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 사진으로 돌아보는 변신, 박혜나
“<위키드>의 엘파바를 만났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처음 맡은 대작의 주인공으로 초록 피부를 가진 엘파바를 마주해 빗자루를 처음 잡아본 그날.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아니 잊으면 안 되는 순간이에요. 또 <데스노트> 초연의 컨셉 사진은 중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정말 묘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그때 찍은 사진을 보고 제게 ‘걸크러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아, 제 컨셉 사진 촬영 비법은 바로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나 포즈를 생각하고 집중하는 거예요. 그리고 촬영해 주시는 분들을 믿고 따르죠! 가장 최고의 이미지를 뽑아주시는 분들이니까요.”
<데스노트> 렘 (2015)
세트장에 서 있기만 해도 <데스노트>라는 작품의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로 촬영장 규모가 정말 컸어요. 압도적인 크기에 조금 주눅들었을 정도죠. 사실 그땐 렘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컨셉 사진 촬영 덕분에 렘이란 캐릭터를 잡는 데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규모가 큰 세트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고요! 다른 촬영보다 신비로운 작업으로 기억이 남았죠.
<위키드> 엘파바 (2016)
제게 <위키드>는 너무나 소중한 작품이에요. 초연 이후 오랜만에 엘파바의 초록 분장을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묘한 기분도 들었고요. 다시 엘파바를 만난다는 반가움과 동시에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졌거든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많이 오갔던 촬영이에요.
<나폴레옹> 조세핀 (2017)
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을 손에 쥐었던 매력적인 여자 조세핀은 그동안 제 이미지와 많이 다른 캐릭터였어요. 조세핀은 어떤 여자였을까 고민이 많았을 때 컨셉 촬영을 하면서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죠. 매혹적인 캐릭터를 위해 허리를 좀 꺾어봤는데, 장시간 포즈를 유지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웃음) 중간중간 스트레칭이 필요했죠.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잘 표현되어 기분이 좋았어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마츠코 (2017)
꽃밭에 누워 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찍은 사진이죠.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마츠코를 마주해야 해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사진 속의 그녀만큼은 혐오스럽지 않고 고귀한 삶을 살다 간 아름다운 인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오디너리데이즈> 클레어 (2018)
<오디너리데이즈>는 밝고 기분 좋은 에너지가 강한 작품인데, 촬영장도 그랬어요. 본격적인 연습이 진행되기 전 컨셉 사진 촬영이 진행됐고, 그래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클레어가 살짝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현장 스태프들이 많이 응원해 줬어요. 그 분위기가 참 따스했죠. 무엇보다 늘 촬영을 통해 캐릭터를 먼저 마주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이렇게 캐릭터를 만나는 경험이 참 좋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0호 2018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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