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싱> 김도현·에녹·이주광·주민진,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배니싱>은 경성 시대를 배경으로 의대생 의신과 그의 후배 명렬이 뱀파이어 케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해 초연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은 빠르게 재공연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여기 모인 김도현, 에녹, 이주광, 주민진은 망설임 없이 <배니싱>을 위해 다시 뭉친 초연 멤버들이다.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이들이 풀어낸 외로운 빛과 어둠을 공개한다.
가능성이라는 약속
네 분이 초연에 이어 <배니싱> 재연 공연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김도현_ 초연 당시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제작사 대표님과 몇몇 팬들과 약속했죠. 다시 공연할 수 있다면 돌아오겠다고. 이 친구들이 저와 같은 약속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전 약속했어요. (웃음) 다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이 작품에 가능성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진짜로 돌아왔더라고요!
에녹_ 재연에 참여하는 건 너무 당연했어요, 사실 <배니싱>은 저희의 피와 살을 깎아서 만들었거든요. 하나라도 더 채우고 싶은 욕심이 꺾이지 않아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초연으로만 끝내기엔 아쉽더라고요. 또 도현 형, 주광이, 민진이가 다 출연한다잖아요. 한 사람도 안 빠지고. 그러니 저도 해야죠.
이주광_ 초연에 출연한 사람들이 다시 뭉치면 출연하겠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다 한다고 하더라고요.
김도현_ 그런데 누가 먼저 한다고 했는지는 모르잖아. (일동 폭소)
초연과 어떤 점이 달라질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이주광_ 많은 변화가 있지는 않아요. 다만 조금 더 깊어졌죠.
김도현_ 작품이 바뀌었다기보단 디테일을 더하고 있죠.
에녹_ 근데 이건 영업 비밀 같은 건데 말씀드릴 수 없어요.
이주광_ 설마 ‘맛집’의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건가요? (웃음) 그건 안됩니다! 농담이고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캐릭터마다 과거의 서사를 채워 넣고 시간의 흐름도 디테일하게 표현 중이에요. 보시는 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거리를 집어넣었죠.
그렇다면 재연 무대에 더해질 디테일을 한입만 먼저 먹을 순 없을까요?
에녹_ 우선 여기에 없는 명렬이 가장 많이 변화된 캐릭터예요.
주민진_ 초연에선 명렬이 수동적이었다면 지금은 작품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깊게 들어왔죠. 노래도 추가됐어요. 아, 무엇보다 엄청 예쁜 코트가 하나 생겼어요.
에녹_ 우리는 의상이 초연과 똑같거든요. 근데 명렬만 의상이 하나 더 생겼어요. 프로덕션에서 엄청 예쁨 받더라고요, 진짜. 나이가 깡패라고! (일동 폭소) 명렬의 캐릭터가 굉장히 강해졌고, 다른 캐릭터도 기존의 드라마에서 변화를 주려고 하는 부분이 몇몇 있었어요. 연습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서사가 깊어질 수 있는 요소를 더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작가님께서 가지고 계신 생각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함께 이야기하면서 반영하는 중인데 전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작품의 색을 유지한 채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매끄럽게 다듬고 있는 거죠. 또 연출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연에서는 캐릭터가 평행선으로 달렸거든요. 각자가 품은 자기의 생각대로요.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캐릭터끼리 많이 교차하려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강조될 거라 봐요.
뱀파이어 소재의 다른 작품과 다른 <배니싱>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주민진_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판타지적인 부분이 더해지겠지만, <배니싱>은 우리가 쉽게 상상해 볼 만한 뱀파이어 이야기죠. 또 뱀파이어를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같은 존재로 바라보고 있어요.
김도현_ 맞아요. 뱀파이어를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는 게 굉장히 색달라요. 기존의 뱀파이어물과 달리 흡혈을 질병으로 바라보고 있죠.
이주광_ 뱀파이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초능력이나 인간이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배니싱>은 인간적인 본질을 건드려요. 초인이 아닌 상태에서 죽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각해 볼 수 있죠.
에녹_ 전 우리 작품이 한국형 뱀파이어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뱀파이어물은 뱀파이어 자체를 공포의 대상이나 흥밋거리로 여긴다면 <배니싱>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관계에 집중하죠. 또 캐릭터의 내면을 바라보는 부분도 있고요. 가족, 관계, 고뇌, 마음, 외로움 등을 강조해요.
이주광_ 보통은 사건에 집중하는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은 ‘왜’라는 고민을 던져줘요. 그게 우리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초연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어요. 이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주광_ 일단은 주민진이 나왔고, 에녹이 나왔고. (일동 폭소) 도현 형이랑 저랑은 열심히 작품을 뒷받침했죠.
김도현_ 군대로 치면 저쪽이 최전방 부대, 저희는 보급 부대랄까.
주민진_ 최근 무대에서 장르물이 흔하지 않았잖아요. 장르물에 목마른 관객들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에녹_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초연 초반부에 배우와 스태프 들이 실시간으로 관객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작품에 반영했던 부분이 있어요. 물론 갑자기 관객에게 맞춰서 작품의 색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 다듬었던 과정을 통해 많은 분이 작품을 사랑할 수 있게끔 했던 것 같아요. 모자랐던 부분이 실시간으로 채워지면서 발전됐고, 또 관객들은 이런 부분에 호응을 해줬고요.
김도현_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희는 이 작품을 ‘좀비 같은 내 새끼’라고 그래요. 좀비들은 정말 만신창이잖아요. 누군가는 징그럽다고도 하고 죽이려고도 하겠죠. 그런데 ‘좀비 같은 내 새끼’는 만신창이가 돼도 살아서 앞으로 나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 좀비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초연 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애드리브가 있나요?
김도현_ 명순이!
주민진_ 무대 위에 해골이 하나 있어요. 의신과 케이가 해골 모형을 들어서 살짝 움직여요. 그런데 제가 해골의 팔을 잡고 있다가 그게 빠져버렸어요. 노래는 계속해야 하니까 분리된 해골을 계속 들고 노래를 불렀죠.
에녹_ 맞아요, 저는 나머지 팔 한쪽을 들고 노래를 했던 기억이 나요.
김도현_ 그리고 ‘지하철 쩍벌남’ 같은 은어가 있잖아요. 공공장소에서 예의 없는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을 때였는데, 사실 저 장면에서는 해골을 예쁘게 놓을 시간이 없어요. 근데 해골을 들었다가 놓으면 서서히 다리가 벌어져서 완전 ‘와이드 쩍벌’이 되는 거예요.
에녹_ 굉장히! 정말 매너 없이! (폭소)
김도현_ 누가 해도 굉장히 예의 없는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명렬이 자기 동생이라면서 명순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여동생이란 생각이 들어서 빵 터졌어요. 더 미안해져서 다음부터는 한쪽 다리를 들어서 옆으로 놓거나 다리를 꼬아 ‘쩍벌’이 안 되게 신경을 많이 썼죠.
에녹_ 아, 전 이것도 생각나요. 정말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데, 실험에 성공해서 일지에 글을 쓰는 장면이에요. 근데 책상을 봤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펜이 없는 거예요. 일지를 적으면서 대사를 해야 다음 노래를 할 수 있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펜이 없다. 펜이 없어’ 이러면서 혼잣말을 했죠. 저는 정말 심각했는데, 관객은 웃음이 터진 거예요. 나중에 커튼콜을 하면서 펜을 찾았죠.
케이와 의신을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가요?
에녹_ 의신은 장면마다 감정의 변화가 큰데, 이런 변화를 잘못 가지고 가면 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또 잘못 이어가면 그의 감정 변화가 아예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요. 심지어 뱀파이어가 됐을 땐, 5년 후의 이야기가 벌어지거든요.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게 힘들어요. 또 템포도 굉장히 빠르거든요. 전달해야 할 정보도 많고요. 이런 부분들이 힘들었죠.
김도현_ 의신은 열정의 끝에 서 있는 사람으로, 주변 사람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해요. 이런 인물이 폐인이 된 과정을 어떻게 하면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제일 힘든 부분은 체력이에요. 작은 공간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스스로를 감정의 끝으로 몰아가야만 해요. 심지어 막 휘몰아쳐 가다가 클라이맥스에서는 제일 숨이 고른 장면이 펼쳐지죠. 처음엔 체력을 적절하게 나누기가 어려웠어요.
이주광_ 도현 형을 곁에서 보고 있으면 에너지를 정말 많이 쏟는구나 싶어요. 안 그래도 형이 정말 땀이 많거든요. 땀 많기로 유명한 배우죠! (일동 폭소)
에녹_ 그런 이야기를 왜 해! 이런 ‘TMI(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를 왜 말하는 거야.
이주광_ 늘 음향 감독님한테 사죄하고. 근데 그 정도로 연기를 열정적으로 해요. 옆에서 보면 대단하다는 말만 나올 뿐이죠.
주민진_ 전 설정과 다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느리게 움직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생각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게 힘들더라고요. 다리 근육도 더 많이 쓰게 되고요. 몸도 많이 찌그려트려서 행동에서도 드라마가 배어나게 하고 싶었거든요. 공연 도중에도 담이 오고 그랬으니, 힘든 걸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안 그래도 민진 씨의 몸짓이 특이하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드라큘라 백작’ 하면 떠오르는 멋진 이미지나 여자를 홀리는 이미지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3백 년 동안 숨어 다녔고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 존재할 거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독특한 습성과 말투와 움직임이 있을 것이고, 굉장히 동물적일 것 같다고 봤어요. 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 사람을 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고. 고민하다 보니까 이렇게 완성됐죠.
자신을 가두는 고독
케이와 의신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김도현_ 케이는 의신의 목표죠. 의신에게 케이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녹_ 삶의 목표이자 열정이요. 케이가 가지고 있는 병의 진실을 알면 인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의신에게 케이는 연구의 끝이자 큰 열정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의신은 케이에게 감정적이 아니라 이성적인 존재였다고 생각해요.
주민진_ 케이에게 의신은 햇빛이라고 봐요.
이주광_ 케이에게 의신이란 유일한 탈출구이자 희망이죠. 두 사람이 만나서 연구가 시작됐고 점점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으니까. 케이는 햇빛을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데, 햇빛을 쐬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희망을 품게 된 거예요. 의신이 그렇게 해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케이한테 의신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햇빛 같은 존재가 된 거죠.
케이와 의신에게 빛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도현_ 의신에게 빛은 삶의 전부이자 목표일 거예요. 그가 흡혈귀로 변하기 전이나 후나 누군가에게 빛을 주고 싶어 하죠. 나아가야 할 이상이라고 할까요. 반면 어둠은 안주하는 삶이에요. 따라서 항상 진취적인 의신에게 어둠은 벗어나야 하는 정체된 현실이에요.
에녹_ 의신에게는 빛과 어둠조차도 연구의 대상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심지어는 케이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혈액과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빛에 대한 민감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거든요.
주민진_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경계요. 빛이 있어야 어둠을 느끼고, 어둠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잖아요.
사건보다는 캐릭터에 중점을 맞춘 작품이라는 평이 많더라고요.
주민진_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면, 말이나 행동에서 그의 과거를 추측할 수 있어요. 캐릭터의 과거를 상상할 수 있는 재미가 생기죠. 눈앞에서 보이는 무대와 단서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어요. 단순히 캐릭터가 좋다는 게 아니라, 그의 과거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의 문제 같아요. <배니싱>은 특별한 사건보다 인물을 잘 만들어놓은 거죠. 그래서 이런 부분이 작품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럼 캐릭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일까요?
에녹_ 앞서 의신은 낙차가 큰 인물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성적이었던 한 사람이 뱀파이어가 되면서 감정적으로 변해요. 심지어는 어떤 존재에 대해서 온 힘을 다해 이해하려고도 하죠. 이런 여정이 잘 보이지 않으면 캐릭터는 죽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캐릭터가 지닌 성격이나 흡혈귀의 본성, 몸짓도 놓칠 수 없지만요. 제가 의신을 생각한 첫걸음은 바로 이거였어요. 이성에서 감성으로 가는 과정이요.
이주광_ 외로움 덩어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외로움의 결정체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국 케이와 의신은 서로 이해받고 싶고, 이해하는 관계가 성립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외롭고 힘들수록 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증명되는 느낌이었죠. 결핍과 외로움이 가득 쌓인 케이가 가진 무게감에 포인트를 뒀죠.
<배니싱>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외롭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고,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요?
김도현_ 외로움은 늘 함께 있는 정서인 것 같아요. 세상에 대한 불확신에서 시작된 정서적인 외로움은 제 삶에 늘 귀신같이 엉겨 붙어 있달까요. 그러나 제겐 가족과 종교가 있어서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또 이것이 가장 옳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에녹_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함께 있어도 심리적인 간격이 생기기도 하고요. 외로움이라는 자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고독으로 받아들이는 것까지 가야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훈련 아닌 훈련을 하고 있죠.
주민진_ 맞아요. 누구나 외로운 것 같아요, 어떤 순간에도. 안 외로우려고 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고, 그대로 겪어내려고 노력해요. 외로움을 피하지도 않으려 하죠.
이주광_ 세상 사람들이 다 외롭지 않을까 생각해요. 세상은 발전되고 있지만, 점점 혼자인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사실 배우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면 표현에 좀 지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민진이 말처럼 요즘은 외로움을 일부러 더 느끼려고 하기도 해요. 혼자 있는 그 서늘함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걸 유지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작업이나 이런 게 더 잘되는 것 같고 집중도 쉽고요. 모두가 외로운데 그걸 어떻게 나답게 외로워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김도현_ 사후 세계가 없다면 나쁠 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소멸, 탄생이 공존해야 의미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영원이라는 것은 소멸도 탄생도 없으니까, 아름답게 느껴지진 않아요.
주민진_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끝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기도 하잖아요. 영원히 살 수 있으면 오늘 하루 자체에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자살할 방법을 찾지 않을까요? 케이랑 비슷할 것 같기도 하네요.
에녹_ 시간의 개념이 달라질 거잖아요. 그러면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달라지겠죠. 만약에 영원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 동안은 굉장히 방탕한 삶을 살 것 같아요.
주민진·이주광_ 뭐라고? 형이? 에녹이 방탕한 삶을 살아간다고? 믿어지지 않아. (일동 폭소)
에녹_ 어차피 영원히 사는데 뭐~ 한 3백 년은 방탕하게 살고 천 년은 열심히 살고. (웃음)
이주광_ 저는 지금 생에서도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케이를 연기하다 보니까 햇빛을 볼 수 없는데, 햇빛 없이 오래 산다면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햇빛을 볼 수 있다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처럼 세계를 돌아보고 안 해본 경험을 충분히 한 다음에 사라지고 싶을 때 사라지지 않을까요? 경험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마지막으로 서로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주세요.
김도현_ 어쩌다 보니 팀에서 가장 맏형이 되어버렸어요. 동생들은 항상 열심히 해요. 가끔은 좀 쉬어 가라고 얘기해야 할 정도로요. 그런 동생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자극을 받으며 연습하게 되거든요. 이번 재연도 즐겁고 행복하게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에녹_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맙죠. 흩어질 수 있었는데 이렇게 함께해 준 것만으로도 좋아요. 잘 살아남아서 같이 치킨 먹으러 갔으면 좋겠어요. (일동 폭소)
주민진_ 저는 트라이아웃부터 벌써 세 번째 공연에 참여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공연됐으면 좋겠고, 그 안에 모두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주광_ 저도 형들 말대로 다시 모두 모였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습이 재미있고 공연도 더 디테일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죠. 민진이 말처럼 계속 공연이 이뤄지고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전 회 매진되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다 보고 싶은 공연이요. 무엇보다도 도현 형이 말한 좀비처럼 죽지 않는 불멸의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0호 2018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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