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김용한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남들보다 뒤늦게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지만, 그 순간부터 오직 뮤지컬을 향해 달려온 노력파, 김용한. 그는 뜨겁고 진실한 열정을 지닌 배우다. 서울예술단 소속 기대주인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데 서툰 <시라노>의 크리스티앙으로 무대에 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진심을 전하는 것이라 하는데, 크리스티앙을 꼭 닮은 김용한은 어떤 진심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첫 데뷔 무대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 첫 작품 <그리스>는 많이 혼나면서 준비했다. 내가 정말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첫 공연날, ‘차곡차곡 내가 쌓아놓은 것들을 무대에서 틀리지 말아야지’ 이것만 생각했더니 공연이 끝나 있더라.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었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면? 결과를 떠나 한 번도 오디션을 잘 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상하게 대학교 입시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오디션을 마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좌절감을 느끼는데,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조차도 피하게 된다. 한번은 오디션이 끝나고 화장실에 숨어 모두 퇴근할 때까지 안 나온 적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 이런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출발하는 계기가 됐다. 아직 젊으니까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미지와 실제 성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 첫인상만 보면 말수가 적고 내성적일 거라 생각하더라. 그러나 전혀 아니다. 편한 자리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말을 정말 많이 한다. 어렸을 때는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는 충고도 들었다. 하하. 요즘에도 종종 ‘너 이런 아이였어?’라는 반응을 얻곤 한다.
뮤지컬배우 중 9할은 못 해봤을 경험이 있다면? 삼촌께서 웨딩 촬영 업체를 운영하신 적이 있다. 삼촌을 도와 신랑, 신부님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본식 촬영엔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르바이트로 리허설 촬영 스케치나 폐백 촬영을 진행했다. 대추나 밤을 집은 신부를 향해 ‘던지실게요~’라고 외치고, 그 찰나를 포착하는 게 주임무였다.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환경을 지켜 푸르른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평소에 플라스틱 빨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바다거북이 사라지면 안 되니까.
가장 멀리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은?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사람. 그리고 부정적인 말을 계속하는 사람.
역대 출연작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나 가사를 꼽는다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 주저앉아 울고 싶어도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괜찮아. 잘될 거야, 내일은. <신과함께_저승편>에서 진기한이 부르는 ‘최후의 변론’ 가사다. 오늘만 바라보면 실패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내일은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좀 나아진다. 내일이 있으니, 열심히 하면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어떻게 <시라노>에 출연하게 됐나? 서울예술단 소속 단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세 작품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 이후 잠시 여유가 생겼다. 일정을 잘 조절한다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라노> 오디션에 지원했다. 운이 좋게도 결과가 좋았다. 올해는 평소보다 더 바쁘게 활동하는 것에 감사하고, 이 모든 것이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시라노> 오디션이 끝나고는 좌절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2차 오디션에서 좌절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예 안 시켜보시더라. ‘아, 나를 그냥 1차에서 떨어트리기 어려워서 형식적으로 불렀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모니터링을 위해서 핸드폰 녹음을 해놨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인사 뒤에 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정말! 진짜! 한숨 소리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믿고 선택해 주셔서 어깨가 무겁다.
김용한의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크리스티앙처럼 능숙하게 말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당황하면 말이 잘 안 나온다. 종종 두려울 정도로 말이다. 평소에는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하는데 어려운 자리에서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아 개인적으로 콤플렉스를 느낀다. 아, 외모적인 콤플렉스는 없다. 외모에 자신 있는 게 아니라, 이게 나인데 어쩌겠나! 하하.
서른을 맞아 새롭게 마음먹은 것들이 있는가?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서른은 어리면서도 또 어리지 않은 나이다. 서른이 되니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 앞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면서 김용한이라는 배우로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다. 나의 최종 꿈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날까지 공부하고 노력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1호 2019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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