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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마틸다> 닉 애쉬튼·스티븐 에이모스, ​마틸다를 키워낸 진짜 선생님 [No.181]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8-10-31 5,501

<마틸다> 닉 애쉬튼·스티븐 에이모스, 마틸다를 키워낸 진짜 선생님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뒤흔든 소녀 마틸다가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화한 <마틸다>는 천재 소녀 마틸다가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와 교장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행복을 찾는 이야기. 이 작품에는 많은 아역 배우가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주인공 마틸다는 나이 10세 전후, 키 130㎝ 이하에 춤, 노래, 연기 모두 뛰어난 소녀만이 맡을 수 있는 까다로운 역할이다. 한국에서는 마틸다를 찾기 위해 8개월간 두 차례의 오디션이 치러졌다. 6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네 명의 마틸다는 다시 4개월간 고된 연습에 들어갔고, 지난 9월 드디어 무대에 올라 놀라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 모든 과정 뒤에는 <마틸다> 속 허니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낸 선생님들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마틸다>를 공연해 온 해외 협력 연출 닉 애쉬튼과 협력 음악 슈퍼바이저 스티븐 에이모스, 두 선생님을 만나 한국 공연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어보았다.

 

<마틸다> 한국 공연은 비영어권 최초의 프로덕션이다. 두 분 모두 오랫동안 <마틸다>를 위해 일했지만,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공연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닉_ 아무래도 번역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마틸다>의 가사와 대사에는 비유적인 표현과 의성어, 언어유희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단어의 발음 자체가 감정까지 담아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직역만으로는 극적인 재미를 다 살릴 수가 없다. 

스티븐_ 음악까지 고려하면 번역이 더 어려워진다. <마틸다>는 다른 뮤지컬에 비해 가사량이 많고, 가사가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어 가사에 맞춰 선율을 바꾸거나 음절을 추가할 수는 없었다. 정해진 박자 안에 한국어 가사를 끼워 맞추느라 김수빈 번역자가 무척 고생했다. 결과물은 놀라웠다. 그는 다른 언어로 원작자인 팀 민친의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영어 알파벳에 맞춰 진행되는 뮤지컬 넘버 ‘스쿨 송’을 한국어 가사로 풀어낸 것이 놀라웠다. 한국어 가사를 다시 영어로 번역한 것을 읽어 봤는데, 영어 가사와는 다른 내용이 많더라. 번역자가 일일이 주석을 달아 왜 이렇게 바꾸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계속 대화를 주고받으며 번역본이 원작의 의도를 잘 담아냈는지 확인했다.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아역 배우의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오디션 과정에서 어떻게 아역을 선발하나? 성인 배역을 선발할 때와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닉_ 성인 배역을 캐스팅할 때는 이미 기술적으로 잘 훈련된 배우들을 선발한다. 아역은 반대다. 지금 지닌 능력보다 발전 가능성을 우선시 한다. 이 아이가 4개월 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미리 예상하여 캐스팅하는 거다. 물론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첫눈에 ‘저 아이가 바로 우리가 찾던 마틸다야!’ 하는 느낌이 오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려면 시간을 들여 단계적인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 첫 오디션 때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그다음에는 조금 더 어려운 걸 요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집중력과 사고력이다. 당장은 능력이 부족해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따라온다면 희망적으로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마틸다> 한국 공연 제작을 맡은 신시컴퍼니가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역시 남다른 아역 캐스팅 과정으로 주목받았다. 스티븐 에이모스는 <빌리 엘리어트> 오스트레일리아 공연의 음악 슈퍼바이저로 일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빌리와 마틸다의 선발 기준을 비교했을 때, 마틸다 역 배우에게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이 있나?

스티븐_ <마틸다>와 <빌리 엘리어트>는 스타일이 아주 다른 공연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만 따지면 마틸다가 빌리보다 더 어려운 노래를 소화한다고 할 수 있다. 마틸다뿐 아니라 아역 앙상블에게도 높은 수준의 가창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마틸다>는 아역을 뽑을 때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가창력을 평가한다. 

 

성인 배우와 아역 배우의 연습은 어떻게 다른가? 아역 배우의 눈높이에 맞춘 트레이닝 방법이 따로 있나? 

닉_ 우리가 아역에게 요구하는 바는 성인 배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역들은 무대에서 배운 대로 정확하게 노래와 안무를 수행해야 하고, 동시에 스스로 하는 말과 행동의 의미를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맞춰 연습 수준을 낮춘다면 무대에서도 낮은 수준의 공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스티븐_ 노래 연습을 할 때 전문 용어를 써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아역도 성인 배역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똑같이 성실한 태도를 요구한다. 

 

본지에서 마틸다 역 배우들을 인터뷰했을 때, 외국인 선생님들이 일방적으로 연기를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여기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먼저 의견을 물어봐 주기 때문에 연습이 재미있다고 하더라. 

닉_ 연습이 즐겁고 창의적으로 진행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연습 초반에 한국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는 데에만 익숙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훈련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만약 누군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일방적으로 알려 준다면 아이들은 그 내용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안에서 답을 찾게끔 유도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그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연기도 훨씬 진실성을 띄게 된다. 

스티븐_ 마틸다 역 배우들은 연습을 거치면서 소녀에서 작은 숙녀로 성장했다. 자신감이 붙고 마음이 열린 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막 한 달 전부터 무대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무대 리허설을 이렇게 오래 하는 경우가 드문데, 무대 리허설을 일찍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닉_ 아역들이 무대를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주인공 마틸다 역 배우가 네 명이기 때문에 똑같은 리허설을 네 번씩 반복하는데, 그 과정이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티븐_ 그 밖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다. 조명과 음향 같은 기술적 요소도 점검해야 하고, 더블 캐스팅된 성인 배우들에게도 모두 한 번씩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할 기회를 줘야 한다. 무대에서 이 모든 걸 디테일하게 맞춰보는 데 필요한 시간이 한 달이다. 

 

<마틸다>는 동화가 원작이고 아역이 주인공을 맡지만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한 공연은 아니다. 이 작품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닉_ 기본적으로 <마틸다>는 ‘아이에게도 어필하는 어른을 위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에게도 어필하는 아동극’이 아니다. <마틸다>에는 국적과 나이에 상관없이 통용될 수 있는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첫 번째 메시지는 마틸다가 부르는 ‘Naughty’라는 뮤지컬 넘버의 가사이기도 하다. ‘조그맣다 해도 할 수 있는 게 많다(Even if you're little, You can do a lot)’라는 부분이다. 여기서 조그맣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서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우리가 정의에 대한 신념을 갖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게 <마틸다>가 전하는 메시지다. 두 번째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꿀 힘을 지녔다는 것이다. <마틸다>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은 없으며,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다시 써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메시지다. 

스티븐_ 누구든 나이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는 게 <마틸다>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는 참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어가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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