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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천국의 눈물> 정상윤·전동석(1) [No.88]

글 |김영주 사진 |김호근 스타일리스트 | 하상희 2011-01-17 6,927

 

Open the Heaven`s Door

 

피비 황이 쓴 <천국의 눈물> 대본 첫 페이지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주인공들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한미 양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하고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는 이 국제적인 프로젝트의 남자 주인공은 곧 임무를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한국 군인이다. 린의 곁에서 늘 그녀를 바라보는 젊은 병사의 이름은 준. ‘훌륭한’ 또는 ‘영웅’이라는 의미를 가졌고 6월을 의미하는 ‘June’과 모음이 같다는 상세한 설명은 아주 익숙한 이름 ‘준’을 이방인의 감각으로 되짚어보게 한다. <천국의 눈물>에서 준을 연기할 두 남자, 정상윤과 전동석은 ‘머나먼 정글’에 내던져진 이 청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영어로 6월을 뜻하는 단어와 비슷하게 들리는 이름은 정말로 숨겨둔 단서일지도 모른다. 준은 마치 초여름 날 오후 같은 청년이다. 이 어둡고 비딱한 21세기에 밝고, 자긍심이 강하고, 흔들림 없는 용기를 가진 주인공이라니. 준은 자신이 내던져진 어두운 세상과 어울리지 않게 홀로 환히 빛나는 사람이다. 어쩌면 그는 외따로 떨어진 별처럼 우리와 멀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이공의 화려한 클럽 펄이 자랑하는 스타 린이 그 풋내기 청년의 보석 같은 영혼을 사랑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줄 그레이슨 대령의 손을 놓아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소녀 취향의 영화 같다고 코웃음을 치면서도 한편으로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선하고 진실한 사랑의 승리를 믿고 싶어지는 사람의 마음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난다고 해도 제 손으로 죽인 이들의 유령이 무덤 속까지 따라붙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젊은 병사의 고통스런 딜레마는 <천국의 눈물>에서 가장 강렬한 갈등 중 하나이다. 정상윤과 전동석은 이 평범한 듯 유별난 젊은이의 삶과 사랑을 무대 위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준 역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정상윤과 전동석은 젊은 뮤지컬 배우이고, 키가 크고, 수색대와 해병대에서 복무했다는 독특한 이력 정도를 제외하면 겹치는 것이 많지 않다. 날카롭고 남성적이면서 어딘지 종잡을 수 없는 얼굴을 갖고 있는 정상윤은 연기를 전공했고, 선이 곱고 화려한 인상의 전동석은 성악도 출신이다. 하지만 정상윤은 성악을 전공하지 않았으면서도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로 가장 많은 무대에 섰고, 전동석은 데뷔 1년 6개월 만에 본인의 커리어에 소극장 연극을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호평까지 받아냈다. 그들은 음악과 연기가 하나로 어우러져야 하는 이 극예술 무대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운명을 넘어선 한 남자의 위대한 사랑’이라는 작품 소개 문구와 별개로 정상윤과 전동석은 준에게서 비장한 숙명보다는 한 평범한 남자의 지고지순하면서도 질긴 사랑을 본다.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간절한 사랑과 슬픔을 품고 있지만 그 마음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다른 사람을 망치지 않는 젊은 남자 준. 뜨거운 심장을 가졌지만 근본적으로 선량하고 밝은 이 청년은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같은 배역을 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간의 차이가 점점 더 커진다는 두 배우가 각각의 생각을 말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8호 2011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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