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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필동이네 가족 성두섭·손지윤, 세 조각으로 완성된 퍼즐 [No.188]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9-05-28 9,579

필동이네 가족 성두섭·손지윤

세 조각으로 완성된 퍼즐

 

“저희 셋 다 잘 나온 사진이 없으면, 필동이 위주로 골라주세요.” 올해 2살을 맞은 필동이는 엄마 손지윤과 아빠 성두섭을 단숨에 팔불출로 만든 두 사람의 단단한 연결고리다. 사랑받는 동갑내기 배우 부부와 그들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반려견. 누구보다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가족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필동이는 어떻게 두 분에게 오게 됐나요? 지윤 씨가 처음엔 강아지 키우는 걸 반대했다고 들었어요.

성두섭_ 저희 집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어요. 그래서 결혼 후에도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는데, 신혼집이 아파트여서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어요. 그러다 남산 바로 근처인 필동 주택가로 이사를 오게 된 거예요. 여기라면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겠다 싶어서 제가 강하게 밀어붙였죠. (웃음) 지윤이를 설득하기까지 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손지윤_ 저는 솔직히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했어요. 결혼 전에 친구랑 같이 살면서 잠깐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는데, 저랑 맞는 동물이란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를 키우는 데는 책임이 따르잖아요. 그게 겁이 났어요. 언젠간 헤어져야 할 때가 올 텐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앞섰고요. 그런데 이쪽으로 이사하면서 제가 살짝 흔들려 하니까 두섭이가 ‘기회는 이때다!’ 하면서 매일 강아지 사진을 엄청 보여줬어요. 그 전략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두 분이 강아지를 키운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시바견이라는 견종 이름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죠. 

성두섭_ 원래 처음에는 대형견을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럴 환경이 안 돼서 다른 종으로 알아보다 우연히 시바견을 발견했는데, 성격이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시바견은 좀 고양이 같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만지는 걸 안 좋아해요. (웃음) 독립적인 성격이 둘 다 일하는 맞벌이 부부인 저희에게 딱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사람의 손길을 갈구하는 강아지면 집에 혼자 둬야 할 때 마음이 아프잖아요. 

손지윤_ 보통 강아지들은 주인이 밖에 나갔다 오면 엄청 반겨주는데, 필동이는 저희가 아침 일찍 나가거나 밤늦게 들어와도 격한 반응을 안 보여요. 원래 시바견은 사람한테 치대지 않는대요. 처음엔 그게 편하고 좋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전혀요. 요즘엔 약한 애정 표현에 서운하기까지 해요. 제발 우리를 좀 더 귀찮게 해줘, 애원하게 되죠. (웃음)
 

제가 느낀 필동이의 첫인상도 시크하다는 거였어요. 무뚝뚝한 츤데레 느낌이랄까. (웃음)

성두섭_ 저, 필동이한테 되게 섭섭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지난달에 <키다리 아저씨> 대구 공연 때문에 몇 주 집에 못 들어왔거든요. 3주 공연 동안 중간에 딱 한 번 서울에 올라와서 ‘오랜만에 보면 필동이가 엄청 반겨주겠지?’ 이런 기대감에 부풀어 현관문을 열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물고 와서 절 물끄러미 보는 거예요. 달려들지 않고! 제가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 너무 서운했어요. (웃음) 그런데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또 장난감을 물고 현관에 서 있더라고요. 아, 이게 필동한테는 반갑다는 최대한의 표현이구나 깨달았죠.  

손지윤_ 두섭이가 그때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웃음) 그런데 필동이가 시바견 중에서도 유독 얌전하대요. 병원 가면 수의사 선생님들이 이런 시바견은 처음 본다면서 놀라요. 다른 개들은 주인이 없으면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그런다는데, 필동이는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잘 안 어질러요. 두루마리 휴지를 찢어 놨던 게 역대급 사고였죠. 그래서 저희가 일부러 집에 신문지를 마구 구겨서 찢어 놓은 적도 있어요. 좀 마음껏 어지르고 놀으라고요. 
 

그런데 필동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준 거예요?

성두섭_ 필동이가 저희한테 오기 전부터 지윤이가 필동이라고 미리 이름을 정해놨어요. 필동이는 아는 분께 소개받아 데리고 왔거든요. 지윤이한테 “우리가 데리고 올 아이가 얘야” 하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바로 “필동아” 그러는 거예요. 여자아이한테. (웃음) 지윤이는 중성적인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대요.

손지윤_ 저도 모르게 불쑥 나온 이름이었는데, ‘필동아, 필동아’ 하고 불러보니까 정감 있더라고요. 우선 필동이라는 동네 이름 자체가 흔하지 않아서 좋았고, 필동을 대표하는 강아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지었죠. 근데 다시 생각해 봐도 필동이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아요. 
 

필동이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성두섭_ 왜냐면, 필동이의 사랑스러움을 저희만 볼 수 없었거든요. (웃음) 필동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단 마음도 있었고요.

손지윤_ 예전에는 핸드폰 앨범에 대부분 셀카나 저희 둘 사진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저희 핸드폰에 저희 사진이 없어요. 죄다 필동이 사진이죠. (웃음) 저나 두섭이나 둘 다 각자 SNS를 하고 있지만 개인 계정이 필동이 사진으로 도배되면 안 될 것 같아서 새 계정을 따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오늘 기분이 별로였는데, 널 보고 힘이 났어, 고마워” 이런 댓글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사실 공연하느라 바쁠 때는 포스팅을 게을리 하게 될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필동이를 좋아해주는 분들을 생각하면, 다시 막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죠. 필동이 계정 팔로워가 1만이 되면 뭔가 기념이 될 만한 이벤트를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

 

혹시 필동이네 가족만의 규칙이 있을까요?

성두섭_ 매일 무조건 하루에 한 번은 산책하기요. 이게 가장 중효한 규칙이에요. 사실 필동이가 없었으면 아무리 집에서 남산이 가까웠다고 해도 자주 안 올라갔을 것 같아요. 여기 이사 올 때만 해도 지윤이랑 우리가 남산에 몇 번이나 올라가겠냐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필동이가 오고 나서는 산책하느라 거의 매일 산에 올라가죠. 자의든 타의든 몸을 계속 움직이게 돼서 덕분에 게을러지지 않는 것 같아요. 

손지윤_ 필동이는 실외 배변만 해서 어쩔 수 없이 매일 두세 번 꼭 밖에 나가야 해요. 어릴 때는 실내 배변을 했는데, 산책하는 동안 밖에서 배변하는 습관이 들었나 봐요.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배변을 하려면 꼭 밖에 나가야 하죠. 그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강아지들이 주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그 신뢰를 깨뜨리고 싶어 하지 않을 때 실외 배변을 한대요. 어디선가 그 이야기를 듣고 저희는 또 굉장히 감동했죠. (웃음)
 

이렇게 매일 산책을 하는데도 필동이가 살이 찌는 이유는 두섭 씨가 간식을 많이 줘서라고 지윤 씨가 걱정하던데요?

손지윤_ 일단 두섭이는 필동이가 살이 쪘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요. 살이 아니라 털이다, 원래 타고난 체형이다 그러죠. (웃음)

성두섭_ 제가 간식을 주긴 좀 주긴 해도 사료는 많이 안 주거든요. 솔직히 간식도 그렇게 많이 준다고 생각 안 하고요. 제 생각엔 체형인 것 같아요. 필동이 엄마도 비슷하거든요. 유전이 확실하죠. 아니면 기초대사량이 낮은가? 어렸을 때는 되게 빠릿빠릿했는데 크면서 움직임이 느려졌거든요. 절대 간식을 많이 줘서 살이 찐 게 아니랍니다. (웃음)  
 

필동이랑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성두섭_ 해외 여행하기요. 요즘 예능 프로그램 <펫츠고! 댕댕트립>을 보면서 우리도 필동이랑 멀리 가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왕이면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곳으로요.

손지윤_ 제 소원은 저희가 유명해져서 필동이랑 ‘댕댕트립’에 나가는 거예요. (웃음) 좋은 식당 같은 데 가면 필동이도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잖아요. 그리고 같이 좋은 자연도 보고 싶고요. 최근에 셋이 근교 여행을 다녀왔는데, 자연에서 잘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까 좋더라고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돌아왔죠.
성두섭_ 저희의 삶이 필동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지윤이가 이 정도로 바뀔지 몰랐어요. 한 예로, 저희가 이사하면서 나무 바닥으로 인테리어를 바꿨거든요. 근데 필동이가 미끄러질까봐 바닥에 전부 유아용 매트를 깔아 놨어요. 예쁘게 바꿔 놓은 바닥은 구경도 못하고 있죠. (웃음)

손지윤_ 모든 게 다 필동이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어떤 때는 저희가 개집에 얹혀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오늘 인터뷰도 필동이 위주로 진행된 것 같은데, 두 분의 이야기 좀 해볼까요? (웃음) 결혼은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성두섭_ 일단 저한테 지윤이는 연애도 가장 오래한 사람이에요. 저희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 초연을 같이 하면서 만나게 됐는데, 지윤이가 말을 톡톡 쏘면서 하는 게 너무 재밌고 좋더라고요. 그때 저는 무엇보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제가 워낙 말재주가 없다 보니 유머러스한 사람이 저한테는 1순위였어요. 그리고 지윤이는 말을 좀 세게 하는 편인데, 그게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물론 지금은 세게 말하면 싫죠. (일동 웃음)

손지윤_ 전 두섭이가 잘 웃어줘서 결혼했어요. 저는 사람 웃기는 걸 좋아하고, 두섭이는 웃어주는 걸 잘하고, 서로 같이 있으면 잘 맞아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착해서 좋았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두섭이랑 헤어지면 결혼을 못 할 것 같았대요. 그래서 아빠가 두섭이한테 결혼을 강하게 밀어붙이셨죠. (웃음) 저희가 배우로선 좀 이르게 서른한 살에 결혼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나 싶어요. 그땐 철이 없어서 그랬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어차피 이 친구랑 결혼할 건데 빨리 하자 싶었죠.
 

서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 각자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성두섭_ 지윤이는 작품에 깊이 들어가면 ‘나 작품한다!’ 모드가 돼요. 일단 집에서 대본을 엄청 많이 보고 고민도 엄청 해요. 평소 때랑 다르게 예민해지기 때문에 공연 앞두고는 말도 잘 안 걸죠.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만큼 달라지는데, 한편으로는 가끔 그런 생각도 들어요. 배우라면 저런 면도 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요.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웃음)

손지윤_ 그냥 작품에 빠져든다고 포장해주면 안 되냐고! (일동 웃음) 두섭이는 주위 사람들 이야기에 공감을 잘하는 것 같아요.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을 잘 이해해주죠. 저는 사실 공감을 잘 못 하거든요.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왜?’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를 때가 많아요. (웃음) 그런데 사실 배우한테 공감 능력은 되게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랑 다르게 되게 차분한 것도 배우로서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럼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배우로서 이런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이야기를 해준다면?

손지윤_ 서로 자리를 피해줄까? (웃음)

성두섭_ 지윤이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된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관리 잘해서 사랑해주시는 관객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계속 잘할 거라고 믿어요. 

손지윤_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용기내서 말해볼게요. 제 생각에 좋은 배우가 되려면 우선 자기 삶을 잘 가꾸어야 하는 것 같아요. 선배님들 말씀처럼 맑은 영혼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죠. 저희는 지금 충분히 그렇게 가고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두섭이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고, 훨씬 더 좋은 배우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매번 사람들의 평가를 받다 보면 지칠 때도 있겠지만, 제가 곁에 항상 있어 줄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자기의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뭐든 겁내지 말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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