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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어쩌면 해피엔딩> 집중 탐구 :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No.182]

글 |배경희, 나윤정 사진 |표기식 정리 | 안세영 2018-12-06 5,671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백 퍼센트의 동업자를 만난다는 것에 대하여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뉴욕대(NYU) 재학 시절 처음 만났다. 박천휴 작가는 문예창작과를 나와 가요 작사가로 짧게 활동하다 현대미술을 공부하러 뉴욕에 온 참이었다. 윌 애런슨은 하버드와 독일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뒤 뉴욕대에서 뮤지컬 음악을 전공하고 있었다. 전공은 달라도 좋아하는 게 비슷했던 두 사람은 쉽게 친해졌다.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똑같이 벤 폴즈나 존 브리온 같은 음악가를 좋아했고, 마이크 밀스와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팬이었다는 박천휴와 윌 애런슨. 재미 삼아 함께 곡을 쓰던 두 사람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정식 협업을 시작해, 특유의 아련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첫 협업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 아닌 진짜 자신들만의 작품을 쓰고 싶다는 열정이 끓어올랐다. 그것이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작이었다. 

 

INTERVIEW

 

<어쩌면 해피엔딩>에는 아날로그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소소한 설정이 많다. 특정 뮤지션도 많이 언급돼서 나란 사람의 취향을 어필하고 싶다는 인상이 들더라. 

박천휴  맞다, 우리 둘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작품을 쓰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좋아하는 요소들을 작품에 넣고 싶었다. 극 중 주인공 올리버가 화분에 애착이 있는 것도 실제 내 일면이다. (웃음) 또 작품에서 언급되는 뮤지션, 예를 들면 듀크 엘링턴이나 빌 에반스, 존 콜트레인 모두 실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좋은 취향을 알아주세요’라고 어필하고 싶었다기보다, 작품은 어느 정도 창작자의 분신 같은 거니까 우리 자신을 담고 싶었다.

윌 애런슨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을 쓸 때 솔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에 얽혀 있는 주위 사람들이 내 작품을 못 보니까, 오히려 나라는 사람을 좀 더 드러낼 수 있고 좀 더 진심을 얘기할 수 있다. (웃음) 작품에서 언급되는 재즈 뮤지션들은 좋아해서 넣은 것이기도 하지만, 옛것에 대한 향수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뮤지션들처럼 올리버도 낡아서 버려진 로봇이고, 올리버의 화분도 언젠간 시들 거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의 존재도 그렇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애착이 있다.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로 배경을 정한 점이나, 두 로봇의 버전을 달리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윌 애런슨  로봇이 주인공인 작품을 썼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과 비슷한 외모에 감정을 지닌 로봇을 주인공으로 했을 때,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쉽고 솔직하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올리버와 클레어의 버전에 차이를 둔 이유는 보통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지 않나. 물론 각자 자기가 좀 더 나은 최신 버전이라고 믿지만. (웃음) 
 

사랑에 수반되는 고통을 감당하고서라도 사랑은 할 만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통해 사랑의 가치를 역설하는 데서 두 사람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박천휴  <어쩌면 해피엔딩>을 쓰기 일 년 전쯤에 꽤 길게 교제했던 사람과 헤어졌던 터라, 당시 사랑에 대해 굉장히 냉소적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한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뭘까.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런 치기 어린 생각을 한참 했다. 하지만 설령 가슴 아픈 이별을 반복해야 할지라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인 듯싶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가장 인간다운 일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내 자신보다 더 좋아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겼을 때 내 본연의 모습을 알게 됐는데, 심지어 헤어졌을 때조차 그 이별에 반응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윌 애런슨  소중한 것을 잃는다는 두려움은 비단 연애뿐 아니라 내가 가장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무언가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걸 잃을까봐 걱정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감정적으로 평온한 삶을 살려면 처음부터 아예 상처받을 일을 안 만들면 되겠지만,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해도 그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이론적으론 말이 안 될지 몰라도, 평생토록 사랑할 수 있고, 또 그만큼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게 결국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 2016년 12월 호 통권 159호 ‘STAFF’에서 발췌

 

 

NUMBER BEHIND

 

안녕, 내 방

대본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작업한 노래예요. 명확한 이야기가 없던 상태여서, 혼자 방 안에 갇혀 지내는 로봇의 기분은 어떨까 상상하며 그런 느낌을 멜로디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올리버의 테마라 생각하며 작업했지만, 공연을 완성하고 나서 보니 올리버와 클레어 모두를 위한 노래였어요. 그래서 첫 버전과 지금 공연 버전이 달라요. - 윌 애런슨

 

우린 왜 사랑했을까?

대본 작업할 때 작품의 가제가 바로 ‘우린 왜 사랑했을까’였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이렇게 슬픈 일인지 몰랐어.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하지?’ 이런 생각을 주제로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번지점프를 하다>의 ‘Waltz’가 그랬듯 이 곡이 작품 전체를 대변해 주는 테마 음악이 되었으면 했어요. 프랭크 시나트라처럼 옛날 재즈 스타일의 음악에, 무언가 회상하는 듯 아련한 느낌이 담기길 바랐죠. - 박천휴

 

반딧불에게

제임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올리버가 알고 난 뒤 나오는 음악이에요. 그런 만큼 제임스가 올리버에게 남긴 재즈 음악과 비슷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고맙다, 올리버’의 멜로디가 등장해요. 올리버가 제임스를 도우며 느낀 행복을 이젠 느낄 수 없겠지만, 독립된 존재로서 새로운 행복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 윌 애런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러브 테마예요. <번지점프를 하다>의 러브 테마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은 작업할 때 굉장히 많은 버전이 있었어요. 러브 테마라고 인지하면 더 욕심이 나고 여러 가지 계산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 곡은 가사가 한 번에 술술 써졌어요. 보통 윌이 먼저 음악을 쓰고 제가 가사를 붙이는데, 이 곡은 완성된 가사에 윌이 음악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저나 윌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죠. - 박천휴

 

※ 2017년 2월 호 통권 161호 ‘NUMBER BEHIND’에서 발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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