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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4) <광화문 연가> 김무열 [No.90]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2011-03-22 5,465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믿고 의지했던 배우 박용하를 차례로 떠나보내야 하는 힘겨운 시간을 겪으면서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가졌던 김무열. ‘낮에는 운동하고 밤에는 술 마시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 있던 그는 ‘밝은 작품 안에서 미친 척하고 날뛰고 싶어서’ <삼총사>의 달타냥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011년 서른을 맞았고, 故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로 재구성한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로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공연과의 첫 만남에 대한 물음에 김무열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음, 실은 작년에 (박)용하 형이 한번 읽어보라고 건네준 작품이 <광화문 연가>였어요. 전부터도 공연을 계속 하고 싶어 했는데, 만약 이 작품을 하게 되면 저랑 같이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작품이 안 좋으면 안 할 거라며 웃었지만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상훈 역의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하늘나라에 있을 박용하와의 추억이 먼저 떠올랐을 그의 심정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다.

 

출연 배우들과의 첫 미팅 이후로는 그런 마음을 모두 접었다는 김무열이 결정적으로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지나 연출 때문이었다. 한국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가득 담아낸 <서편제>를 보는 내내 그녀와의 작업을 온몸으로 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그리스> 이후로 6년 만에 이지나 연출의 무대에 오르게 된 그는 “연출님께는 선생님 같은 믿음이 있어서인지, 연기 못한다고 혼나면서도 작품을 할 수 있겠다, 무조건 믿고 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무서운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모든 게 저한테나 작품한테 도움이 된다는 걸 아니까 그냥 믿고 가보려고요” 하며 웃는다. 이번 공연에서 김무열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선배가 사랑하는 여자임을 알면서도 그녀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었던 남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선배를 보호했던 남자 현우를 연기한다. 창작뮤지컬 작업이 낯설지 않은 그이지만 연출가와 작가, 배우들과 대본 수정 작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습 초반에 이렇게 긴장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리딩을 하면서 동시에 대본 작업을 하고 있어서 하루라도 빠지면 드라마는 물론 제 캐릭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작품 분석은 물론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 캐스팅된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 일정이 연습과 겹쳐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음을 그는 알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연기할 현우를 두고 김무열은 ‘사랑이나 이상 앞에서 바라보거나 꿈만 꾸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험은 한 번 정도뿐이지만 자신 역시 사랑을 쟁취하는 스타일이라고. “물론 요모조모 따져보면 현우가 제일 나쁜 인물이긴 해요. 필요할 때 찾고 책임지지는 않고. 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하겠어요. 전 그 역시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캐릭터 분석에 심혈을 기울이는 그는 이미 현우라는 인물에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에 참여하기 전까지 故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을 거의 알지 못했다는 고백은 조금 뜻밖이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그가 아는 곡이라고는 ‘가로수 그늘 아래’와 빅뱅이 부른 ‘붉은 노을’ 정도가 전부였다고. 첫 연습 날, 현재의 상훈 역을 맡은 박정환이 부르는 ‘옛사랑’을 듣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는 그는 그제야 원곡의 추억을 안고 극장을 찾을 관객들에 대한 책임감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극 중 넘버의 절반에 가까운 곡을 소화해야 하기에 그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철저한 자기 관리는 물론, 엄청난 집중력과 연습을 통해 새로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노력형 배우임을 지난 행적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는 분명 제작 발표회 때 들려줬던 ‘해바라기’를 비롯한 극 중 넘버들을 자기만의 새로운 해석과 감성으로 선보일 것이다.


데뷔 이후 어떤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무대에 서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부렸던 김무열. 지난 9년간 어떤 위치나 시기를 생각하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던 그가 이제  ‘예술보다는 삶이 먼저’라는 조광화 연출의 충고를 따라 스스로의 삶에 여유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서른을 맞아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김무열이 <광화문 연가>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작품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과 치열함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무대일 것이라 믿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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