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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김성수 음악감독의 내가 사랑한 뮤지컬 [No.186]

글 |김성수 음악감독 AKA 23 2019-03-29 5,092

내가 사랑한 뮤지컬  

 

당신이 기억하는 첫 번째 뮤지컬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가장 많이 웃음 짓게 했던, 또 가장 많이 울게 했던 뮤지컬은요? 당신에게 뮤덕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 뮤지컬도 있나요? 바람 잘 날 없는 뮤지컬계 관계자들에게 당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인생작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개되는 프로 관극러들의 덕밍아웃 다이어리!

 

김성수

 


 

반복 관람을 부른 뮤지컬 <나이트메어 스토리> 

2011년, 여행차 찾은 뉴욕에서 관람하게 된 작품입니다. 총 열흘 머무는 일정 중 이 작품을 세 번이나 보았죠. 처음에 보고 나서 재미있어서 다시 관람했는데, 지인과 약속이 중복돼서 한 번 더 보게 됐습니다. 전형적인 형식의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지만, 피그펜 시어터의 재능 있는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보고 또 봐도 항상 즐겁고 새롭습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준 <블랙 라이더>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원작으로 하는 <블랙 라이더>는 윌리엄 버로스가 대본을, 톰 웨이츠가 음악을, 그리고 로버트 윌슨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저한테 개인적인 의미를 묻자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주는 소중한 작품이죠. 제가 지금껏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각 분야 대가들의 협업이었고, 2002년 뮤지컬 작업을 시작한 후 같은 포맷의 작업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었던 저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었거든요. 전 운이 좋게도 2006년 LA의 아맨슨 시어터에서 마리안느 페이스풀을 제외한 초연 멤버들이 출연한 마지막 무대를 보게 됐는데,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한 노부부가 뮤지컬을 보고 OST를 사는 것은 생전 처음이라고 말하는 대화를 듣고 괜히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손드하임의 힘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 

치밀함과 나른함, 난해함과 따뜻함.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는 한데 섞이기 힘든 감정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스티븐 손드하임, 그는 역시 위대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 스티븐 손드하임의 가사, 제롬 로빈스의 안무와 연출. 모든 면에서 완벽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를 넘어설 작품은 나오기 힘들 듯하고요.


주위에 가장 많이 추천한 뮤지컬 <토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공연하면서 정재일 군과 “어떤 작품이라면 우리가 다시 같이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우리의 결론은 “<토미>라면!”이었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누구가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가 이제 정신 좀 차리라는 얘기만 들었지만요.


불변의 가치 <포기 앤 베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흑인으로만 팀을 구성한 <포기 앤 베스>. 조지 거슈윈의 이 고집스러운 포크 오페라가 지니는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공연을 기다리며 <라자루스>

월터 트래비스의 소설을 뮤지컬 <원스>의 작가인 엔다 월시가 각색하고 이보 반 호프가 연출한 뮤지컬입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데이비드 보위’이죠. 데이비드 보위의 유작이 되어버린 이 작품은 그의 음악들을 뮤지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뉴욕시에서는 <라자루스>의 마지막 공연 날이었던 2016년 1월 20일을 데이비드 보위의 날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다면 저는 당연히 전 회차를 봐야겠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6호 2019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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