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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집중 탐구 : 오래된 책방, 기억의 저장고 [No.182]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일러스트레이션 | 이랑 2018-12-04 4,430

오래된 책방, 기억의 저장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무대는 주인공 앨빈이 평생을 함께했던 오래된 책방이자 앨빈과의 추억이 남아 있는 토마스의 기억 저장고다. 기울어진 공간에 책과 종이 뭉치가 뒤죽박죽 얽혀 있는 국내 무대는 지난 기억을 더듬어가는 토마스의 혼란스런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준다. 따스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 무대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와 권보라 소품디자이너에 의해 탄생해, 현재는 소품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황수연 무대디자이너가 유지와 보수를 맡고 있다. 

 

앤티크 소품

앨빈의 책방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유학 시절 방문한 헌책방을 모티프로 디자인되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뉴저지의 한 타운에서 ‘북 웜(Book Worm)’, 우리말로는 ‘책벌레’라는 이름의 헌책방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사방에 책이 가득하고, 2층에는 지역 화가들의 그림과 책방 주인이 수집한 앤티크 소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 헌책방에 푹 빠진 정승호 디자이너는 후일 이곳을 떠올리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무대를 디자인했다. 

서양의 오래된 책방에 책과 그림, 소품이 마구잡이로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소품 팀은 다양한 앤티크 소품을 공수해 무대 곳곳을 꾸몄다. 그 가운데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의 그림은 앨빈과 그의 죽은 어머니를 상징하는 것으로, 앨빈이 어머니를 추억하며 ‘People Carry On’을 부를 때 벽에 걸린 이 그림에 조명이 비친다. 그런가 하면 책상 위에 놓인 액자 속 사진의 주인공은 앨빈에게 서점을 물려준 아버지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 무대 오른편에 걸려 있는 모자 역시 앨빈의 아버지를 상징하는 소품이다. 

 

책방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은 두말할 것 없이 책. 하지만 무대 위 대부분의 책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가짜 책이다. 책장 사이즈에 맞춰 스티로폼으로 형태를 만든 뒤, 책 사진을 프린트해 표지로 덧씌웠다. 일반 책장과 달리 선반이 기울어져 있고 칸마다 크기도 제각각인 무대 위 책장에 맞춰 책의 사이즈를 축소하거나 확대해 제작하는 과정이 유독 까다로웠다고. 앨빈이 책장을 뒤지는 장면에서 꺼내는 책들은 진짜 책인데, 배우가 위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책장 밑에 빨간색 표시가 되어 있다. 이 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책은 공연 중에 떨어져 사고를 일으키지 않게끔 책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가장 제작이 어려웠던 책은 토마스에게 작가의 꿈을 심어준 운명의 책 『톰 소여의 모험』이다. 이 책은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는 라이트 박스로 제작해 책이 지닌 특별한 의미를 가시화했다. 펼침면은 1876년 미국 초판본 삽화를 그대로 옮겨 디자인했다. 『톰 소여의 모험』 외에도 무대에는 불이 들어오는 11권의 책이 있는데, 이 라이트 박스는 책장에 고정되어 있으며 불을 켜고 끄는 것은 조명 팀에서 컨트롤한다. 



 

종이 뭉치

책장 구석구석에는 책 외에도 수많은 종이 뭉치가 꽂혀 있다. 이는 토마스의 원고지이자 그의 머릿속 곳곳에 남아 있는 앨빈과의 추억을 상징한다. 앨빈 역 배우는 책장에서 이 종이 뭉치를 하나씩 꺼내 기억 속의 장면을 무대 위로 불러온다. 종이를 꺼내는 위치는 배우마다 제각각으로, 정해진 규칙은 없다. ‘특별히 깊숙이 숨겨둔 기억’ 등 몇 가지는 사전에 위치를 지정해 놓지만, 이 역시 배우마다 약속된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종이 재질 또한 남다르다. 공중에 던졌을 때 넓게 퍼지며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게 하기 위해 일반 A4 용지보다 가벼운 갱지를 사용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신문지 재질을 떠올리면 된다. 여기에 앞뒷면으로 일일이 물감을 뿌려 빈티지한 느낌의 종이를 완성한다. 이렇듯 종이 제작에 손이 많이 가다보니 공연 때 한 번 사용한 종이라도 너무 상한 것만 아니면 최대한 재활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보통 2개월 공연에 4천여 장의 종이가 사용된다. 

 

* 2017년 1월 호 통권 160호 ‘CLOSE UP’에서 발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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