, 기타를 챙겨왔다. 처음에는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떠올렸다는 이승현은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에 ‘생명체’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한다. 뭘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허규의 한마디, “우리 순이 데려가자.”


허규와 이승현은 공연계에 흔치 않은 뱀띠 동갑내기 친구다. 같은 나이고, 노래하는 사람으로서의 고민 등 나누는 생각들이 비슷하다보니 금방 친해졌다. “저는 술을 즐기는 편인데, 승현이는 술을 잘 안 해요.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하죠.(허규)” 그래서 얼마나 이야기를 하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승현이 답한다. “남자끼리 한 시간 이상 통화하는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죠.(웃음)”


외모에서 오는 느낌도 다르고, 말할 때의 목소리 톤도 다르다. 한쪽은 고음의 목소리를 내고, 한쪽은 중저음의 톤이다. 웃을 때도 한쪽은 조용히 입 꼬리를 올려 웃고, 한쪽은 허허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웃는다. 둘의 대화를 듣다보면 한편은 직관적이고, 한편은 머리 속에서 무수한 회로를 거쳐 결론에 다다른 이야기를 내놓는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느낌의 두 사람이 <오디션>에 이어 <파라다이스 티켓>에서 연달아 같은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는 것이 재미있다. “목소리 때문인 것 같아요. 둘 다 고음의 보컬 스타일이라 일반적인 뮤지컬 배우의 소리는 아니어서 사실 더블 캐스트를 구하고 있다고 하면 서로를 추천하곤 해요.(허규)” 이승현이 덧붙였다. “저희가 느낌이 많이 다른데, 같은 역이 주는 다른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촬영 중에도 각자 다른 소품을 안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비슷한 것처럼, 다르지만 묘하게 같은 느낌이 있었다.   

 


<파라다이스 티켓>은 벗어나고 싶은 현실을 떠나 각자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호놀루루행 비행기에 오른 다섯 명과 남편을 찾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한 여자가 갑작스런 조난을 당하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생존기다. 이 작품을 “우리가 사는 데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이라 느꼈다는 허규와 이승현은 극 중 빈털터리지만 매력적인 가수 지망생 민우 역을 맡았다. 처음 대본을 읽고 자신과 민우가 닮았다고 생각했던 점에 대해 “세심하고 따뜻한 성격!”이라고 둘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 


민우는 사랑하는 여인을 사고로 보내고 그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사고로 알 수 없는 섬에 표류하게 되자 당황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민우는 오히려 그곳에 머무르고자 한다. 각자에게도 이렇게 피하고 싶은 현실이 있는지 물으니 이승현은 “결혼,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 그리고 효도?”라 한다. 허규 역시 “물질적, 경제적 걱정 없이 재미있게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니, 이런 걱정의 원인을 ‘나이에 대한 압박’에서 찾았다. “아, 5살만 어렸어도…” 허규가 무심코 중얼거리니 이승현이 던진다. “에이,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을 거야.”


그렇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는? 바로 “무대”라 답하는 허규. “무대에서의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 제가 무대에 서는 걸 행복해 하시는 부모님을 볼 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무대란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 있는 게 가장 좋고, 행복하죠.” 이승현은 여기에 “행복한 가정”을 덧붙인다. “가정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무대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희열은 좀 달라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행복한 가정에서 출근해 무대에서 행복하게 공연하다가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귀가하는 것?(웃음)”


현대 사회의 고된 삶에서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났다가 이름 모를 무인도에 갇힌 <파라다이스 티켓>의 주인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이 갇히게 된 내막과 다시 나가는 길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은 앞으로도 그곳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보인다. “저희는 잠깐 쉬어가는 걸로 생각해요. 여기서 힘을 얻고 다시 현실로 나가자는 의미죠.”라고 답하는 두 사람에게 극 중 상황이라면 파라다이스를 선택할 것인지, 현실로 다시 나갈 것인지를 묻자 이승현이 허규의 답변을 대신했다. “그러면 너(허규)는 나가야겠다.” “맞아, 지겨운 걸 못 견디는 성향상 저는 한두 달 있다 나올 것 같아요.” “저(이승현)는 딱 세 달만 있다가 나올래요. 그리고 힘들 때 다시 갈래요. 하하” 그러자 눈을 반짝이며 이상적인 안을 내놓는 허규. “나만 아는 파라다이스, 무인도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쉬고 싶을 때 아무도 몰래 가는 그런 곳이요.”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첩을 손에 들고 기타를 매고 순이를 안고 연습을 하러 총총 떠나는 모습은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찾아 나서는 것마냥 즐거워 보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8호 2011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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