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S&CO 신동원 프로듀서, 오랜 노력의 결실
세계적으로 까다롭고 완벽하기로 명성 높은 제작사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 특히 <라이온 킹>은 그중 특별 관리 대상으로, 공연 성사가 결정되기까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광활한 사바나 초원과 동물을 무대로 옮겨놓은 연출, 섬세하고 완벽한 퍼펫의 향연 그리고 20년이 넘도록 이어진 세계적인 인기몰이까지 수많은 매력 포인트로 가득한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한국 공연의 소식이 들리자마자, 무성한 뒷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번 투어 공연의 제작을 맡은 S&CO의 신동원 프로듀서를 만나 <라이온 킹>의 한국 상륙의 전말을 물었다.
디즈니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 <라이온 킹>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공연 프로듀서로서 <라이온 킹>을 마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숙명’이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디즈니를 두드렸는데, 돌고 돌아 이제야 <라이온 킹>을 만났다. 한국 공연이 결정되자마자 ‘Circle of Life’가 생각났다. 지금의 자리에서 계속 소망하고 최선을 다하니 결국 만난 기분이 들더라.
디즈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디즈니와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 <미녀와 야수>부터였다. 앞서 디즈니가 2005년 <라이온 킹>의 한국 공연권을 국내 제작사가 아닌 일본 극단 시키에게 준 것은 국내 제작사들이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디즈니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자리매김한 시키가 훨씬 더 믿을 만한 파트너였을 거다. 그러나 해당 <라이온 킹> 프로덕션은 한국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내가 직접 디즈니와 대화를 시도한 건 2007년부터였다. 오리지널로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으니 맡겨달라고 했지만, 디즈니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들에게 <라이온 킹>은 ‘보호해야만 하는’ 콘텐츠로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히 강했다. 일본 이외의 아시아 시장에서 <라이온 킹>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또 쉽사리 <라이온 킹>을 공연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예산 때문이다. 국내에서 디즈니와 인연이 닿은 한 제작사도 예산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가 있다고 들었다.
공연 성사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일단은 디즈니의 특성을 알고 출발했다. 마음을 굳게 먹은 부분은 높은 손익분기점과 제작비였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이익이 조금 남더라도 공연을 올리자는 마인드였는데, <라이온 킹>을 통한 공연 관객층의 확산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거다. 높은 제작비로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심지어 손익분기점이 너무 높아서 ‘아무리 <라이온 킹>이라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웃음) 하지만 일이 잘 풀렸고 이렇게 인터내셔널 투어가 성사됐다. 사실 <라이온 킹>의 콘텐츠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일은 디즈니의 엄격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디즈니의 노하우를 우리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이온 킹>이란 브랜드 안에서 퀄리티 컨트롤이 엄격하게 이뤄진다. 실력이 없는 스타 캐스팅이나 스태프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유명해도 실력이 없다면 <라이온 킹>에 소속될 수 없다. <라이온 킹>엔 스토리, 연출, 음악, 안무 등 아름다운 요소들이 집약되어 있다. 그리고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와 스태프 들은 이 요소들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한다.
디즈니는 완벽한 파트너를 찾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렇다면 S&CO가 어떤 점에서 완벽한 파트너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가장 많이 개최한 경험을 가진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여기에 위기관리 능력도 포함할 수 있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요구 조건을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파트너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내셔널 투어 중 한국 공연만의 특징이 있다면?
<라이온 킹>은 굉장히 철학적인데, 줄리 테이머는 이런 주제를 귀담아들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단순하지만 일관성 있게 전하는 ‘Circle of Life’의 메시지를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위키드>의 대본 번역 작업을 같이한 이지혜 작곡가가 생각났다. <위키드>에서도 복잡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잘 담아내 줬는데, 가슴에 와닿는 단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 역시 좋은 번역과 자막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 같다.
한국 내 세 개 도시 투어 여정은 어떻게 정해졌나?
이번 아시아 투어는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공연 일정이 정해졌다. 다시 말해 한국 공연을 제일 먼저 정하고 앞뒤의 일정을 조율하는 거다. 투어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각 나라 극장 대관 상황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한국도 그해가 되지 않으면 극장 대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투어 공연 일정은 이미 3~4년 전에 결정된다. <라이온 킹>의 경우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관이 정해지면서 대구 공연을 확정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마케팅·제작 측면에서 대구와 서울을 한 시즌처럼 준비하게 됐다.
티켓 세일즈 부문에서 굉장히 좋은 성적을 냈다. 어떤가?
당연히 행복하다. (웃음) 막을 내리지 않고 계속 공연했으면 좋겠다. 티켓 세일즈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이게 얼마만큼이나 성공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더라. 손익분기점이 안 맞는 순간까지 공연을 해보는 거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 브로드웨이처럼 오픈런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티켓 가격을 유동적으로 책정해 시장 환경을 활성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라이온 킹>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유입한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내 바람처럼 <라이온 킹> 전용관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더 기쁠 것 같다.
대구 공연을 끝내고 서울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데, 어떤 중간 평가를 하고 싶은가.
기대 이상이다. 현재 대구와 서울 공연의 티켓이 오픈됐는데, 예상보다 더 많이 팔렸다. 특히 대구는 <오페라의 유령>과 <위키드>를 통해 여러 시도를 했고, 그 결과 대구 시장을 향한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라이온 킹> 대구 공연으로 새로운 기록을 측정했다. 이 기세를 몰아 서울뿐 아니라 부산 공연에서도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대표작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2012)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13)
뮤지컬 <프리실라>(2014)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2018) 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4호 2019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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