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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이블 데드> 김대현의 애쉬, 끝나지 않은 소설의 주인공 [No.179]

글 |박보라 사진제공 |쇼보트 2018-08-23 4,820

<이블 데드>  김대현의 애쉬

끝나지 않은 소설의 주인공

 

여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S마트의 성실한 직원, 애쉬인데요. 그는 얼마 전 숲 속 한가운데 자리한 으슥한 오두막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좀비’를 만났다고 고백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여정에 함께한 여동생과 친구들은 돌아오지 못했지만요. 애쉬에게 직접 좀비들과 벌인 ‘피의 전쟁’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이 글은 애쉬 역을 맡은 김대현과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S마트는 어떤 곳이었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마트에요. 처음으로 도전한 사회생활 터전이자 첫 출근부터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 곳~ 이곳이 ‘피의 전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S마트에서 여자친구 린다를 만났다면서요.

전 여자와 손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던 순진무구의 결정체였어요. S마트에서 린다를 처음 만났는데, 그녀는 제 첫사랑이 됐죠. 진열대에서 물건을 쌓다가 린다를 바라보고, 계산하려고 바코드를 찍다가도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봤죠. 몰래 눈치 보며 사랑을 나누었어요. 흐흐. 일이 끝나면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줬고요. 우린 정말 순수하게(!) 연애를 시작했어요~
 

모든 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오두막에는 어떻게 놀러 가게 됐나요?

우연히 집에서 아버지의 오래된 상자를 찾았어요. 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하셨거든요. 호기심에 못 이겨 상자를 열어봤더니 지도가 있더라고요. 오두막 그림 한 장과 함께. 그걸 스캇에게 보여줬더니 여행 겸 모험을 해보자고 해서 도전했어요! 
 

그럼 오두막 모험의 멤버는 어떻게 정해진 건가요? 

스캇과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죠. 스캇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또 린다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타쿠 기질이 있는 어린 동생 셰럴에게도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고요. 아, 맞다. 스캇이 여행 계획을 짜다가 맥주 바에서 한 여자에게 반하고 말았어요. 셸리요. 그래서 이렇게 모두 모여서 같이 떠나게 된 거예요. 
 

오두막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아버지의 상자에서 본 그림과는 정말 달랐어요. 훨씬 더 오래된 느낌이랄까.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존재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샘솟는 기운이 묻어나왔죠. 막상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니 밖보다 훨씬 깨끗했어요.
 

당신은 스캇하고 지하실에 내려갔잖아요, 거기서 무엇을 보았나요?

지하실은 평범했어요. 톱, 빗자루, 박스가 널브러져 있었죠. 구석에 아주 큰 천으로 숨겨둔 나무 박스가 보였어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박스를 열어봤더니 겉표지에 사람 얼굴이 박힌 큰 책, 해골 표시가 되어 있는 단검, 장총 하나, 도끼 한 자루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세트테이프가 있었죠.
 

그 카세트테이프를 튼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여동생 셰럴이 좀비로 변했어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죠. 셰럴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오두막에서 일어난 일을 되짚어봤어요. 갑자기 나무가 창문으로 들어왔고, 밖으로 나갔던 셰럴은 나무들이 공격했다면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돌아왔거든요. 테이프에서 쏟아져 나온 괴상망측한 내용이 의심스러웠어요. ‘아, 이건 테이프 속 주문으로 인한 저주다!’ 이랬죠. 
 

좀비로 변한 셰럴은 어땠나요? 

좀비로 변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 착한 내 동생 셰럴이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욕을 찰지게 할 때는…. (눈가 촉촉) 심지어 몸놀림도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더라고요. 셰럴은 마치 ‘무적의 좀비’로 변한 것 같았어요. 제가 상상도 할 수 없던 색다른 좀비로! 놀라움은 잠깐이었고, 이런 좀비가 ‘왜 하필 내 동생이냐’며 슬퍼했죠.
 

셰럴을 시작으로 친구들이 좀비로 변하거나 죽었다고요. 

친구들이 좀비로 변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봤지만 믿을 수 없었어요. 도대체 왜 이렇게! 즐거운 여행의 첫날!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 하늘을 원망했죠. 좀비가 된 여자친구 린다에게 총을 겨눴을 때도, 톱으로 머리를 자를 때도, 살아남기 위해 한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남는 게 전부가 아니라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죠. 그러자 친구들과 동생이 더는 이 세상 사람으로 안 보였어요. 모든 좀비를 처단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죽였어요. 
 

그러다가 결국 당신은 직접 손 하나를 잘랐잖아요.

사슴에게 오른손을 물리고 말았어요. 손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갑자기 감각이 없는 듯했죠. 이 손은 내 손이 아니구나!  저도 좀비가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죠. 이겨내야만 했어요. 손과의 사투가 벌어지는 도중에도 살아서 동생과 친구들을 데리고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만 들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전기톱으로 손을 자를 수밖에 없었죠.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나를 내 오른팔이었던 손이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 같더군요. 정말 수치스러웠어요. 그래도 저는 결국 해냈고 살았어요!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좀비의 의식’을 봤다고요.

좀비들이 춤을 출지는 상상도 못 했어요. 의식의 춤이라니, 원주민의 춤도 아니고, 나 참. 제가 본 좀비들은 몸도 빠르고 말도 하고 지능도 있더라고요. 숨어서 좀비의 의식을 바라보는데 좀비가 아니라 댄스 팀 같았어요. S마트에 좀비들을 데리고 와서 이벤트나 행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한 번쯤은 앞에서 보고 싶더군요.
 

당신은 결국 좀비가 되지 않았어요.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살아남잖아요? 아버지의 지도와 그림을 봤을 때부터 전 이미 주인공이었어요. 그래서 변하지 않았던 겁니다!
 

지금 당신은 여전히 S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의 삶에 만족하나요?

대답은 예스! S마트에서 일하다 보면 또 다른 모험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계속 모험을 찾아갈 거예요. 그리고 그것은 저의 운명이죠. 끝나지 않은 소설의 결말을 쓰고 말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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