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드림씨어터 클립서비스 설도권 대표, 부산 시장 매니지먼트에 도전하다 [No.184]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9-01-28 7,452

드림씨어터 클립서비스 설도권 대표, 부산 시장 매니지먼트에 도전하다

 

오는 3월 부산에 새로운 극장이 문을 연다.  이름은 드림씨어터. 총 1,727석 규모를 자랑하는  지상 3층의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이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규모다. 2019년 뮤지컬계가 주목하고 있는 드림씨어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새로운 지역 시장 개발을 통한 국내 뮤지컬 시장의 확장이라는 의미 있는 도전을 앞두고 있는  설도권 대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산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드림씨어터 사업은 어떻게 추진된 것인가. 클립서비스 대표로서 부산 공연장 운영을 맡은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 클립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먼저 돼야 할 것 같다. 클립서비스는 지난 2000년 공연 티켓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출발한 회사다. 당시만 해도 우리 같은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티켓에 매니지먼트가 왜 필요하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연 예매 방식을 생각해 보면, 여러 개의 예매처에서 동시에 각각 다른 좌석에 대한 판매가 이루어진다. 한 좌석의 티켓 판매권은 한 회사만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예매처별로 판매 구역을 나눠주고, 구역별 좌석 등급을 책정해 주는 등 티켓 유통을 관리해 줄 곳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과 티켓을 판매하는 제작사, 양방향에 서비스하는 회사가 우리의 모토였다. 티켓 유통 사업이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공연 홍보 마케팅, 투자, 제작, 배급까지 사업이 확장됐는데, 공연 콘텐츠가 사업의 핵심인 클립서비스의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극장 운영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란 콘텐츠를 올리려면 극장이란 공간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서울은 이미 극장 포화 상태이고, 또 서울만으론 한국의 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커지려면 서울 외에 다른 도시에도 탄탄한 마켓이 형성돼야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지방 시장 개발의 리딩 컴퍼니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게 된 것이다. 
 

부산이 문화 예술의 도시라 해도 부산에서 뮤지컬은 아직 흥행에 취약한 장르다. 부산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본 건가.

주위에 부산 공연장 이야기를 하면 첫 반응이 다들 비슷했다. 99퍼센트의 사람들이 부산에 공연장을 만드는 게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을 가졌고, 나머지 1퍼센트는 극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거라 했다. 불가능하다고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업도 아닌 작은 회사들이 모여 새로운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다고 하니 돈키호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설도윤 프로듀서도 그렇고 우리 둘 다 20년 넘게 국내 뮤지컬 시장을 지켜본 사람들 아닌가. 특히 대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 시장을 두드려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10년 대구에서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도 다들 성공 확률을 제로 퍼센트라 봤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 대변혁을 일으키지 않았나. <오페라의 유령> 성공 이후 2014년 <캣츠>와 2016년 <위키드> 라이선스 공연 역시 서울과 대구, 두 도시에 올렸는데, 두 작품 다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둬 대구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 이때 내가 확실히 느낀 것은 킬러 콘텐츠가 지닌 힘이다. 따라서 부산에 대형 메머드급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 만들어진다면, 킬러 콘텐츠로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업의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가 바로 인구수다. 부산은 35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고, 경남과 울산 같은 인근 지역까지 따져 본다면 엄청난 잠재적 관객이 있는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부산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해외 투어 공연을 유치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나.

그렇다. 실제 해외 프로듀서들에게 한국에 서울 외의 다른 마켓이 있다면 한국 공연 시장의 입지가 훨씬 커지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실제적인 예가 클립서비스가 주최·기획한 <라이온 킹>이다.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공연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돼야 하는데, 서울 내 대형 극장을 원하는 시기에 6개월 동안 대관하기란 쉽지 않다. 또, 흥행 여부를 떠나서 브로드웨이 초연 20여 년 만에 들여온 오리지널 투어 공연인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 극장으로 눈을 돌려 대구, 서울, 부산, 이 세 개 도시에서 여섯 달간 공연하는 라인업이 나온 거다. <라이온 킹> 투어 공연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된 게 2015년이었는데, 이때부터 우리가 부산에 극장을 운영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협상을 진행했다. 한국은 세 개 도시에서 공연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시장이니,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투어 일정을 잡으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었다. 다만 오해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우리가 공연장을 운영하게 돼서 <라이온 킹> 공연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성과는 해외 파트너사들과 그룹 대 그룹으로, 또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난 20년 동안 신용을 쌓아온 결과다. 장거리 마라톤 같은 공연 비즈니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공연장 하나로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 복합 단지 내에 공연장이 위치한다는 점이 특이한데, 어떻게 진행된 프로젝트인지 설명해 달라.

2008년 부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문현 지구의 개발 계획안이 확정되면서, 금융 혁신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지역 전체를 개발하는 이슈가 생겼다. 그리고 2010년 금융 업체와 기관들을 유치할 수 있는 PF사업부지(통합개발용지)가 마련됐는데, 도시 개발의 한 형태로 금융 타운 안에 극장이 위치해 있는 복합 상업 시설을 지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설도윤 프로듀서다. 그때가 2013년이었다. 부산시에서는 공연장이 들어서면 집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수익성 문제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극장 건립에 필요한 수백 억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문제였다. 그러다 2015년 컨소시엄에 극장 건립 프로젝트가 채택되면서 사업을 시행하게 됐다. 당시 최소 250억 규모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인가 아주 오랜 시간 고민했는데, 클립서비스의 공연 라인업과 홍보 마케팅 전략이라면 극장 운영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현 지구는 업무 지구이다 보니 퇴근 시간 이후에는 도시 전체가 불 꺼진 암흑으로 바뀐다. 드림씨어터가 사람들을 끌어들여 도시 활성화에 기여한다면 다음 도시 개발에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뚜렷한 방향성을 지향하는 극장 

 

부산에 있는 기존 극장들과 비교했을 때 드림씨어터만의 차별점은 뭔가.

극장으로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게 가장 큰 차이 같다. 앞서 언급했듯 대구에서 공연했던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 <위키드>를 부산에서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부산의 대극장 가운데 적합한 무대 시설을 갖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부산에 규모 있는 뮤지컬 전용 극장을 만드는 데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주길 바랐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보니 양쪽 다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따라서 드림씨어터는 규모가 큰 킬러 콘텐츠를 공연하는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정체성을 확실히 할 계획이다. 현재 지방 공연장들의 평균 가동률은 20~40퍼센트 내외다. 우리 목표는 극장 가동률을 75퍼센트까지 올리는 것인데, 그렇다고 단순히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공연을 하진 않을 것이다. 중소규모에 적합한 공연을 무리해서 우리 극장에 올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야 기존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고 다른 극장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진입할 때 다른 도시에서 먼저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는 것처럼, 우리 극장도 창작 개발에 도움을 주는 인큐베이팅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운영 목표는 무엇인가.

몇 해 전부터 국내 뮤지컬이 정체를 겪고 있다는 위기론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지 않나. 난 제작사들이 타깃으로 하는 뮤지컬 관객층의 피로도가 높아져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본다. 왜냐, 한 해에 올라가는 공연 수는 너무 많은 반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은 적다. 그렇다면 공연 편수를 줄여야 하나. 물론 아니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할 공연을 제대로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뮤지컬 시장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고 한다. 약간의 경험과 돈을 가지고 콘텐츠를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장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성장통이라 해도, 뮤지컬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일이다. 드림씨어터는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다. 목표는 1년에 적어도 한두 편의 킬러 콘텐츠를 50회 이상 공연하는 것이다. 지방에 올라가는 대극장 공연의 평균 공연 횟수가 5회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따르겠지만, 개관 1~2년 동안은 모험을 해볼 각오다. 
 

홍보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라이온 킹>을 보러 오십시오. 이게 우리의 마케팅 전략이다. 부산이 한국 내 마지막 투어 도시니까 이 공연이 끝나면 더 이상 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라이온 킹>이라는 좋은 공연을 즐기러 오십사 알리는 것에서 마케팅을 출발할 생각이다. <라이온 킹> 이후에는 <스쿨 오브 락>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이는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 히트작이자 최초의 월드 투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 <위키드>처럼 지금껏 부산에서 공연되지 않았던 큰 규모의 흥행작들도 차차 올릴 생각이다. 내 생각에 극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고, 좋은 콘텐츠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홍보 마케팅이 된다. 극장 건립 예산에서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대 시설에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대형작들을 공연하려면 그에 맞는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어쨌든 극장의 가치는 관객에게 달렸으니 개관 후에는 관객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개선 가능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 지역 단체와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인가.

당장은 부산 내 특정 예술 단체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것보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소통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공연이 없는 시즌에도 극장이 공간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지역 특성상 365일 내내 공연이 올라갈 수 없으니, 극장이 비어 있는 시기에 무대 외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역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극장 홍보에 힐링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봐야 할 것 같다.  
 

올해는 클립서비스가 창립 19주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20년 넘게 공연계를 지켜온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 목표는 프로듀서가 아니다. 난 마케팅 디렉터로 이 일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경영자이길 바란다. 탄탄한 비즈니스 플랜을 설계해 좋은 프로듀서들을 컨설팅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탁월한 감각과 능력을 지닌 젊은 프로듀서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나오겠나. 그들이 좋은 공연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협력하는 코-프로듀서(Co-producer) 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러더라. 미래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거라고. 굉장히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예측만 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를 얻기 힘들지 않나. 올해는 지난 20년의 예측을 바탕으로 극장을 운영하는 데까지 왔다면, 이제는 시장을 예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큰 상상을 해볼 생각이다. 

 

 

 

 

다른 분야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뮤지컬 시장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고 한다. 약간의 경험과 돈을 가지고  콘텐츠를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장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성장통이라 해도, 뮤지컬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일이다. 드림씨어터는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4호 2019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