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와 뮤지컬 배우 최정원 두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듯하다. 최정원이 올해 출연한 세 편의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그리고 <키스 미, 케이트>가 모두 신시컴퍼니의 작품이었을 뿐만 아니라, 9년 만에 무대에 오른 <키스 미, 케이트>의 릴리 바네시/케이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녀가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는 기쁨을 함께 나눴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도록 뮤지컬 무대만을 고집하며 주연 배우로 스타성을 유지해 온 최정원이지만 상과는 인연이 많지 않았기에 그 기쁨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첫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 역시 지난 2000년 박명성 대표와 선보인 <시카고>의 록시 하트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시카고>와 <키스 미, 케이트>가 두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은 것이 단지 수상의 기쁨을 안겨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작품의 초연 무대에서 젊은 여성 록시 하트(<시카고>, 2000년)와 로아 레인/비앙카(<키스 미, 케이트>, 2001년)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최정원이, 다시 선보인 두 작품에서 벨마 켈리(<시카고>, 2007년)와 릴리 바네시/케이트(키스 미, 케이트>, 2010년)로 성숙한 변신을 꾀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통해 연기 영역을 확장한 여배우의 꾸준한 노력과, 배우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고 길을 열어준 프로듀서의 매서운 판단력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신시의 인간문화재’ 최정원과 ‘어두운 곳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빛을 비춰주는’ 박명성 대표. 두 사람 사이의 무한 신뢰는 신시컴퍼니의 전신인 극단 신시가 1994년에 공연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부터 시작됐다. 1989년 데뷔 이후 줄곧 앙상블로 무대에 섰던 최정원은 선배 이경미와 ‘아니타’ 역에 캐스팅되면서 처음으로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지만, 더불어 동료 선후배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녀를 곁에서 조용히 응원해준 사람이 바로 당시 기획 실장으로 있던 박명성 대표였던 것. 그는 2000년 출산 후 공백을 깬 최정원이 <렌트>를 통해 무대에 복귀할 때에도, 나이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배우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중 <듀엣>을 통해 다시 뮤지컬의 열정을 불태우게 됐을 때에도, 나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그녀가 <맘마미아>를 통해 액션이 아닌 리액션의 감동을 배우며 성숙한 여배우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게 됐을 때에도, 연극 <피아프>를 통해 연기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품게 되었을 때에도, 언제나 한결같은 믿음으로 배우 최정원의 성장과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주었다. ‘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아니라 열 이상의 효과를 내는’ 박명성 대표와 배우 최정원의 믿음을 베이스로 둔 무대 열정은 어제와 오늘보다 내일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최 배우는 배우로서의 자세, 정신이 올곧은 배우예요. 자신과 썩 어울리지 않는 작품에서도 노력으로 접근해서 부족한 면을 채우고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자신의 무대를 끝까지 책임지는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주었죠. 공연 외적으로도 선배로서 혹은 후배로서 팀워크를 아우르는 덕에 그녀와 함께 하는 모든 배우들이 상기되어 있고 말썽날 일이 없어요. 여러모로 우리 작품만 함께 했으면 싶을 정도로 욕심나는 배우예요.` - 박명성
`박 대표님은 작품에 대한, 사람에 대한 열정이 있으세요. 배우를 믿어주시고, 손을 먼저 내밀어 주시고, 잘 할 수 있게끔 용기를 북돋워주시고. 작업 초반에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나를 믿어주시는 그 마음에 힘을 얻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주는, 제 부족함을 채울 수 있게 하는 최고의 학교예요.` - 최정원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