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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더뮤지컬 안세영의 내가 사랑한 뮤지컬 [No.186]

글 |안세영 2019-03-29 4,251

내가 사랑한 뮤지컬  

 

당신이 기억하는 첫 번째 뮤지컬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가장 많이 웃음 짓게 했던, 또 가장 많이 울게 했던 뮤지컬은요? 당신에게 뮤덕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 뮤지컬도 있나요? 바람 잘 날 없는 뮤지컬계 관계자들에게 당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인생작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개되는 프로 관극러들의 덕밍아웃 다이어리!

 

인세영

 


 

첫사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히 집에 꽂혀 있던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 앨범을 집어든 뒤부터였어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황홀한 음악과 마이클 크로포드, 사라 브라이트먼의 경이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진 이 앨범은 화성에 이주한다 해도 챙겨갈 저의 보물 1호랍니다. 작년에는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이 된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방문해, 그 유명한 샹들리에와 5번 박스석을 실제로 보는 소원을 이뤘어요. 사진은 오페라 극장에서 구입한 엽서 세트와 5번 박스석 문패 모양으로 만들어진 키링입니다.


20대의 로망 <렌트>

<오페라의 유령>이 저의 첫사랑이라면 <렌트>는 오랫동안 저의 이상형이었어요. 동성애, 마약, 에이즈 등 동시대 미국 젊은 층의 화두를 거침없이 노래하며 ‘No Day But Today’라는 금언을 남긴 록 뮤지컬 <렌트>는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저에게도 각별한 애틋함으로 다가왔죠. 2009년 <렌트>의 초연 멤버 아담 파스칼과 앤서니 랩이 참여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팀의 마지막 투어는 제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혼자 예매해 보러 간 공연이기도 해요. 이듬해 앤서니 랩이 자전적 모노 뮤지컬 <위드 아웃 유>로 다시 내한했을 때도 혼자 극장을 찾아 쉬지 않고 울다 왔던 기억이 납니다. 



 

하늘이 내린 최애캐 <로미오 앤 줄리엣>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은 실황 영상으로 먼저 접한 작품이에요. 2007년 첫 내한을 전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 작품의 국가별, 시즌별 공연 영상이 공유되었는데, 덕분에 같은 작품이라도 연출과 연기에 따라 달라지는 공연의 묘미를 깨우칠 수 있었죠. 그 중에서도 저는 프랑스 배우 필립 다빌라와 헝가리 배우 베레즈키 졸탄이 연기하는 머큐시오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최애’는 하늘이 점지한다고, 돌이켜 보면 이때만큼 무대 위 캐릭터에 가슴 설렌 시기도 다시 없었어요. 

 

그때 그 배우 <어쌔신>

역대 미국 대통령 암살자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손드하임의 대표작 <어쌔신>은 제게 뮤지컬이 얼마나 폭넓은 소재와 형식을 취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었어요. 개인적으로 2009년 소극장에 올라간 버전을 특히 좋아하는데, 어쩌면 그건 지금은 사라진 극장 ‘더스테이지’에서 지금은 뮤지컬계를 떠난 배우들과 함께한 공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현재 영화와 방송에서 활약 중인 배우 김대명의 리즈 시절로 화제를 모았던 사진이 바로 이 당시 찍은 사진이랍니다. 김대명과 임문희가 함께 부른 ‘Unworthy of Your Love’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이후 두 배우를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보지 못한 게 섭섭할 따름이에요. 



 

회전문의 맛 <넥스트 투 노멀>

이제는 문을 닫았지만 ‘뮤지컬해븐’은 국내에서 제 취향의 작품을 가장 많이 올려주었던 고마운 제작사예요. 기자가 되기 전 뮤지컬해븐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때 받은 초대권 덕에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저도 처음으로 회전문 관람이란 걸 해볼 수 있었죠. 사진 속 <넥스트 투 노멀> 로고가 박힌 단체 맨투맨이 서포터즈 활동 당시 받았던 선물입니다. 

 

마성의 코미디 <애비뉴Q>

공연을 보면서 엉엉 울기보다 더 어려운 일은 깔깔 웃기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2013년 <애비뉴Q> 내한 공연은 정말 대단했어요. 관객들이 하도 웃어서 샤롯데씨어터 2층 객석 의자가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는 괴현상을 체험했으니까요. 딱 취준생 시절 이 작품을 만난 저는 남일 같지 않은 백수 인형의 사연에 깔깔대며 잠시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었죠. <애비뉴Q>의 뮤지컬 넘버는 지금도 인생 뭣 같은 순간 흥얼거리게 되는, 무거운 인생을 가볍게 헤쳐 나가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권태기를 날려준 <해밀턴>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 <해밀턴>을 보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욕망은 저로 하여금 소심함과 게으름을 초월하는 덕심을 발휘하게 했습니다. 반년 전부터 웨스트엔드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유튜브에 떠도는 팬무비와 가사 번역본을 보며 작품에 대해 공부했죠. 심지어 극장 입장 시 필요한 결제 카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고객 센터에 연락하는 해프닝까지 거쳐 영접한 공연은 인내의 시간을 보상해 주고도 남을 만큼 짜릿했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한동안 뮤지컬 권태기에 빠져 있던 제게 ‘여전히 위대한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작품!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6호 2019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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