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COVER STORY] <지킬 앤 하이드> 민우혁·전동석, 다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No.186]

글 |박보라 사진 |황혜정 stylist | 박정아 assistant | 곽보영 hair&make-up | 오선남 2019-03-31 11,240

<지킬 앤 하이드> 민우혁·전동석, 다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뮤지컬 배우라면 언젠가 한 번은 꼭 무대에 오르고 싶은 꿈의 작품이 있다. 바로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흥행 불패의 신화를 이어온 <지킬 앤 하이드>다. 이번 시즌은 약 7개월이란 공연 기간에 지난 시즌을 통틀어 흥행의 역사를 써내린 캐스트가 총 출동한 출연진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운 소식이 들렸다. 데뷔 이후로 굵직한 작품에서 주역을 맡으며 명성을 다져온 민우혁과 전동석이 합류한다는 것이다. 오는 3월 두 사람이 이번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민우혁,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꿈

 

“어우, 표지 촬영을 할 때마다 정말 신기해요. 전 무명 시절이 굉장히 길었잖아요. 표지 모델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게 실현된 것 같아서 좋아요.” 기자가 알고 있는 민우혁은 얼어붙은 촬영장을 단숨에 녹여주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인터뷰 일정엔 언제나 10분 전에 도착해서 성실하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같이 일하기 편한’ 배우다. 이날 역시 시원한 웃음과 함께 우렁찬 인사를 건네는 그의 등장에 촬영 진행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민우혁에게 <지킬 앤 하이드>를 향한 기대의 말을 건네자마자 기다린 듯 이야기가 쏟아진다. “<지킬 앤 하이드>는 지금 너무 잘되고 있는 작품이잖아요. 초반도 아니고 중후반에 합류하는데, 당연히 부담을 느끼죠. 그런데 경험상 공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익숙함에 딜레마가 오기도 해요. 저와 (전)동석이가 합류하면서 그런 부분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요?” 시원한 자신감이 돋보이는 그는 이번 작품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중이다. 민우혁에게 <지킬 앤 하이드>는 지킬과 하이드가 번갈아 대결하는 뮤지컬 넘버 ‘Confrontation’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연습 도중 앞서 지닌 선입견은 와장창 무너졌다. 바로 대본이 지닌 힘을 다시 보게 됐기 때문이다. 민우혁의 설명을 옮기자면 지킬과 하이드는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될 수 없다. “전 지킬을 악이라고 바라봤어요. 그랬더니 처음부터 쫙 퍼즐이 맞춰지더라고요. 지킬이 개발한 약이 선과 악을 분리하는 효능을 가진 게 아니라, 원래 그 사람이 지닌 성향을 모두 표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작품을 풀어갔죠.” 민우혁이 설명한 <지킬 앤 하이드>의 색다른 접근 방법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렇다. 지킬의 아버지는 원래 고매한 영혼을 지닌 사람인데, 치매로 이상하고도 악랄한 행동을 하게 됐다는 것. 지킬은 변한 아버지의 본래 모습을 되찾고자 약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약을 본인에게 주사해 보니 이성의 끈을 잡고 간신히 불만과 분노를 참고 있던 지킬의 본성이 폭발하게 된 거란 설명이다. 이렇게 자신의 시각을 담은 <지킬 앤 하이드>를 선보이기 위한 민우혁의 가장 큰 고민은 이거다. “제가 생각한 모든 것을 무대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제가 풀어야 할 숙제예요.” 


 

남자 배우라면 ‘꿈의 작품’이라 꼽히는 <지킬 앤 하이드>. 쉽게 그의 품으로 왔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민우혁에겐 지금까지 어떤 작품도 쉽사리 인연이 닿은 적이 없다. 그래도 이젠 치열한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작품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에이, 오디션은 당연히 봐야죠. 그리고 제가 오디션을 통해 누구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보여준다면, 작품을 색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지킬 앤 하이드>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이번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민우혁보다 더 기뻐했던 사람들은 바로 동료 배우들이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빨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게 되어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해도 되나.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주변 동료들이 소식을 듣자마자 저보다 더 좋아하면서 ‘잘할 거야! 네 공연 꼭 보러 갈게’라고 축하해 줬어요. 그 말을 듣고는 ‘나도 나를 한번 믿어보자’ 이렇게 생각하게 됐죠.” 

동료 배우만이 아니다. 민우혁은 뮤지컬을 넘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젠 그의 이름을 듣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한 작품에서 단단히 다져온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제가 성장했다기보다는 무대랑 조금 더 친해졌다고 하는 게 맞을 듯싶어요. 처음에는 동선, 음정, 가사, 대사를 무사히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를 가질 수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내 호흡을 가지고 무대를 보는 시각이 생긴 것 같아요.” 경력이 쌓이면서 욕심나는 작품도 생기지 않을까. 신기하게도 민우혁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단다. 매니저에게 문득 “나 아직도 신기해”라며 종종 꿈같은 현실을 화두에 올린다. 다른 세상 배우라고 생각했던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여전히 거짓말 같단다. “사실은 제게 벌어진 이 모든 상황이 겁이 나요. 가끔 언제 떨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어진 것을 제대로 못 즐기고 있기도 해요. 정말 죽어라 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죠.” 이런 그가 지금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바로 ‘관심’이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지킬 앤 하이드>로 가득해, 자기 자신조차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작품만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관객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이젠 “이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꼭 무대에서 뮤지컬배우로 잘 해내야만 한다는 민우혁. 그의 <지킬 앤 하이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전동석, 행복한 배우가 되는 법

 

지금 나에게 주고 싶은 것은? 전동석을 만나자마자 건넨 질문의 답은 바로 “<지킬 앤 하이드>의 대본이 완벽하게 들어 있는 머릿속!” 눈만 뜨면 대본 생각에, 이것저것 다른 일을 해도 작품이 생각난다는 전동석. 심지어 어젯밤에도 <지킬 앤 하이드>를 연습하는 꿈을 꾸었을 정도란다! 사진 촬영과 인터뷰 중에도 조금이나마 틈이 생기면 눈앞에 공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며, 지면을 걱정하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헤어·메이크업 수정이나 의상을 갈아입는 도중에도, 사진이 가득한 모니터를 보면서도 혼자 중얼중얼 대사를 외우며 무대처럼 몸짓을 시연하는 전동석을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들이 직접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품에 빠진 전동석이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몬테크리스토> 출연 중에 지킬/하이드의 언더 스터디로 작품을 준비할 기회를 얻었지만, 무대가 고팠던 열정을 숨길 수 없어 다른 작품을 선택했다. 전동석은 스물 초반의 당시를 회상하며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다음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왜 그랬지?”라고 웃어 보였다. 거침없는 청년의 생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지킬 앤 하이드>와의 인연이 다시 닿았지만, 그의 생각은 자신감 넘치던 과거와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니까 이 작품은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지킬 앤 하이드>를 떠나보냈는데, 운이 좋게도 다시 또 기회가 왔어요. 이번엔 제가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러나 사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번 시즌의 <지킬 앤 하이드>는 각각 고유 명사처럼 불리는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가 초반을 담당하고, 중후반부터 민우혁과 전동석이 합류하기 때문. 다른 부담감보다도 그를 옥죄였던 것은 ‘홀로 연습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였다. 고민을 거듭했던 전동석에게 마음의 결정을 내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존경하는 선배이자 절친한 형, 뮤지컬배우 류정한이다. “정한 형과 정말 많이 이야기했죠. 형이 ‘중간 투입이나 혼자 연습하는 걸 신경 쓰지 마. 누가 널 어떻게 볼지도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넌 <지킬 앤 하이드>를 하고 싶니?’라고 물으시는 거예요. 그리고 제 답은 ‘하고 싶다’ 바로 이거였어요. 형은 제가 무대에 서서 행복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저를 움직였어요. 제게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된 계기죠. 정한 형과 나눈 대화가 <지킬 앤 하이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이렇게 만난 작품에 전동석이 모든 걸 쏟는 건 당연한 일. 사실 그는 작품을 선택하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게 파고들기로 유명하다. 보통 대본을 받으면 2주 만에 다 외운다는 이야기를 익히 듣고 있던 터, 그런데 이번 <지킬 앤 하이드>는 조금 다르단다. 그동안 몇 번이나 관람한 작품이지만, <지킬 앤 하이드>의 대본을 받자마자 다른 작품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대본을 읽고 연습하면서 느끼는 건데, 전 조금 더 명확하게 지킬과 하이드의 캐릭터가 보였으면 해요. 지킬과 하이드는 하나의 인격체에 두 개의 자아인데, 한 끗 차이로 두 개의 인격체로 보일 수 있거든요. 제가 잘 표현하기 위해선 지킬과 하이드 사이의 선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그가 고심하는 부분은 ‘선’을 대변하는 지킬의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킬이란 인물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요. 음,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지킬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최근 <더 라스트 키스>,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으로, 뮤지컬 페스티벌과 일본에서의 뮤지컬 콘서트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인 전동석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주변 형들이 ‘서른 살부터 시작이다’라고 했는데 그걸 깨닫고 있죠. 이제야 배우가 된 느낌이 조금은 들어요. 무대 위에서 내가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구나! 뭐 이런 정도. 하하. 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깨닫지 못했을 것 같아요. 작품을 함께하면서 제 모든 능력치를 훨씬 더 높게 끌어올려 주셨거든요. 그런데 이번 <지킬 앤 하이드>의 데이비드 스완 연출님과도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와 정말 잘 맞더라고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작품이 기대돼요.” 전동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 끝엔 <지킬 앤 하이드>가 있었다. ‘기대하지 말고 편안히 공연을 보러 오라’는 그의 마지막 말 속에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본심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무대 위의 전동석이 자신만의 <지킬 앤 하이드>를 세상에 공개할 거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하긴, 거창한 말보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동석의 스타일이니까.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날 3월을 기다리면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6호 2019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