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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라이온 킹> [No.178]

글 |배경희 사진제공 |클립서비스 2018-07-26 5,252

월트 디즈니가의 명작 뮤지컬 

<라이온 킹>


1997년 10월 15일 개막해 여전히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히트 뮤지컬 <라이온 킹>이 오는 11월 국내에 상륙한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첫 내한 공연인 이번 투어는 대구와 서울, 부산 모두 세 개 도시에서 펼쳐질 예정. 브로드웨이의 신화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전설의 작품 <라이온 킹>의 시작을 되짚어보자.

 


 

불가능한 프로젝트의 시작  


수많은 인재 가운데 최상의 적임자를 찾는 것.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이 ‘적임자 찾기’ 아닐까. 그리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에 맞는 예시를 적어도 하나는 들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 이름, <라이온 킹>의 ‘줄리 테이머’ 말이다. 물론, 엘튼 존과 팀 라이스, 한스 짐머 등 <라이온 킹>의 성공 배경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강렬한 기운을 담은 팝적인 음악으로 작품에 힘을 보탠 많은 거장들이 존재하지만, 뮤지컬 <라이온 킹>을 말할 때 첫 번째로 언급될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줄리 테이머일 것이다.
 

캐릭터 콘텐츠로 디즈니 왕국을 건설한 월트 디즈니의 서른두 번째 애니메이션이자 대표적인 성공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뮤지컬 <라이온 킹>은 월트 디즈니의 유명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1994년 6월 15일에 개봉해 세상의 빛을 본 <라이온 킹>이 뮤지컬로 재탄생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년. 이렇게 단기간에 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월트 디즈니의 CEO 마이클 아이스너의 영향이 컸다. <라이온 킹>이 개봉하던 해, 월트 디즈니의 공연 제작 그룹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첫 번째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자 마이클 아이스너가 두 번째 작품으로 <라이온 킹>을 뮤지컬화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밀림 속 동물의 세계. 뮤지컬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지금에야 이 같은 생각이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재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는 토마스 슈마허(당시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담당 전무이사이자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프로듀서였던)의 회고에 따르면 <라이온 킹>을 뮤지컬로 만들자는 마이클 아이스너의 생각은 당시 최악의 아이디어처럼 여겨졌다. 생각해 보시라. 아프리카 초원을 지배하고 있는 수십 마리의 사자 무리나 수백 마리 하이에나들이 살아가는 코끼리 무덤의 장관, 영양 떼가 우르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무대에서 표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마이클 아이스너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기 때문에 토마스 슈마허와 그와 오랫동안 디즈니에서 동고동락한 피터 슈나이더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실현시켜줄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찾아 나서야 했는데, 그들이 발견한 성공의 열쇠가 바로 줄리 테이머이다.  



 

<라이온 킹>을 성공으로 이끈 히로인, 줄리 테이머  


단 한 명의 인간도 살고 있지 않는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을 배경으로, 광활한 밀림에서 살아가는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주인공인 작품.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정체성을 띠고 있는 <라이온 킹>을 뮤지컬로 훌륭히 탈바꿈시킬 적임자에 공연 프로듀서 겸 연출가, 의상디자이너로 활동 중이었던 줄리 테이머가 곧바로 거론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독특한 인형극 연출 이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학창 시절 아시아의 무대극에 매료된 줄리 테이머가 대학 4년 동안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그 지역의 가면극과 인형극 문화를 배우고 돌아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때문에 <하가다(The Haggadah)>(1980)나 <블랙 엘크 라이브스(Black Elk Lives)>(1981), <킹 스태그(The King Stag)>(1984) 등 줄리 테이머의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인형극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중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꼭두각시 인형과 가면을 이용한 인형극 <리버티스 테이큰(Liberty's Taken)>(1985)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뉴욕의 공연 업계에 서서히 그녀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 대한 줄리 테이머의 첫 번째 아이디어는 자연 친화적이면서 비전통적인 무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탄생과 죽음, 재탄생이라는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아기 사자 심바의 성장담을 그리는 이야기의 큰 줄기를 그대로 따르되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작품에 고유한 스타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배우가 인형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동물을 표현하는 혁신적인 인형극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배우가 마스크나 의상 뒤로 숨는 일반적인 인형극과는 달리 <라이온 킹>은 동물 형상을 한 인간이 퍼펫 인형을 직접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무생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참신한 발상을 실현하는 데는 줄리 테이머의 앞선 인형극들에서 퍼펫 인형의 기술적인 설계를 담당해 온 마이클 커리의 역할이 컸다. 퍼펫 인형의 디자인과 조각을 직접 맡은 줄리 테이머는 동물 캐릭터마다 사람의 몸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그에 맞게 가면과 인형을 디자인했는데, 기다란 모자를 쓴 배우가 네 개의 죽마 위에 엎드린 자세로 올라서서 기린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상상해 보면 그녀가 만들어낸 예술적인 인형극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막대나 밧줄, 와이어 같은 무대 장치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는 것도 <라이온 킹> 연출의 핵심 중 하나. 공연이 무대 위에서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줘 관객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공연을 완성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올겨울 처음 한국을 찾는 <라이온 킹>의 내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면, 극장 안에 들어서기 전 당신이 준비할 것은 단 두 가지다. 어린아이 같은 열린 마음과 상상력. 이 두 가지만 잊지 않는다면, 바로 눈앞에서 어디서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밀림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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