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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더 캐슬> 강혜인, 무대를 향한 소망 [No.188]

글 |안세영 사진 |김호근 2019-05-12 11,021

<더 캐슬> 강혜인, 무대를 향한 소망


 

‘이렇게 울고만 있을 순 없어요. 저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강혜인이 제작사 측에 보낸 한 통의 메일이 <어쩌면 해피엔딩>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전까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최민희, <문 스토리> 쇼케이스의 수연이 연기 경력의 전부였던 스물일곱 살의 강혜인은 <어쩌면 해피엔딩> 오디션장의 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서류에서 탈락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오디션 준비에 모든 걸 쏟아 부었던 그는 한참을 울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문의 메일을 썼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기존 지원자 가운데 한 명이 오디션을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기회가 돌아왔다. 강혜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클레어 역을 따냈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심지어 이 역할로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 후보에까지 올랐으니 조용하고 순진해 보이는 이 신인 배우 안에 숨겨진 뚝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차기작 <더 캐슬>에서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 캐리 캐닝으로 변신하는 강혜인은 또 어떤 뜻밖의 모습을 보여줄까.

 

배우를 꿈꾸게 만든 작품이 있나?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간호사가 되기를 바라셨다. 간호학과에 가려고 재수까지 하다가 뒤늦게 연기 입시 학원에 들어갔다. 솔직히 연기에는 뜻이 없고 노래를 특기로 살릴 생각이었는데, 입시 준비를 하면서 뮤지컬 넘버를 접하고 뮤지컬에 빠져들었다. 그때 처음 본 뮤지컬이 <빨래>다. 공연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이 장르에 마음을 빼앗겼다.
 

데뷔작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7년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했는데, 지원한 역할이 고등학생이라서 교복을 입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 그때 길을 헤매는 바람에 경비 아저씨와 잠깐 얘기를 나누는 동안 연출님이 그 모습을 보고 계셨던 거다.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애가 모르는 아저씨랑 해맑게 얘기하는 모습이 캐릭터와 닮아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데뷔한 건 기뻤지만 공연 기간 4개월 내내 매일 우는 연기를 하느라 얼굴은 늘 부어 있고 마음도 힘들었다. 공연 횟수도 많아서 연말 시즌에는 한 달에 47회까지 무대에 서곤 했다. 그때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돌아보니 정말 열심히 산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더 캐슬>이 지닌 매력은? 선과 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살인은 악행이지만, 우리 극 안에서는 살인이 악한 사람에 대한 징벌이 되기도 한다. 또한 악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그 사람이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는 걸 막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누가 선하고 악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캐리 캐닝은 어떤 역할인가? 어린 시절부터 고아원에서 자라서 평범한 행복에 대한 갈망이 큰 친구다. 그 갈망 때문에 악행까지 저지르게 된다. 스스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죽어가는 사람을 보아도 ‘또 하나 처리했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 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술이나 담배에 중독된 것처럼 악행을 끊을 수 없게 되는 거다. 이런 변화 과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뒤로 갈수록 목소리를 더 두껍게 내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선택A’라는 곡을 좋아한다. 넷이서 함께 부르는 노래인데, 선악의 기로에 선 벤자민이 ‘태어난 것도 버려진 것도 신의 선택인데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라고 울부짖는 부분이 있다. 캐리는 연인 벤자민이 악을 택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가사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자꾸 캐리가 아닌 강혜인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앞으로 맡고 싶은 꿈의 배역은?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넥스트 투 노멀>의 나탈리를 연기하고 싶다. 공연을 보면서 캐릭터의 감정에 이입해 마음속으로 연기를 하게 될 때가 있는데, 바로 두 작품이 그랬다. 따뜻하고 가족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쩌면 해피엔딩>도 관객으로서 정말 좋아한 작품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그 무대에 서게 된 게 꿈만 같다. 
 

뮤지컬 속 캐릭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면? <위키드>의 글린다와 친해지고 싶다. 밝고 웃겨서 같이 있으면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귀찮은 건 다 마술로 해결해 주겠지. 옷아 바뀌어라, 화장아 지워져라~ 
 

이미지와 실제 성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말투가 나이에 비해 똑 부러지지 못하고 앳된 편이라 천진난만한 이미지로 보이는 것 같다. 사실은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인데.
 

평소에 자주 듣는 말은? ‘정신 차려!’ (나: 네? 정신 차렸는데요?)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은? ‘아니에요! 타임!’ 주로 주변에서 놀릴 때 하는 말이다. 이런 반응이 재밌어서 더 놀리는지도. 얼마 전에는 연습실에서 핸드폰 게임을 잠깐 했는데, 사람들이 ‘혜인이는 맨날 게임만 해’ 이러는 거다. ‘아니에요, 저 게임 잘 안 해요!’ 그랬더니 ‘볼 때마다 게임하고 있던데?’ 하고 계속 놀려서 억울했다. ‘타임~! 진짜 아니에요!’
 

당신에게 완벽한 행복이란? ‘인생이 언제나 달콤한 순간으로만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설탕만으로 요리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맛있는 음식이 되려면 쓴맛, 짠맛, 신맛, 매운맛이 다 어우러져야 하지 않나. 어쩌면 힘들고 우울한 시간도 긴 인생을 두고 봤을 때 완벽한 행복의 일부일지 모른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이 곧 완벽한 행복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나는 공연 한 편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해야지’ 하는 원동력을 얻는다. 내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도 삶의 원동력을 얻어 가시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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