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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렌트> 김지우, 내 인생 나를 위해서 [No.97]

글 |배경희 사진 |강현고 장소협찬 | Anthracite (02-322-0009) 2011-10-25 5,309

 

 

만약 <캔디>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면 여주인공 섭외 리스트 최상위권에는 김지우가 있을 거다. 그녀에게는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훌훌 털고 일어나 “아자, 아자 파이팅!”을 외칠 것 같은 밝음이 있다. 그리고 김지우는 자신의 이미지대로 무대에서 줄곧 밝고 씩씩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최신작 <렌트>를 빼면 말이다. 그동안의 이미지와 상반된 ‘미미’를 택한 건 욕심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하게 되길 바랐던 <렌트>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오셨어요? 뜻밖의 장소에 이런 멋진 카페가 있네요.” 김지우가 그녀 고유의 환한 미소를 띤 채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만난 곳은 홍대 앞의 번화가에서 좀 떨어진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연탄 공장을 개조한 카페. “제가 홍대로 베이킹 수업을 받으러 다녔거든요. 슈가크래프트를 배우러 일주일에 한 번씩 홍대에 왔어요. 수업이 끝나면 만날 선생님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흐흐.” 그리고 어리광이 반쯤 섞인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 들어가면서 제일 시급했던 게 다이어트였어요. (박)칼린 선생님은 <렌트>가 체력적으로 얼마나 힘든 작품인데 다이어트냐고 그러셨지만, 의상을 보니까 살을 빼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극 중 클럽 댄서로 나오는 미미의 이번 공연 의상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사실 ‘캔디’의 표상인 김지우와 인생의 온갖 쓴 맛을 경험한 클럽 댄서는 교차점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이니 클럽에 놀러 다닐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 “클럽 엄청 많이 다녔죠! 22살 때까지 금요일 밤은 홍대에서 보냈어요. 금요일 밤만 되면 누가 따로 전화 안 해도 홍대에서 모였죠. 하하. 밤새 놀고 아침에 들어가면 엄마가 ‘어머 우리 딸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와?’ 그러셨어요. 그땐 엄마도 지금이 아니면 네가 언제 놀겠냐고, 놀 때 놀아라, 그러셨죠.” 그녀는 잠깐 추억을 회상하더니 이렇게 덧붙인다. “한창때 신나게 놀아야 해요. 나중엔 시간도 없을 뿐더러 마음에 여유가 없어요.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건 나중에 가서 해도 늦지 않아요.” 그 이후로는 클럽에 못 가봤지만 원 없이 놀아봐서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면서 말이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 얼마 전에 팀 사람들하고 이태원 클럽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와! 그렇게 재미있게 놀아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누가 보든 말든 우리는 자유! 정말 ‘라 비 보엠’ 그 자체였어요. 저희 팀워크가 진짜 최고예요.” 팀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고조된다. “전 입 발린 소리 싫어해서 팀워크가 안 좋으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번 팀은 정말 최고!” 그녀의 팀 자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런데 공연이 사람이 좋기만 해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팀은 제가 주눅이 들 정도로 다들 잘해요. 그리고 우리 팀 사람들의 제일 좋은 점은 가식이 없다는 거예요. 무대 위에서도요. 가령 내가 여기서 눈물이 나야 하는데 안 나요, 그럼 굳이 쥐어짜 내려고 하지 않아요. 칼린 선생님이 <렌트>는 날것의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그걸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팀 자랑만 하고 있죠? 하하.” 솔직히 말해 팀워크가 좋다는 말은 어딜 가든 인사말처럼 듣는 이야기지만 그녀가 이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만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녀가 어떤 이유로 ‘미미’에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해진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좀 더 진지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어느 한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모든 배우가 메신저가 돼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도 깨닫는 게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이 작품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면서, 그리고 만약 한두 살이라도 어렸을 때 <렌트>를 만났다면 아마 스스로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했을 거라고 말한다. “미미하고 저하고 딱 10살 차이가 나요. 하지만 저보다 인생의 경험이 훨씬 많은 친구죠. 약물 중독, 에이즈 양성 반응… 우울한 상황 속에 있지만 우울함을 다 이겨낸 강한 아이에요. 그래서 나에게 오늘이 중요하고 오늘밖에 없다는 걸 알죠. 그래서 로저한테 다가갈 수 있는 거고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텐데, 지난 시간 동안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금발이 너무해> 때부터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대본을 분석하는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사실 그 전까지는 단편적인 것만 보고 하나만 표현할 줄 알았거든요. 물론 지금도 깊이가 생긴 건 아니지만, 다른 것도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거예요. 어렸을 때 미미를 했다면 아마 우울하고 보호 받기만을 바라는 미미가 됐을 수도 있을 거예요.”


“2막 시작 전 무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정말 꿈같아요. 우리가 <렌트>를 하고 있어, 우리가 ‘Seasons of Love’를 부르러 나가는 거야, 공연하면서도 우리가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우리끼리 그래요.” 앞으로 공연이 한 달도 채 안 남았다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사랑하는 이와 생이별하는 사람보다 더 애틋해 보였다. “제 인생의 모토가 ‘내일보다는 오늘에 충실하자’였거든요. <렌트>를 하면서 그 마음이 더욱 강해졌어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오늘 하루를 소중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 또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서 다가올 내일을 맞을지,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사람을 아주 심오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까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7호 2011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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