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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최후진술> 메모리북 제작기, 공연을 기억하는 사람들 [No.181]

글 |박보라 사진제공 |<최후진술> 메모리북 제작팀 2018-10-15 6,519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공연계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용어, 마니아. 하지만 공연을 향한 마니아들의 사랑과 그 힘으로 완성되는 재능의 크기는 상상을 넘는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겨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명의 마니아와 팬심이라는 위대한 사랑이 낳은 팬아트 11선, <최후진술>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팬들의 열정 어린 메모리북 제작 과정까지. 지금부터 당신을 상상 초월 마니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최후진술 표지 

 

<최후진술> 메모리북 제작기, 공연을 기억하는 사람들

 

여기 사랑하는 작품을 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일명 뮤지컬 마니아들이 직접 만드는 ‘메모리북’. 그동안 다양한 작품의 메모리북이 제작됐는데 최근 완성된 <최후진술>의 메모리북 제작팀이 밝힌 제작 과정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메모리북은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도가 높을 때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금전적 보상 없이 애정과 열정만으로 제작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후진술>은 관객의 입소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례적으로 초연이 막이 내린 지 5개월 만에 다시 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왔을 정도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따라서 <최후진술>의 메모리북이 제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번 <최후진술> 메모리북 제작 팀은 총 13명으로, 각각 맡은 임무가 다르다. 모든 프로젝트의 선봉장 역할을 한 총대 ‘썱은니’, 공식 계정 운영을 총괄하며 텍스트와 디자인을 담당한 ‘베리케’, 디자인팀의 ‘카누’가 제작 과정을 밝혔다. 이들은 <최후진술> 외에도 다른 작품의 메모리북 제작에 참여해 원고를 기고하거나 팬아트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이들이 밝힌 <최후진술> 메모리북 제작팀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메모리북을 통해 공연을 떠올리며 행복했던 날을 추억할 수 있기 때문! <최후진술>에 매료된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관객의 힘으로 오래도록 공연의 기억을 붙잡고 싶어 한데 모였다.


애드리브 및 참사 코너 
메모리북 제작 중 디자인 팀원들이 함께 <최후진술>을 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애드리브 및 참사 코너의 디자인 컨셉이 떠오르지 않아, 공연 시작 전 허공을 보면서 회의를 진행했다고. 그러다 극장에 가서 무대 바닥의 돌 모양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페이지를 완성하게 됐다. 

 

메모리북의 탄생 과정은 꽤 길다. <최후진술>의 메모리북 제작은 제작팀 구성에서 인쇄까지 약 4개월 가까이 소요됐다. 제작 단계의 첫 번째는 제작팀을 모집하는 것으로, 온라인을 통해 자원을 받는다. 제작팀이 꾸려지면 비영리 목적의 출판물 발행 허가를 비롯한 저작권 관련 문제를 제작사에서 승인받는다. <최후진술> 팀은 판형, 목차, 제작 기간 등을 정하고 제작팀, 디자인팀, 텍스트팀으로 세분화한 뒤 내지 작업에 돌입했다. 또 제작팀 내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비공개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여, 자료 취합을 비롯한 작업 진행 상황 및 회의 결과 등을 공유했다. 특히 해당 메모리북은 디자인팀의 부담을 덜고 표지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표지 디자인을 외부 업체에 맡겼다고. 물론 메모리북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하여 표지 디자인 컨셉이나 시안은 디자인팀에서 주도했다. 이 시기에 내지 콘텐츠를 위한 공연 후기, 배우별 디테일과 같은 자료, 프레스콜이나 커튼콜, 막공 인사와 같은 사진 자료 수집이 이뤄졌고, 이후 모인 자료를 토대로 텍스트와 디자인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보통 메모리북은 선주문을 받은 후 제작에 들어가지만, <최후진술>의 경우엔 샘플 인쇄 및 수정 작업 이후에 실수요를 조사했다. 앙코르 공연이 막을 내리기 전에 메모리북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라서 다른 메모리북보다 짧은 기간에 수요 조사가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구매자를 대상으로 입금을 거쳐 인쇄 작업에 돌입, 3일에 걸쳐 대학로에서 직수령을 진행하고 이후 배송을 마무리했다.

 

메모리북 제작비는 크게 인쇄 비용과 배포 및 배송 비용으로 구성됐는데, 실수요 조사 이후 제작 단가를 확인하고 미리 필요한 포장비나 교통비, 직수령 장소 사용료 등을 예상해 단가를 책정했다. 또 샘플 비용이나 파본 대비 인쇄 비용은 모든 배송이 끝난 이후 여분의 메모리북 판매로 충당했다. 다른 메모리북의 경우는 제작팀의 사비나 모든 구매자가 함께 해당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기도 한다고. 


연출 및 대사 변화 페이지
프리뷰나 본 공연 기간에 달라진 부분을 소개한 코너. <최후진술> 속 ‘아무 말’이란 곡에서 착안하여 트위터 형식으로 디자인했다. 공연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제작팀이 참 좋아하는 코너 중 하나다.

 

<최후진술> 팀은 제작비를 남김 없이 소진하기 위해 특전을 제작했다. 배우의 사진과 손글씨가 삽입된 엽서, 배우 투명 포토카드, 무대 소품 엽서 등이 특전 내용이었다. 제작팀은 여러 디자인 시안 중 만장일치로 한 디자인이 선택됐을 때, 각자 디자인한 부분이나 다른 시각으로 제시된 의견이 합쳐져 한 권이 책이 되었을 때, 메모리북 배포 후 인증 사진과 후기를 보았을 때 특히 뿌듯했다고 밝혔다. 물론 높은 퀄리티의 메모리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시간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여담으로 <최후진술>의 앙코르 공연 당시 하필이면 메모리북 제작 막바지에 돌입해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고. 무엇보다 사적으로 친분을 쌓은 팀원들은 개인적인 만남에서도 메모리북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가 헤어날 수 없는 굴레를 느낀 적이 있다는 ‘웃픈’ 이야기를 전했다. 또 업무 중 점심시간을 활용해 작업하던 한 스태프는, 직장 상사가 부업이냐는 물음에 속으로 부업이었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웃음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공연계에 전하고 싶은 당부를 잊지 않았다. “공연에 대한 애정만으로 퇴근 후, 주말 이른 오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극장으로 향하는 많은 관객들이 있습니다. 이런 관객을 위해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에 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로 기록을 많이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 주연극과 젠더 프리 공연이 많이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우별 디테일 & 배우 소개 
애드리브 및 참사 코너와 함께 반응이 좋았던 코너로, 이 페이지를 보면 눈앞에서 배우의 연기가 보이는 듯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또 멀티 캐릭터를 주목했다는 점에서 좋았다는 의견이 다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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