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원미솔 작곡가 의 영감 창고
존 앳킨슨 그림쇼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영국 화가 존 앳킨슨 그림쇼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의 그림에는 항상 비가 내리거나 빗물이 스며 있습니다. 어둡고 축축하죠.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끓어오른 열정을 건너편에서 직시하고 싶을 때마다 그의 그림을 봤습니다.
영화 <인셉션> OST
<인셉션>의 OST는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짐머가 작곡했습니다. 사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주로 대규모 악기 편성 작업을 할 때 듣는 편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장르보다 형식 만들기에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작업에 비해 리서치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다만 작업하는 데 정서적으로 자극이 될 것 같아 <인셉션>의 OST 가운데 ‘Time’과 ‘Dream Is Collapsing’을 자주 들었습니다. 두 곡 모두 영화 분위기에 맞게 그 어떤 색깔로도 정의할 수 없는 미스터리함이 서려 있어 좋아합니다.
영화 <세 번째 살인>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뮤지컬 넘버를 만드는 데 두 영화보다 더 큰 자극이 되어준 건 바로 일본 영화 <세 번째 살인>입니다. 흔히 뮤지컬 속 인물들은 공연 내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놓고 노래합니다. 원작 소설에서, 혹은 영화에서 말하지 않았던 캐릭터의 속내가 친절히 비치게 마련이죠. 반면 <세 번째 살인>은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음악 또한 절제되어 있어, 그 안에 요동치는 감정을 찾아내고 싶게끔 만들지요. 저는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의 음악 안에 그 감춰진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기길 바랐습니다.
영화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근래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음악을 최대한 절제한 이 영화는 여백이 가득 담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가 살아 숨 쉬어, 두 주인공의 대립을 깊이 응시하게 만들지요. 저 역시 그렇게 조용한 수면 밑에서 끓어오르는 기류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설 『황제의 외동딸』
위에 언급한 작품들과는 상반된 분위기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입니다. 동명 만화가 원작인데, 한 번 손에 잡으면 뗄 수 없을 만큼 멋진 남성 캐릭터로 가득한 이야기예요. 이 소설은 할 일의 순위를 정하고 감정의 구획을 나누는 데 익숙한 저의 나이든 뇌를 무장 해제시켜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만화는 아직 출간 중이고 소설은 완결됐습니다. 저는 만화방에서 보다가 끝이 너무 궁금해 결국 서점에 가서 소설 전권을 샀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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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PIRATION] <용의자 X의 헌신> 원미솔 작곡가 의 영감 창고 [No.178]
글 |원미솔 작곡가·음악감독 정리 | 안세영 2018-07-17 4,963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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