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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지금이 좋아요, <오디션>의 오종혁 [No.90]

글 |배경희 사진 |심주호 장소 협찬 | 모베터블루스 02-762-3123 2011-03-07 5,313

 

“사람 사이의 정 때문인 것 같아요.” 2008년 <온에어>로 뮤지컬을 처음  경험한 오종혁이 꾸준히 무대를 찾게 되는 까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온에어>, <쓰릴 미>에 이어 그가 선택한 작품은 그와 좀 더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는 <오디션>이다. 그는 <오디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오종혁과 병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입대 전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이 <오디션>이네요.
군대에 가기 전 기타를 좀 배우고 싶어서 기타를 샀는데 그때 마침 <오디션>이라는 작품을 알게 됐어요. 대표님이 이런 뮤지컬이 있는데 해볼래? 그러시기에 저야 좋죠, 그랬죠. 밴드 이야기라고 해서 정말 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직접 연주를 하면서 하는 공연은 별로 없으니까 꼭 해보고 싶었죠.


갑자기 기타는 왜 배우고 싶었어요?
제가 원래 베이스 기타를 쳤어요. 그런데 베이스 기타는 곡을 만들기도 힘들고, 혼자 연주를 하기도 힘들어서 합주를 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요. 기타는 어떤 노래든 기타만 가지고 쳐도 참 좋으니까 한번 배워봐야겠다 싶었죠.


공연 연습 기간이 한 달이었다고 했으니까, 그럼 한 달 만에 기타를 배운 거예요?
그래서 제일 힘들었던 게 기타 연습이었어요. 물집이 터지고, 피가 나고, 손이 다 망가질 정도로 연습을 해도 불안한 거예요. ‘이게 한 달 안에 돼? 일곱 곡이야. 불가능해.’ 연주하면서 노래도 불러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고, 하면 할수록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심지어 2주 동안은 코드도 잡지 못하고 스트로크만 했거든요. 불안한 마음에 제발 코드 좀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연출님이 이상할 정도로 확신을 가지고 죖할 수 있어. 괜찮아,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남은 2주 동안 열심히 한 곡씩 배워나간 거죠. 


밴드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대본을 읽었을 땐 어땠어요?
대본상으로 보면 병태란 역할은 굉장히 작아요. 대사가 많지도 않고, 준철이라는 캐릭터가 극을 끌어가기 때문에 병태는 비중이 작죠. 그래서 부담이 덜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기도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비중까지 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근데 막상 공연이 올라가고 나니까 작은 게 아니더라고요. <오디션>은 주인공이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여섯 사람 각자의 이야기고, 각자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한테 비중이 쏠려 있지 않아요.

 

<오디션>은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길 희망하는 젊은 뮤지션들의 이야기잖아요. 종혁 씨하고 상황 자체는 다르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와 닿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오디션>은 열정은 많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의 고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배고프게 음악을 했다고는 할 수 없고 분명히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저도 음악을 하면서 힘든 상황을 겪었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 친구들, 가족들과 했던 이야기들과 흡사한 점이 많아요.


특히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뭉클하던가요?
병태는 준철이만큼 멤버들이랑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요. 소심한 캐릭터잖아요. 많은 분들이 찬희가 죽고, 멤버들의 꿈이 좌절된 뒤 병태 혼자 오디션에 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제일 슬프다고 하지만 저는 ‘회기동’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이 가장 뭉클해요. ‘회기동’은 병태가 오디션을 위해 내가 뭘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노래를 써와서 멤버들한테 보여주는 곡인데, 그때 멤버들이 저한테 그래요. 오랜만에 병태 형 노래 들어보자고. 병태 형 노래 잘해, 맞아 해봐, 이렇게 한 명씩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멤버 전원이 나를 믿는다는 느낌을 한번에 확 보내주거든요. 그런 믿음이 힘이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긴 해도 “알았어, 해볼게”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음, 딱 그렇게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누군가 저에게 넌 할 수 있을 거야 믿어, 그럼 해내는 편이긴 해요.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이 절 안 믿고 무시를 하면 전 안 해요. 응, 알았어. 난 거기까지니까 거기까지만 할게, 이런 식이죠. 제가 좀 모자라더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면 좀 단순하긴 해도 거기에 끌려서 해내는 타입이에요.


병태와 준철을 양 끝에 놓고 본다면 실제로는 준철 쪽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전 일단 말부터 꺼내놓고 “안 되면 안 할게”라고 하는 스타일인데, 병태는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 저기…” 이렇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저하고 좀 다르긴 해요.


그럼 병태가 가장 답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가장 답답할 때는 그때예요. 병태가 오디션 때 노래를 못 불렀던 사건을 재연할 때. 노래를 잘 못 부르는 게 아니라 무대 공포증 때문에 아예 입도 벙긋 못해요. ‘아, 삐질’ 이러면서 땀만 흘리고. 저렇게까지 떨 수 있을까, 목소리 한번은 낼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저러면 답답해서 죽을 거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선아를 대하는 태도도 답답하고. 멤버들은 굳이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 수 있는 사이지만, 선아는 병태가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을 모르잖아요. 선아한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병태는 계속 빙빙 돌아가죠. 여기 있는데 저 길로 돌아가서 “선아야” 한마디하고, 다시 저기로 와서 또 한마디하고 이런 느낌이라 답답하죠. 아우, 그냥 좋아한다고 그러지.(웃음)


종혁 씨는 무대 공포증 같은 거 없죠?
있어요. 저는 쇼프로에 못나가요. 예능 프로에 나가면 말을 못해요. 제가 순발력이 좀 부족하기도 하고, 그렇게 된 계기가 있어요. 첫 예능 녹화 때였어요. 각 멤버마다 질문이 있잖아요. MC가 “종혁 씨 첫 예능 촬영이었는데 어땠어요?”라고 물어보면 제가 “(강)호동이 형이랑 (이)휘재 형이 재미있게 잘 이끌어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줄로 답하는 거였거든요. 이 한 줄을 달달 외웠어요. 그런데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걸 일곱 번을 했는데 결국에는 리더 형이 대신 해줬죠. 근데 지금도 그래요. 무대에서 노래는 하겠는데, (오종혁으로서) 말은 못하겠어요. 이번 공연 커튼콜에도 그런 게 있거든요. 노래를 부르다 ‘그런 감동을 난 느끼고 싶어’ 이 부분에서 관객들한테 “그런 감동을 같이 느껴주실래요?”라고 부드럽게 물어봐야 하는데 (헛기침을 하며) “저기 연출님이 그러시는데, 같이 느껴주실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이렇게 돼요. 그런 말을 잘 못해요. 


작품을 맡으면 어떻게 준비해요?
저는 연기에 대한 지식이 없어요. 따로 체계적으로 배워 본 적도 없고. 그래서 항상 연출님 이하 많은 분들에게 “가르쳐 주시면 그걸 하겠습니다” 미리 이렇게 말씀드려요. 눈에 보이는 기본적인 캐릭터 분석은 가능하겠지만, 제가 스스로 뭘 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 도움을 많이 받죠.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박용전 연출이 이 작품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던가요?
우리 작품은 굉장히 가벼운 작품이니 무겁게 만들지 말라고 하셨어요. 가볍게 대충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걸 괜히 한번 꼬아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네가 느껴지는 그대로만 하라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이미 11회나 공연됐던 작품이기 때문에 연출님 당신 스스로 확립 한 확실한 캐릭터가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편했다고 해야 하나. 어떤 아이디어를 내면, 그건 병태랑 안 맞는 것 같아,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만 했으면 좋겠어, 맞다, 아니다를 확실히 이야기해 주시니까 편했죠.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데요?
제일 처음에 냈던 아이디어는 거절당했는데.(웃음) 굉장히 쿨한 친구인데 그 안에서 소심함이 보이면 어떨까 싶었어요. 소심하게 될 상황이 되면 오히려 표현이 과해지는 거죠. 연출님이 그럼 준철이랑 캐릭터가 겹친다고 한 번에 잘라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미리 말씀을 안 드리고 그냥 해봤어요. 소심한 사람들은 긴장을 많이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이 경직돼서 움직임이 좀 나누어져서 보이는데 그렇게 했더니 너 왜 이렇게 퍼덕대냐, 긴장 풀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근데 사실 공연 때도 그렇게 했어요. 처음에는 다 좋았는데 그 퍼덕대는 것만 좀 고치자고 그러셨는데 점점 별말을 안 하세요. 관객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주시는 것 같고.

 

고집이 있네요. (웃음)
없는 데요, 최소한의 욕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소심함만 표현하면 답답하기만 하고 재미없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았거든요. 관객들이 보기 에도 답답할 것 같고. 어떤 게 좋고, 제가 하는 게 옳다는 이야기는 못하지만 아까 이야기한 대로 캐릭터 분석이나 이런 것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제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꿈을 향해 ‘파이팅’하는 공연을 하다보면 종혁 씨의 데뷔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요?
아…,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나 설렘만 있었지 10년 후에 내가 어떻게 돼있을 거야, 라는 비전이나 꿈은 없어요.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 보면 제가 그때보다 외모적인 면에서 많이 떨어졌지만(웃음), 지금의 제가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 그때는 만들어주는 환경에서 몸만 움직이고, 수동적이었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지금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편이니까. 제 자신한테 항상 물어 보는 게 ‘니가 지금 이렇게 독하게 열심히 하는 게, 힘들었고 다시 그 힘든 시기를 안 겪기 위해서 하는 거야?’예요. 늘 한 번씩 생각해 보는데 꼭 그렇기 때문은 아니거든요.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찾았다고 해야 되나. 의미 있는 삶을 찾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병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오래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무슨 일을 하든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사랑에 있어서든, 우정에 있어서든, 일에 있어서든 안 좋은 일은 빨리 잊고 부족한 게 있으면 그걸 채우기 위해서 다시 뛰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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