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별 컨셉 사진으로
돌아보는 배우의 변신
“<신과 함께_저승편> 초연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할 때예요. 제가 맡은 캐릭터 김자홍은 짠해 보이는 게 포인트였기 때문에 최대한 안타까워 보이는 분장을 하고 촬영에 임하게 됐죠. 사실 그때만 해도 제 자신을 미남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미남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날 미남이 아닌 것도 나름 어울리는 걸 보고 ‘아, 난 아닌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죠. 심지어 촬영이 진행될수록 ‘아닌’ 연기를 잘하더라고요. 전 아닌 걸까요…?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하하. 작년에 <타이타닉> 컨셉 사진을 찍으면서 새삼 느꼈는데, 카메라 앵글이 사람의 눈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군가가 자기를 바라보면 본능적으로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제 경우엔 컨셉 사진을 찍을 때 제가 맡은 캐릭터, 아니면 그 실존 인물이 저를 보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촬영을 즐기려고 하죠. 그럼 몇 초라도 빨리 베스트 컷이 나오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컨셉 사진을 쭉 되돌아보니, 참 열심히 작품을 했구나, 난 참 운이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껏 저와 함께해 준 모든 스태프분들과 작품을 사랑해 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사의 찬미> 김우진 2015
어둡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기억이 나요. 극 중 캐릭터가 실존 인물인 만큼 한 컷, 한 컷에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글루미데이>에서 <사의 찬미>로 이름이 바뀌는 첫 시즌이라 촬영도 더욱 열심히 준비했고요. 오랜만에 다시 이때 사진을 보니 역시 베스트 컷은 초반에 나오는구나 싶어요. 괜히 시간 끌 필요가 없죠.
<구텐버그> 더그 2016
평소 잘 알고 지냈던 로빈 사진작가님과의 첫 작업! 기대만큼 즐거운 촬영이었어요. 두 명의 배우가 일인다역을 하는 작품인 만큼 컨셉 사진도 캐릭터별로 찍느라 정신없이 진행됐죠. 사실 촬영이 진행되던 시점엔 대본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였는데, 나중에 대본을 보고 모두 헛헛한 웃음을 지었어요. 아니, 메이크업을 할 필요가 없었잖아! (웃음)
<라흐마니노프> 니콜라이 달 2016
달 박사 컨셉 사진은 포근해 보이면서 왠지 모르게 교양이 묻어나지 않나요? (웃음) 개인적으로 잘 아는 이민옥 사진작가님이 촬영을 맡아주셨는데, 초반에 베스트 컷이 나와서 제가 이제 퇴근해도 되겠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사진은 피사체보다는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피사체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촬영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비스티> 이재현 2017
<비스티>는 촬영 장소가 인상적이었어요. 모티프가 된 영화의 이미지를 가져와 강남의 유명 클럽에 가서 사진을 찍었거든요. 현장에 도착해서 하나 깜짝 놀랐던 게 홀에 수영장이 있더라고요. 매일 밤 이곳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신기했죠. 어쨌거나 <비스티>의 전신 <비스티 보이즈> 때 처음 뵌 이종혁 사진작가님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타이타닉> 해롤드 브라이드 2017
보통 페어별 또는 장면별로 컨셉 사진을 찍는데, <타이타닉>은 개인 컷만 찍고 촬영이 끝났어요. 제 예상과는 달랐지만 오히려 그래서 신선하고 즐거웠죠. 사실 당시만 해도 공연 팀 누구도 <타이타닉>이란 작품이 어떻게 무대에서 그려질지 짐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단지 제가 표현할 캐릭터가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 사명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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