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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어쩌면 해피엔딩> 신주협, 단단한 레몬 나무를 위하여 [No.184]

글 |박보라 사진 |표기식 2019-01-30 7,628

<어쩌면 해피엔딩> 신주협, 단단한 레몬 나무를 위하여

 


 

웃을 때면 두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시원하게 접히는 얼굴에서 상큼함이 묻어나, ‘레몬’이란 별명이 생긴 배우 신주협. 별명만 들으면 매사에 발랄한 모습이 떠오르지만, 사실 그는 의외로 진중한 사람이다. 하기야, 사람을 단순하게 몇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짧게나마 설명하자면 이렇다.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사는 사람. 2017년 온갖 애드리브와 리액션이 난무한다고 소문난 코미디 뮤지컬 <난쟁이들>로 데뷔한 신주협은 이 작품을 통해 ‘하드 트레이닝’을 거쳤는데, 이런 경험 탓일까. 신인이라면 무대마다 걱정하기 마련인 ‘실수’에 대해 명쾌하게 답했다. “털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잖아요. 다음에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연습하고, 그러다가 또 틀리면 다시 내려와서 연습하고.” 그의 대답에서 기분 좋은 느낌이 왔다. 상큼 새콤한 레몬 이미지에 한정되기보다는 단단한 레몬 나무가 되고 싶단 열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본인의 이미지와 실제 성격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목소리와 말투. 무대에서는 어리고 귀엽게 보이지만 평소 목소리를 들으면 그렇지 않다. 종종 ‘애늙은이’ 같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추임새를 많이 써서 그렇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 손에 컸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말버릇이 됐다. 이야기를 듣다가 ‘어휴, 아이고, 이런’ 등의 추임새를 넣거나 뒷말을 끄는 경향이 있다. 
 

레몬이라는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은? 

<난쟁이들>을 같이한 강정우 형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작품과 관련된 영상을 촬영할 때,  정우 형이 나보고 상큼하다면서 ‘레몬’이라고 해줬다. 처음 레몬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스스로에게 ‘내가 상큼한가? 나 애늙은이인데?’라고 되물었다. 난 실제로 레몬처럼 상큼하고 밝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해피엔딩>에 참여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

초연 앙코르 공연을 봤는데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은 좋은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지 않나. 배우로서 내가 받았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많이 했다. 함께 공연하는 형들에게 고마운 건, 내게 ‘신주협만의 올리버’를 만들라고 조언해 준 거다. 덕분에 나만의 올리버를 정말 열심히 만들 수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와 신주협의 공통점은? 

작품에서 ‘나의 방안에’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는데, 정말 내 이야기같아서다. 올리버는 ‘괜찮아. 제임스가 올 거야’라며 삶을 대한다. 심지어 자기 기종의 부품 생산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더 이상 안 만든다고요? 괜찮아!’라고 한다. 이렇게 삶을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닮았다. 무대에 설수록 ‘나의 방안에’가 점점 더 특별해지는 이유기도 하다.
 

평소 가장 많이 쓰는 단어나 문장은?

별일 없으시죠? 그냥 안부 인사다. 사적으로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아도, 일과 관련된 연락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매일 만나는 사람이면 더더욱 이 말을 건네게 된다. 어느 순간 내가 잘 지내고 있나? 나는 요즘 뭘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이런 질문을 건네게 됐다. 별일 없냐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할 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가 더 놀고 싶다. 중고등학교를 대안학교에서 보냈는데, 공강을 만들 수 있었다. 난 문과와 예체능 과목을 듣고, 이공계 계열의 과목을 듣지 않았다. 돌아간다면 책을 더 많이 읽거나,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경험하고 싶다. 사실 미술계에 오래 몸담으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시작했고, 기타와 피아노도 배웠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장르의 예술을 다양하게 접했으면 지금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돈을 공정하게 나눠줬으면 좋겠다. 서민과 부자의 경계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가장 멀리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 예를 들면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사람을 피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멀리하다 보니 주위엔 없지만, 낯선 자리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면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더라. 
 

배우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덕목은?

무대에서는 캐릭터로서 다른 캐릭터들과 관계를 풀어내야만 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말과 행동을 통해 서로를 향한 이해심이나 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인문학적 소양이 더해져야 한다. 사람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인문학적 소양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워지는 것. 첫 독립 이후 외로움을 느끼고 힘들었다. 물론 지금 생활이 정말 감사하지만, 언제나 매순간 좋을 수는 없다. 사람들과 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삶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과거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외로움을 느꼈을 때가 있는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내 사람들을 잘 챙기려고 하고 있다. 
 

당신에게 완벽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사는 것. 삼시 세끼 잘 먹었으면 좋겠다. 사실 완벽한 행복은 없으니까, 불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4호 2019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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