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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장우혁 [No.178]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8-07-18 9,134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장우혁 
꿈이 눈앞의 현실이 되는 순간    


지난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포스트모던 퍼포먼스 쇼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이하 <푸에르자부르타>). 올여름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장우혁이다. 우리가 아는 그 남자 말이다. 장우혁에게 주어진 역할은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남자. 생애 첫 도전이란 낯선 무대 위를 끝없이 달리고 또 달려서 그는 어떤 마법의 순간을 마주할까.




오래 기다려온 기회
                      
<푸에르자부르타> 캐스팅 소식은 의외였어요.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어울리겠다 싶긴 하지만, 콘서트가 아닌 다른 장르 공연에서 보게 될 줄 몰랐거든요.
예전에도 춤과 관련된 작품 제안은 몇 번 받았어요. 뮤지컬 출연 제안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분야에서 잘하고 있는 배우분들이 이미 많은데 제가 해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공연을 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다 고사했죠. <푸에르자부르타> 같은 경우는 좀 특별했던 게 제가 이 공연을 좋아했거든요. 2011년에 발표한 솔로곡 ‘기억에게 외치다’ 뮤직비디오에서 공연 장면을 오마주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이 공연을 접하게 됐는데요?    
그때 뮤직비디오를 찍어주신 감독님이 뉴욕이었나, 하여튼 외국에서 <푸에르자부르타>를 보고 왔는데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제 뮤직비디오에서 오마주해 보고 싶다면서. 근데 진짜 멋있더라고요. 되게 아티스틱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근사한 퍼포먼스로 보여주잖아요.

2013년 내한 공연도 보러 갔다면서요. 실제 본 공연은 어떻던가요.
넌버벌 퍼포먼스를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만든 게 신선했어요. 보통 공연이라고 하면 무대는 고정돼 있고 관객들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보게끔 돼 있는데, 이건 4D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방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더라고요. 심지어 허공에서도 공연이 이뤄지고 그러니까 신기했죠. 그날 공연을 보고 나서 아마 제가 먼저 나도 이런 작품 해보고 싶다고 했을 거예요. 마침 내한 공연을 주최한 대표분하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거든요.

그럼 이번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별로 고민하지 않았겠네요? 
네, 고민 안 했어요.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 런닝맨은 이 작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니까. 그래도 망설이는 척은 한 번 했어요. 너무 쉽게 한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요. (웃음) 제 주위에 이 작품을 원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제가 한다니까 다들 놀라더라고요. 좋은 의미로요. “형이 런닝맨을 한다고요? 와, 그거 진짜 쿨하잖아요. 대박이에요, 형.” 다 그런 반응이었어요. 어떤 걸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저 같은 경우엔 진짜 운이 좋은 거죠.




장우혁을 말할 때 1세대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붙잖아요. 이번 공연 홍보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H.O.T라는 이름이 무거운 왕관처럼 느껴질 때는 없나요. 때론 좀 내려놓고 싶은 그런.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개인 활동을 시작했을 때, 지금의 나를 봐줬으면 좋겠는데 항상 예전의 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니까. 그리고 1세대 아이돌이라고 하면 굉장히 옛날 사람 같은 인상을 주잖아요. (웃음) 물론 저희로 시작된 역사가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요. 굉장한 영광이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그런 시선에 대해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해요. 뭐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자 싶죠.  

댄스 대회에 나갔다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눈에 띄게 됐는데, 돌이켜 보면 춤의 어떤 점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땐 학교에서 어디 놀러 가면 꼭 장기 자랑 같은 걸 하잖아요. 중학교 때 누리단에서 2박 3일 캠프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 장기 자랑에서 춤추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래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죠. 왜냐면 춤에 대해선 전혀 몰랐지만 학교에서 제일 예뻤던 애가 춤추는 무리를 이끌었거든요. (웃음) 그때 저 빼고 다른 애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춤을 춘 친구들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 애들보다 제가 더 잘 추는 것 같은 거예요. 지기 싫단 오기 때문에 연습을 열심히 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그 여자애는 점점 눈에 안 보이고 춤에 빠지게 된 거죠.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춤을 안 췄을 수도 있어요. 

그 여자분이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웃음) SM엔터테인먼트의 명함을 받았던 것처럼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꾼 사건은 또 없었나요. 
그 이후로는…, 글쎄요. 이번 <푸에르자부르타>가 그런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에 이렇게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웃음) 그런데 진짜 매일 라이브 무대에서 춤추면서 연기를 한다는 게 저한테는 굉장한 도전이 될 듯싶어요. 게다가 올 초 <토토가> 출연 이후에 팬들하고 SNS로만 소통했지, 공식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기대도 많이 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SNS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스타그램 계정에 뜻밖의 모습들이 많더라고요. 재밌는 사람이구나 싶던데요?
모든 걸 내려놨습니다. (웃음) SNS도 욕심을 내려놓고 편한 마음으로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요즘에는 인스타 라이브에 중독돼서 오늘 인터뷰하는 것도 라이브 방송을 해볼까 싶어 이거(휴대폰 거치대) 챙겨왔잖아요. 그런데 이건 제가 먼저 공개하면 안 되니까 참았어요. (웃음)

라이브 방송에는 왜 그렇게 빠졌어요?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 가령 팬들이랑 무언가를 하려면 돈도 필요하고 장소도 필요하고 뒷받침돼야 할 상황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건 핸드폰만 켜면 언제 어디서든 팬들과 만날 수 있어요. 예고 없이 갑자기 시작해도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사람들이 모이죠. 제가 어렸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진짜 획기적인 일이에요. 그땐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컴퓨터로 사진 한 장 보내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웃음) 우린 지금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준 선물              

공연 준비는 어떻게 돼가요? 런닝맨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맡은 런닝맨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남자잖아요. 분명 앞을 향해 걷는데, 런닝머신 달리듯 뒤로 밀려나요. 아무리 걸어도 계속 제자리걸음이죠. 실제 상황이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요. (웃음)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니까, 내면에 내재된 스트레스를 잘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하나 바라는 건 ‘어- 장우혁이다!’ 이게 아니라 그냥 런닝맨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장우혁이라는 걸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 싶기도 해요.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어떤 때 제일 짜증나요?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근데 그 일이라는 게 대통령이 되고 싶다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지나고 보면 되게 사소한 거 있잖아요. 그런 예로 뭐가 있더라. 가령, 길에서 누가 확 밀치고 지나간다든가 편의점에서 카드가 안 된다고 할 때. 그럴 때 짜증나지 않나요? (웃음) 어제도 편의점에 쓰레기봉투를 사러 갔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대요. 근데 지갑에 현금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카드는 왜 안 되냐고 물어봤더니 엄청 퉁명스럽게 “안 되면 안 되는 거죠” 그러는 거예요.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면서 혼자 계속 짜증냈잖아요. “말을 왜 저렇게 하는 거야, 진짜 이상하네” 하면서. (웃음) 

전 사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뭘 해야 할 때 이런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웃음) 왜냐면 카페를 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걸 보고 완벽주의자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예전에 건물을 지을 때 직접 건축 공부를 했다는 일화도 그렇고.
좀 완벽주의자 같은 면이 있긴 하죠. 예전에 한창 활동할 때는 지금보다 심했어요. 예를 들어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무대 디자인부터 공연 의상까지 모든 걸 다 컨셉에 맞게 짜놓잖아요. 근데 계획하고 하나라도 달라지면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어느 정도는 타고난 성격인데, 연예인이란 직업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직업이다 보니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거든요. 활동을 대충하는 건 팬을 우롱하는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뭐든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잖아요. 너무 완벽하려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저한테 돌아오는 게 많으니까요.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이번 공연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뭐예요?
일단 처음 해보는 일인 만큼 저 스스로 궁금한 게 많아요. 새로운 무대에 서서 내가 느끼게 되는 것은 뭘까, 이게 첫 번째로 궁금하고, 장기 공연은 처음 해보는 거니까 그게 어떤 경험이 될지도 궁금하죠. 또 지금 나이에서 체력 소모가 큰 공연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요. (웃음) 여러모로 실험적인 도전이지만, 어쨌거나 제 몫을 잘 해내고 싶어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라죠. 





마지막 질문으로 장우혁의 꿈은 뭐냐고 물을 건데, 혹시 옛날 인터뷰에서 꿈으로 뭘 이야기했는지 기억해요?
뭐, 앞으로 MC도 하고 싶고, 저희 회사를 4대 기획사로 만들고, 박사 학위도 따고, 그런 얘기 많이 했죠. 근데 하나도 못 했어요. (웃음) 특히 공부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 대학원 석사 과정은 진짜 꽤 열심히 했거든요. 연예인이라 특혜받고 그런 거 없이 남들하고 똑같이 수업 듣고 시험을 통과해서 논문만 쓰면 됐는데, 그때 논문 쓸 상황이 안 됐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나니까 성적 유효 기간이 사라지더라고요. 사실 핑계죠, 뭐. 

그럼 지금은 어떤 꿈을 꿔요?
지금은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거나 잘하자는 생각이에요. 그게 제 꿈이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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