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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올해를 빛낸 앙상블, 강동주·길현주·김승용·김주호 [No.183]

글 |편집팀 사진 |황혜정 진행 | 박보라, 헤어·메이크업 | 오선남 2019-01-03 6,791

올해를 빛낸 앙상블, 강동주·길현주·김승용·김주호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캐릭터 외에도 무대를 묵직하게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요, 순식간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그 이름은 앙상블이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앙상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다. 무대를 묵묵히 빛내는 앙상블 12인. 지금부터 그들을 소개한다.  

 

 

강동주



2018 출연작

<마틸다>, <시카고>, <모래시계>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브레이크 댄스를 췄던 터라 자연스레 무용과로 대학을 진학했다. 졸업 후에도 한동안 무용수로 활동했지만, 페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생활이 쉽지 않더라. 이십 대 중반 넘어 춤추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우연히 <캣츠> 오디션 소식을 듣고 뮤지컬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데뷔작은 2009년에 올라간 창작뮤지컬 <침묵의 소리>인데, 오디션에 합격하기까지 많은 고배를 마셨다. 
 

출연작 가운데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캣츠> 2011년 공연. 당시 쌍둥이 고양이 코리코팻이 내 메인 캐릭터였고, 그 외에 몽고제리, 스킴블샹스, 알론조 등 다섯 개의 커버 역할을 겸했다. 개막을 3주 앞뒀을 때 몽고제리 배우가 다쳐서 그 역을 대신했는데, 공연 전날 리허설 중 알론조 배우가 부상당하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컴퍼니에서 그동안 험난하게 연습을 시켰기 때문에 바로 다음 날 알론조로 무리 없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전 공연 기간에 여러 역할로 무대에 서는 것은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다. 초연에서 스윙이었다가 재연에서는 역할을 맡은 <컨택트>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무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뮤지컬을 하겠다고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어머니가 나 하나 믿고 전주 생활을 접고 같이 올라오셨다. 때문에 반드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투적으로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장에서 마주친 친한 배우들이 “아, 강동주 또 왔어”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대학에 출강하다 보면, 앙상블에 지원할 생각조차 안 하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그럴 때마다 앙상블도 아무나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욱 이를 악물고 공연했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에 두 번 지원했다 다 떨어졌다.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다 보니 주위에서는 다치면 큰일이라고 포기하라고 하는데, 난 이 작품을 못한 게 너무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이를 탓하는 말이 정말 싫다. 나이는 열정으로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내 특기인 춤으로 불사를 수 있는 작품인 만큼 몸이 허락하는 한 꼭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길현주



 

2018 출연작

<광화문 연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어려서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 가수를 꿈꿨다. 한때는 꿈을 접고 다른 일을 해볼 생각으로 이것저것 도전했는데 적성에 잘 맞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헤드윅>을 접하고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무작정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올인해 지금 여기, 인터뷰 장소까지 오게 됐다.
 

뮤지컬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맘마미아!>를 통해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 아내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사랑하는 아내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아내를 만나게 해준 뮤지컬에 정말 많이 감사하다. 
 

앙상블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앙상블이라고 하면 춤만 잘 추는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무대에 서고 있는 앙상블 배우 중엔 노래와 연기 실력자들이 놀랄 정도로 많다. 


앙상블을 맡을 때의 고충은?

주·조연 캐릭터는 보통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이 된다. 때문에 각각의 배우에 맞게 같은 장면을 몇 번씩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요즘에는 쿼트러플 캐스팅도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다.  
 

처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앙상블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복지다. 공연하다 다치거나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추후 조치가 아쉽다. 이런 부분에 제작사나 배우 간의 계약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배우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커튼콜이다. 올해뿐 아니라 커튼콜 무대에 설 때는 항상 행복하다.

 

 

김승용



 

2018 출연작

<젠틀맨스 가이드>, <레드북>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종종 친구들 앞에서 마대 자루를 잡고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러다가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 연극영화과 진학을 준비했는데, 막상 합격한 건 뮤지컬학과였다. 당시에는 뮤지컬에 대해 잘 몰랐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뮤지컬이란 장르에 푹 빠졌다.
 

앙상블을 맡을 때의 고충은?

현재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공연 중에 옷을 열세 벌이나 갈아입는다. 동료 배우 중 한 명은 스무 벌까지 갈아입는다. 약 3초가량 무대에 나오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을 갈아입는 거다. 무대 앞보다 뒤에서 더 바쁘다. 
 

출연작 가운데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머더 포 투>라는 2인극 뮤지컬의 주연을 맡은 건 나에게 큰 기회였다. 이 작품 덕분에 배우 김승용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내가 무대에서 쌓아온 모든 내공을 쏟아부어 일인 다역을 소화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하고 싶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순간순간이 다 행복했다. 배우는 항상 긴장감 속에 산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배우와 스태프를 만나고,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관객을 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불편함이 지나가고 어느 순간 안정감을 찾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관객에게도 그런 행복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꿈의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항상 꿈꿔 왔다. 그 역할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인생 풍파를 겪은 다음에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내공을 쌓고 싶다. 

 

 

김주호



 

2018 출연작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명동로망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마흔 살에 뮤지컬 데뷔를 했다. 그 전까지 지방에서 연극을 하다가 좋은 기회가 와 뮤지컬 무대에 섰는데 가슴이 불타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서울에 가서 뮤지컬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는데, 선뜻 ‘그러자’는 답을 받았다. (웃음) 이렇게 뮤지컬 배우를 향한 꿈을 꾸었고 실행에 옮겼다.
 

뮤지컬 배우가 되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연극 배우로 무대에 설 때보다 경제적인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음악과 연기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또 커튼콜을 할 때나 공연이 좋았다면서 힘내라는 말을 들을 때 항상 감사하다. 개인적인 희망 사항은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캐릭터가 무대에 존재했으면 좋겠다. 작은 배역은 있지만 작은 배우는 없다. 나이 든 배우가 무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할 수 있는 무게가 있다.
 

앙상블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노래와 춤,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이 많다는 것. 잘 보면 무대 위에서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이런 앙상블 배우들의 모습을 기억해 달라. 언젠간 이 친구들의 능력을 확실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참여하고 있는 도중 사고가 났다.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았고 아예 무대에 설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퇴원한 다음 날 공연에 합류했다. 커튼콜을 시작하려 객석을 바라보는데 기립과 함께 박수와 환호성이 들렸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3호 2018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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