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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집중 탐구 : 영혼의 파트너, 토마스와 앨빈 [No.182]

글 |박보라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일러스트레이션 | 이랑 2018-12-04 6,867

영혼의 파트너, 토마스와 앨빈

 

『신기하고 신비로운 서점』, 『기억의 목욕가운』, 『레밍턴 선생님의 할로윈』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가 토마스 위버. 그리고 그의 곁에는 ‘영혼의 파트너’라 불리던 절친한 친구 앨빈 켈비가 있었습니다. 함께 자라온 이들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고 하는데요. <더뮤지컬>이 토마스와 앨빈을 만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이 글은 앨빈 역 배우 이창용과 토마스 역 배우 조성윤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창용의 앨빈, 번뜩이는 영감 창고
 

토마스와 첫 만남은 어땠나요? 

토마스를 처음 만났을 때, 진정으로 나를 바라봐 줄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레밍턴 선생님이 토마스를 소개해 주는데 ‘어? 얘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죠. 단번에 우리가 통한다는 예감이 딱 들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 처음 얻은 행복이랄까요. 어떤 것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던 텅 빈 마음이 토마스를 만나 채워졌어요.  
 

장난꾸러기였던 두 사람에겐 사건 사고가 많았을 것 같아요.

정말 많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옥수수 밭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어느 날, 토마스가 재키 아저씨의 옥수수 밭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재키 아저씨가 옥수수를 마음껏 따가도 된다고 했다면서요. 토마스 말만 믿고 옥수수 밭에 들어가서 신나게 옥수수를 따는데, 갑자기 재키 아저씨가 호통을 치면서 달려오는 거예요. 주위를 둘러봤더니 토마스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한참을 재키 아저씨에게 혼나고 있는데, 멀리서 깔깔거리고 웃는 토마스가 보였어요. 토마스는 저를 놀리는 게 재밌나 봐요. (웃음) 
 

토마스의 첫 소설인 『나비』를 읽었을 때 어땠어요? 당신은 톰의 첫 독자였잖아요.

토마스가 소설을 쓰기 전에, 우리는 나비 한 마리를 함께 봤어요. 그래서 『나비』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어? 나비?’ 이랬죠. 제가 생각했던 나비와 토마스가 쓴 이야기 속 나비가 얼마나 다를지 궁금했어요. 짧은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내 친구 정말 대단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책방에서 많은 책을 읽었지만, 토마스의 글은 특별했거든요. 
 

대학에 가게 된 톰과 이별하면서 어떤 기분이었나요? 

물론 방학이 되면 토마스를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토마스는 제게 특별한 사람이잖아요. 긴 시간 동안 그를 못 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공허함이 생겼어요. 그땐 우리의 첫 번째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거든요. ‘토마스가 없으면 이제 뭘 하고 놀지?’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아빠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책방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죠. 그러다가도 문득 토마스와 함께한 추억이 그리워지기도 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토마스와의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토마스가 대학에 입학하고 방학을 맞이해 돌아온 첫겨울은 어땠나요?

아니, 토마스가 첫 방학을 맞아 집에 왔는데 과제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해야 할 전통이 있는데!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토마스를 보는데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어요. 전 토마스가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계속 들떠 있었거든요. 그런데 방학이라고 글을 쓴다니 제가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어요. 결국 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고 토마스가 못 이기는 척 저를 따라오더라고요. 그제야, 정말 나의 톰이 왔구나 싶었죠. 
 

당신은 토마스의 글에 많은 기대를 쏟았다고요.  

전 토마스의 글이 항상 궁금했어요. 토마스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점점 뜸해지더라고요. 바쁜 걸 알고 있었지만, 새 책이 나올 때가 됐는데도 소식이 없어서 토마스가 힘들다는 게 짐작이 갔어요. 이 자리를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자면, 우리가 더 오랜 시간을 보냈더라면 토마스가 더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토마스가 더 보고 싶어졌죠. 
 

토마스는 당신의 장례식장에서 송덕문을 낭독했어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서 어땠어요?

그동안 전 토마스에게 기억의 조각을 건넸고, 결국 그는 풀리지 않았던 숙제를 해내고 만 거예요. 토마스는 제 장례식에 참여한 이후에 새 소설을 발표했고 여전히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나가고 있죠. 결국엔 제가 토마스에게 무언가를 주고 떠날 수 있단 생각이 들어 참 다행이었어요. 그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을 한 거죠.
 

당신에게 톰은 어떤 친구였나요?

토마스와 절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단순히 하나로 정의할 수 없어요. 음… 친형제 이상의 존재죠. 아빠 같을 때도 있고, 아들 같을 때도 있고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가 멀어진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게 토마스는 사랑하는 친구, 형이자 동생. 진부하지만 그런 단어가 떠오르네요.
 

마지막으로 하늘로 올라가서 천사 클라렌스를 만났나요?

당연히 천사 클라렌스와 만났죠! 전 지금 천사 클라렌스와 함께 토마스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물론 토마스를 내려다보면서 그를 향한 응원을 건네고 있고요.  

 

조성윤의 토마스, 추억의 눈송이 
 

당신의 친구였던 앨빈의 장례식 송덕문이 큰 화제가 됐어요. 앨빈은 어떤 친구였나요? 

제게 영감을 주는 친구였어요. 가장 친하고 가장 좋은 친구였죠. 사실 전 슬럼프를 겪고 있었어요. 글이 안 써질 때면 저도 모르게 앨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죠. 제 이야기의 시작은 늘 앨빈이었으니까요. 우린 겨울이면 눈싸움을 했어요. 영화 <멋진 인생>에 나오는 것처럼 말이에요. 송덕문을 쓰기 전에 앨빈의 책방을 갔는데, 거긴 변한 게 없더라고요. 우리가 함께 눈싸움을 했던 그 시절 같았죠. 
 

앨빈과 눈싸움을 즐겨 했나요? 혹시 눈싸움에 관련된 추억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저와 앨빈에게는 크리스마스이브 전통이 있었는데, 그건 눈싸움을 하고 나서 <멋진 인생>을 함께 보는 거였어요. 대학에 입학한 첫해에 겨울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왔죠. 그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눈이 온 세상을 덮었어요. 그런데 그때 전 과제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책상에 앉아 있던 제게 앨빈은 눈싸움을 하자고 재촉했죠. 제가 책상에서 꼼짝도 하지 않자, 결국 앨빈은 혼자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눈 속에 파묻힌 앨빈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거예요. 마치 손에 잡을 수 없는 인생처럼요. 순간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앨빈에게 눈을 던졌어요.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가 바로 『눈 속의 천사들』이에요.  
 

그 작품 전엔 당신의 첫 소설인 『나비』가 있었죠. 앨빈에게도 이 작품을 보여줬나요?

『나비』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썼던 단편소설이에요. 앨빈에게 처음 그 이야기를 읽어주던 날이 지금도 생생해요. 앨빈이 좋다고 하면 소설과 입학 원서를 낼 생각이었고, 별로라고 하면 내지 않을 생각이었거든요. 제가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갈 때마다 앨빈은 “계속해 봐”라고 말했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만약 앨빈이 내 글이 별로라고 하면 어쩌지? 속으로 많이 걱정하기도 했어요. 『나비』를 다 읽고 앨빈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는 간단하게 “보내”라고 말했죠. 앨빈은 제 인생의 첫 독자였어요.
 

당신 슬럼프의 원인 중 하나가 앨빈이었나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네. 앨빈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이 자기 삶의 이유가 된 것처럼 보였어요. 그게 부담스러워서 피하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슬럼프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쓴 글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런 생각이었어요. 다음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마땅한 소재도 찾을 수 없었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써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죠. 
 

앨빈에게 당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이해해 주지 않았을까요?

제가 앨빈에게 슬럼프라고 말했다고 해도, 그는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내가 글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앨빈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죠. 그런데 아마 앨빈은 제 글을 읽으면서 이미 위태로운 제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을 거예요. 맞아요, 앨빈은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더는 앨빈을 볼 수 없잖아요. 당신은 장례식 이후에 그와 함께 자랐던 책방에 간 적이 있나요?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일상을 보내는데, 갑자기 문득 앨빈의 책방이 생각났어요. 저도 모르게 차를 끌고 그곳으로 갔죠. 책방에 들어서자 신기하게도 우리의 추억이 생각났어요. 앨빈은 그곳을 독자와 책을 연결해 주는 도구이자 매개체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시골의 작은 책방이지만 말이에요. 전 어렸을 때처럼 바닥에 주저앉아서 서서히 책방을 둘러봤어요. 우리의 추억이 떠올랐고, 천천히 곱씹었죠. 지금도 가끔 앨빈이 생각나면 책방을 찾아가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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